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4] 패망과 해방의 기록자, 은행나무...서천군 마산면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4] 패망과 해방의 기록자, 은행나무...서천군 마산면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8.1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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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지난 6일은 역사상 최초의 원자폭탄이 폭발했던 날이다.

패전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은 ‘천황제 유지’, ‘조선을 포함한 개전 이전 식민지 유지’를 빌미로 결사항전을 포기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전쟁을 끝내려는 미국은 원자폭탄을 투하하기에 이른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에놀라 게이라는 B-29에 실려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를 취재한 ‘주코쿠신문’의 사진기자 ‘마츠시게 요시토(松重美人, 1913~2005)’는 신문사로 출근 전 자신의 집에서 폭탄을 경험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하얀 섬광, 2층 집은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났고, 자신은 수 백 개의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폭발 장소에서 2.4킬로미터 이내는 모두 불타버렸기에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았던 마츠시게 기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히로시마는 인구 35만명, 원자폭탄으로 사망한 수는 20만명에 이를 정도였으니, 원자폭탄은 엄청난 재앙이었다.

대부분 사망자는 화재가 원인이었다.

폭탄은 히로시마 시내 중심부 11㎢를 모두 불태웠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약 6,000도인데, 폭발 중심지가 약 3,000~4,000도로 많은 사람들과 생물들은 화재로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폭발 한 복판에서 살아남은 생명이 있다. 2킬로미터 반경 내의 모든 것이 사라졌던 현장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은행나무는 다시 움이 트고 가지가 나오고 잎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폭발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

은행나무는 불에 강한 나무이다.

1,100년의 용문사 은행나무도 1907년 화재에 살아남았다.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이곳을 일본이 고의로 불을 질렀어도 나무는 살아남았다.

지질시대동안 수많은 화산폭발과 지구의 대규모 기후변화를 견딘 이력과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서천군 마산면 안당리의 은행나무는 510살이다.

사방이 뚫린 언덕 위의 은행나무는 늠름한 모습이다.

주변에 경쟁 나무라 할 만한 나무는 없다.

수많은 산불과 태풍을 견디며 오로지 자신이 물려받은 우수한 형질로 버티어 우뚝 선 모습이 참으로 웅장한 채 서 있다.

며칠 뒤는 광복절이다.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에 살아남은 호센보(報專坊) 절의 은행나무는 ‘패망의 반성’보다는 여전히 ‘불굴의 투지’를 상징하며 원폭 피해 국가의 이미지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의 상당수 보호수들이 임진왜란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 경고를 보내고, 소통의 장으로 이용되었던 역사를 생각한다면, 서천의 은행나무도 달리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천군 마산면은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곳이다.

은행나무에서도 볼 수 있는 마산면 신장리 장터는 일제의 만행에 격분한 서천인 수천 명이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이다.

두 나라, 두 지역의 은행나무는 살아남아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히로시마의 은행나무는 패망의 처참함을

서천의 은행나무는 일본 제국주의에 분개한 서천인의 해방의 기쁨을 말이다.

서천군 마산면 안당리 273-3 은행나무 1본 51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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