[컬처 인사이트] 반지하를 장신구로 사용하는 리더들
[컬처 인사이트] 반지하를 장신구로 사용하는 리더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8.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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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2009년 발매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번째 앨범 수록곡 ‘싸구려 커피’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밴드 리더이자 보컬 장기하의 더벅머리에 뿔테 안경, 덥수룩한 수염은 반지하방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세간에서는 반지하방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으로 호평 되었다.

하지만, 노래 가사를 듣자마자 이 사람은 반지하에 살아본 경험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반지하 방에서 12년 이상을 산 처지에서 봤을 때 느낌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디밴드이냐 논쟁이 일어난 것은 부차적이었다.

과연 나중에 장기하는 자신이 반지하 방에 산 것이 아니라 친구의 집에 방문했을 때 느낌을 곡으로 옮긴 것이라고 했다. 왜 반지하방에 거주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까?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걸 싸구려 커피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커피 믹스는 커피 그 자체다. 발바닥이 쩍 달라붙는 느낌은 둔감해지고, 이불이 눅눅한지도 모른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어쩌다 한 번 방문하는 나그네들이다.

학생 때 잠깐 살아본 경험으로 평생 가난 코스프레를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오히려 가난에 둔감하고 부자들은 어쩌다 그런 경험에 호들갑을 떨고 때론 문화 예술인가들은 작품으로 남긴다. 비단 이런 것을 지적하려고 반지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뒤에 장기하는 뿔테 안경을 벗고 덥수룩한 수염을 깔끔하게 밀고 더벅머리도 매끈하게 다듬은 모습으로 미디어에 재등장했다. 이른바 서울대 엄친아로 화려하게 이미지 변신을 했다. 이미지 변신이라기보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2015년 드라마 스쿨에서 강의를 할 때, 이런 장기하의 이미지 환원에 대해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그러자 강의를 듣는 청년 가운데 한 명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단 거죠. 문제가 있나요?” 거의 분노를 내쏘듯이 말을 날카롭게 뱉어냈다.

생각해보면 그 청년은 장기하의 팬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는 그냥 느낌으로 봐도 반지하방에 거주한 적이 없어 보였다. 중요한 것은 반지하 정서도 하나의 장식처럼 걸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가치를 둘 뿐이다.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고 동정의 감정으로 대할 수 있는 진보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이른바 장식주의 계열의 사고다. 이런 사람들은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고 할지도 모르는 그 암담함을 체화할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어떤 리더를 선택할까 불 보듯 훤하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일가족이 부잣집을 털어먹는 스토리라인으로 아카데미에서 4관왕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이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반지하에 사는 40여만가구 100여만명에게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내용으로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봉준호는 뭔가 사회적 의식있는 세계적인 거장의 디딤돌로 반지하를 활용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어쨌든 기생충이 상을 받건, 폭우로 사람이 죽어나가든 반지하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김신조 청와대 습격으로 생기고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주거난 해소용으로 허용이 되었든, 오늘도 내일도 반지하에서 100여만명이 살아가야 한다.

문화예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은 2010년 당시 반지하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2년 다시 반지하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간 나아진 건 없다. 앞으로 나아질지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관악구 반지하 참사 현장을 방문한 사진이 국정 홍보용으로 사용되어 논란이 일었다. 누군가는 처절하게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창살을 뜯기 위해 손가락이 터지게 끌어대던 그곳에 눈을 응시하는 대통령의 사진은 참사 현장의 비참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수단으로 장식되었을 뿐이다. 곧 장기하처럼 반지하 정서를 밀어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해 갈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br>-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br>​​​​​​​-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오늘도 내일도 반지하는 수없이 미디어에 오르내리다가 곧 썰물처럼 빠지듯 다른 이슈로 옮겨 가고 참담한 반지하에 쓰레기만 가득 남아 있을 것이다.

반지하 공간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중심이어여 한다. 최소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 이주 대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당연히 삶을 영위하고 희망을 이뤄가는 고용이나 복지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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