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自我) 의 그물
자아(自我) 의 그물
[소설가 김종보 세상읽기]
  • 김종보
  • 승인 2015.05.0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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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보 시인·소설가·칼럼리스트

[굿모닝충청 김종보 시인·소설가·칼럼리스트] 어젯밤 뉴스를 들었던 부모가 아이를 집밖에 내 보내기 전에 챙겨주는 것이 있었다. 황사마스크였다. 그런 아이가 호기심에 동산에 올라 벌레를 잡아가지고 놀다가 이유 없이 죽였다. 다시 저녁이 되어 돌아와 뉴스를 보던 아버지가 말했다.

황사는 무섭지 않다. 네가 오늘 동산에서 벌레 하나 죽인 것도 상관없다.
내가 더 무서운 것은 너를 세상에 던져 놓고 네‘이성’(理性)이 세상의 오욕에 물 들을까 걱정이다.
자식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을 견주어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살얼음판과도 같은 황사정세에 국민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위정자들의 현실을 견주어 말하기도 한 것이다.
실로 뜻하지 않은 정세 표류의 충격에 놀란 민초들이 마구 떠내려가고 있다.

4대악 범죄가 판치는 공포의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쇼크에 거리에 낙심해하는 국민들의 발걸음마저 비틀거리고 있다. 모두 황금 후예의 종말이 가져다 준 잘못된 군림의 야욕과 권력남용이 낳은 오판의 결과다.

계층을 막론하고 군림의 명예욕에 도덕성 상실까지 부채질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지위를 무기로 발 빠른 ‘권모술수’로 경쟁자를 쓰러트리고 살아남아야 하기에, 애당초 그들의 ‘자아정치사전’ 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근본이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성’(理性)은 실종되어 원초적 ‘자아’ 의 정체마저 혼돈에 휩싸여 흐르는 탁류에 눈을 뜰 수가 없다.
그 우람했던 정체성의 주춧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정계, 학계, 재계, 군 방사비리 등에 걸린 패잔병들만 나뒹굴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나리의 허리를 곧게 펴줄 의인이라 했던 사람마저 황금의 노예가 되어 이성을 잃다보니 국민의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계층 간에 고위지하를 막론하고 권력의 시녀가 되어 부정한 그물에 스스로 걸려들어 또 한 번 국민들 실망하게 만들어놓은 치부였다.

끈끈했던 거미줄에 이슬이 마르자 힘없이 나부끼던 깃발위에 너덜히 걸려있는 처참한 옷깃을 바라보던 ‘홍익’(弘益)의 석양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오늘 날 이 땅에 진정한 의인이 없단 말인가.

지금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의 분노가 용암처럼 끓어오는 국민의 심정을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권력과 재물,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언론까지 흔들어가며 국민을 통째로 우롱한 댓가를 과연 어떻게 치를 것인가.

부선장이 돛대 한 번 고쳐 매지 못하고 포구에 채 이르지도 못한 채 표류하는 모습에서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 하다.

먹잇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재계를 먹잇감으로 삼다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처절한 이 시대의 ‘돈키호테’의 최후가 안타깝다 말하기 전에, 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우리정치의 자화상이 더 부끄럽다.
이래서 이 나라 정세의 시계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개조개혁의 구호를 아무리 내 세워도, 오늘에 인재재난의 침몰은 ‘세월호’ 못지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속고만 산다는 거리의 성난 민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권력 우월주의 ‘바이러스’병을 치료해내지 못한 고질적인 병폐들을 지켜보던 국민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 성난 갈대밭에 금방이라도 불을 당기면 온 나라를 태워버릴 태세다.
하루빨리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등을 다독여주어야 한다.

아직도 4대악 갑판위에는 개조개혁의 이름하에 치워야 할 고질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정세마저 침몰해버린 잔인한 4월을 하루빨리 인양해야 한다.

‘설상가상’ 서릿발처럼 찔러대는 정세의 날카로운 비명에 국민은 불안함이 떠날 날이 없고, 메마른 광장에 신선한 아침이슬을 따다 흐느적거리는 민족의 거미줄에 다시는 추락하지 않는 인재를 안겨 줄 그날은 언제인가.

지금 양심의 자아, 진실의 자아, 정의의 자아가 모두 실종된 오늘날, 상실한 우리 자아의 거미줄과 끈끈한 인간성의 참 그물이 되어 줄 사람은 그 누구인가.
진실로 ‘삼고초려’를 찾아 나서야 할 사람은 그 어디에 있는가.
그 투망이 좀 작으면 어떠랴. 욕망의 눈높이가 낮으면 또 어떠랴. 거리마다 쓰잘데없이 불필요한 오지랖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이 땅에 오욕을 남기지 않으며 역사의 나무에 추한 ‘옹이’를 박아놓지만 않으면 되는 것임을. 그렇게도 앞이 안 보이는가.

다 좋다. 다만, 세상의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하는 황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홍익’(弘益)의 인간성을 폄하하고 말살시키고자하는 불순한 도덕성에 국민의 분노가 멈추지 않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참에 ‘무신불립’(無信不立)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스승으로 삼는 인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은 어지러운 정세에 진정한 목소리가 되어 줄 세례요한을 기다리고 있다.
황금과 명예는 서로 원수지간이 되도록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지금은 한 가닥 희망을 믿고 살아가는 국민들의 위해 진정한  도덕성의 등불을 밝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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