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삶은 소설이 아니다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삶은 소설이 아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8.1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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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2-1880)의 《마담 보바리》. 우리가 너무나 많이 알고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당시 일어난 사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은 그의 저서 《불안》에서 《마담 보바리》를 쓴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귀스타브 플로베르

사실주의 작가 플로베르
1848년 여름 노르망디의 많은 신문에 같은 내용의 짧은 기사가 났습니다. 스물일곱 살의 젊은 여자가 결혼생활의 따분함에 불만을 품고 있던 차에 사치스러운 옷가지와 살림으로 큰 빚을 지고 바람까지 피우다가 경제적인 압박과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비소를 먹고 자살을 합니다.

유족으로는 어린 딸과 근심 어린 남편이 있습니다. 남편은 의학을 공부하고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지역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신문기사를 읽은 사람들 가운데 스물 일곱살의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있었습니다. 사실주의 작가인 그는 1851년 《마담 보바리》를 쓰기 시작하여 6년 후 파리에서 출간했습니다.

권태로운 결혼생활
주인공 엠마 루오는 부유한 농가의 외동딸로 미모의 여인입니다. 조용한 시골구석 베르토에서 2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엠마는 시골생활이 싫었습니다.

한때 수녀원에서 생활했지만 그녀는 신앙의 신비에 반항했으며 충동적이고 열정적이고 허영심이 가득하여 소설 속에서 보았던 번쩍거리며 빛나는 주인공들의 삶과 그들의 뜨거운 사랑을 상상했습니다.

엠마 루오

내성적이고 범생이 의사 샤를 보바리는 어머니의 극성으로 중도에서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되었고, 결혼하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어머니의 소개로 어느 집달리의 과부로 1200루블의 많은 연금을 타는 나이가 45살이나 되는 엘로이즈와 결혼했으나 그녀는 항상 남편을 감시하고 바가지를 긁고 징징대는 여자였습니다.

이 여자는 공증인이 자신이 위탁한 재산을 갖고 배를 타고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나자 스트레스 때문인지 피 토하고 얼마 가지 않고 죽었습니다. 

어느 날 엠마 아버지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이웃 마을 의사 샤를이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됩니다. 상처(喪妻)한 샤를은 아름다운 엠마에게 한눈에 반하여 급격히 가까워졌고, 장밋빛 꿈을 가진 엠마도 샤를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샤를은 엠마에게 청혼을 하고 엠마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냈지만 샤를이 아직 부인의 상중(喪中)이라 결혼은 다음 해 봄에 할 수 있었습니다. 

엠마와 샤를 보바리

엠마의 결혼생활은 얼마 동안은 꿈처럼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꿈같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상상 속의 미지의 남자는 언제나 미남이었고, 재치가 있었으며, 매력적이었고, 남들보다 뛰어난 품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남편 샤를은 결혼하고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무런 취미가 없는 무미건조한 인간이었습니다. 처음에 엠마는 남편이 퇴근하면 입이 아프도록 조잘댔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둘 다 말수가 줄었고, 더 나아가 남편의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짜증이 났습니다. 

불같은 사랑을 사랑하다
샤를은 소설책에서 느낀 강렬한 자극을 주는 불같은 사랑을 원하는 엠마의 감정과 생각을 거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의 사랑 표현도 일상적인 습관으로 천편일률적이어서 키스조차도 시간을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녀와 남편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고, 일상적인 일이 반복될수록 부부 생활의 건조한 삶에 권태를 느꼈습니다.

결혼이란 게 이렇게 평온하다니!
내가 어쩌자고 결혼을 했던가?
내가 어쩌자고 이 남자와 결혼을 했던가?

 
우울한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엠마는 자신이 꿈꾸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고독 속에 방황하며 무언가 일속의 탈출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 부부는 남편이 치료해 준 인연으로 알고 있는 왕정복고 시대 고위직에 있었던 한 후작의 자신의 저택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초청받았습니다. 그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삶의 모습을 본 그녀는 그 무도회에 대한 추억이 하나의 하루 일거리가 되었고, 그 환영에 빠져 매사 짜증이나 불평불만을 하고 이제 가정의 모든 일들은 되는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샤를은 자기 일에 성실하게 일하고 착한 천성으로 그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의사지만 아내의 불평불만이 현재 살고 있는 이 지역의 답답함에서 온 것으로 판단하고 기분전환을 위하여 지금보다 큰 마을인 용빌 라베이로 이사하였습니다.

그녀는 거기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레옹이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고, 책과 사랑의 노래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서로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엠마와 레옹

그녀는 마음속으로 사랑했으나 그것을 밖으로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레옹도 그녀를 사랑했으나 그녀의 정숙하고 근접하기 어려운 응답 없는 사랑에 지쳐서 법률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파리로 떠납니다. 레옹이 떠난 후 엠마는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그런 후 어느 날 지역 농산물 품평회에서 바람둥이 루돌프를 만났습니다. 그는 감미로운 사랑의 언어와 밀당의 천재로 남편이 보잘것없이 보이고 증오할 정도로 엠마를 지배했으며 그녀가 자신을 데리고 어디든지 가자고 조르자 부담을 느낀 루돌프는 여러 핑계를 대며 연기하고 마침내 당신이 미래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맛볼 수밖에 없기에 사랑하기에 멀리 떠난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 사라집니다.

엠마와 루돌프

엠마가 충격을 받고 기절을 하고 기력을 잃자 아무것도 모르는 샤를은 아내를 기분전환 시키기 위하여 루앙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를 보러 갔는데 거기서 과거 환상 속에서 짝사랑했던 전보다 헌신적으로 대하는 아직 총각인 레옹을 3년 만에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파탄 끝에 비소로 죽다

더군다나 남편이 명성을 올리고 재산을 불릴 기회인 여관집 마부 안짱다리 수술이 실패로 끝나자 조롱거리와 수치를 안겨준 남편에 대한 생각과 행동 때문에 더욱더 가차 없이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엠마는 레옹과의 사랑을 숨기기 위하여 그녀의 생활은 온통 거짓말 일색이었고 레옹은 엠마의 키스와 사랑의 속삭임으로 엠마의 정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엠마는 레옹과의 불륜 비용에 모든 것을 다 바칠 것 같은 행동으로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지었으며 빚을 빚으로 갚아 눈덩이처럼 빚이 불어나자 결국 재산은 압류당하고 궁지에 몰립니다. 

레옹이나 루돌프에게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도움 주지 못합니다. 그녀는 오메의 약방에 들어가 비소를 찾아 음독으로 인생을 마감합니다. 그녀는 그 모든 배신과 천한 행동,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던 수많은 탐욕도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고, “그 누구도 탓하지 마세요”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녀의 외도를 눈치채지 못한 남편은 긴 탄식을 했습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았던 말인가? 
아아. 내 잘못이란 말인가? 
오오, 나는 정말 하노라고 했는데······. 

그래요. 사실이에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엠마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사랑을 샤를에게 고백했습니다. 샤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엠마가 가졌던 사랑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모두들 돈을 뜯어 먹으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는 하나씩 소장품을 정리하여 빚을 청산하고 나중에 거의 실성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죽습니다. 장례 후 모든 것을 다 팔아 청산 해보니 12프랑 75샹팀이 남아 있을 뿐이고, 엠마의 딸 베르트 역시 가난했기에 방직 공장에 보내져야 했습니다.

삶은 소설이 아니다 
그녀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합니다. 결혼이 참 쉽지 않습니다. 절대 식지 않을 것처럼 뜨거운 사랑도 언젠가는 식기 마련입니다. 이 사람이다 싶어서 한 결혼에도 어김없이 실망은 따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자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탈출을 꿈꾸던 몽상가 그녀는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권태를 느끼고, 오늘보다 내일, 현실보다 환상에 취해 살고 있습니다. 한순간도 행복한 줄 모르는 삶 속에서 사랑도 인생도 바람 잘 날 없이 위태롭기만 합니다. 

일상의 단조로움에 권태를 느낀다면 인간에게 안정된 삶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일상 사이에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이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는 사실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최고 철학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엠마도 “삶이란 소설이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현실이구나”라는 탄식을 했을 것입니다. 목가적인 순수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마담 보바리》가 발표된 1850년대 무렵의 프랑스 사회는 불륜이 만연했지만 막상 이 소설이 나오자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맨 첫 장에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자기를 변호하여 무죄를 이끌어낸 변호사 세나르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때부터 1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마담 보바리》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독자들이 《마담 보바리》를 읽고 엠마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무엇인가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을 바랐겠지만 정작 배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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