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경제돋보기] ‘백년지대계’냐 ‘일년지소계’냐
[신용한의 경제돋보기] ‘백년지대계’냐 ‘일년지소계’냐
신용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8.28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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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신용한 연세대 겸임교수] 최근 정부가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자마자 인재양성의 본질적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엉뚱하게도 수도권 규제완화 논쟁과 맞물려 대학의 규제를 푸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질타까지 하면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매년 1,600명의 인력(2020년 기준)이 부족한데다, 매년 대학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관련 전공 졸업생은 650명뿐이고 이 가운데 석·박사급 인재는 150여 명에 불과한 현실이기에 인재양성에 대한 절박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경제와 안보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기술개발은 물론 인재양성에 올인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시에 교육부와 산자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는데 하필 그 핵심이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동안 수도권에서는 대학을 새로 짓지도 못하고 정원을 늘리지도 못하게 했던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으로 흐르면서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고통받는 수도권 이남 대학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수도권 일극화’라고 비판을 받을 정도로 국토의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지방소멸 시대에 시름을 앓고 있는 지방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고,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지방 시대를 공약하면서 지방 대학의 인재 양성과 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초광역권 중심으로 신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메가시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기에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엇박자 정책이라며 지자체들이 반대 입장을 대놓고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의 정원은 10년 만에 5배 넘게 늘어났지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15년동안 정원이 묶여 있다가 지난해 15명이 증원돼 이제 겨우 70명이 된 것에 비추어 우수인재 양성의 절박성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안 그래도 취업률이 낮은데 수도권에 증원을 해주면 지방은 더 많은 미취업자를 양산하게 될 게 자명하므로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키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기가 옹색한 상황이다.

그나마 우수인재 양성의 대안으로 인식되어온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에도 수도권 편중이 심각해서 총 17개의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가운데 산업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모두 수도권에 있고, 소속 직원의 재교육 및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재교육형’ 계약학과만 비수도권에서 운영되고 있으니 수도권 대학 증원이 더 옹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의 반도체 투자방침은 대부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는 방향성까지 더해지다보니 지역균형발전은커녕 ‘수도권 올인, 지방은 올킬’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신용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급하다고 해서 단순히 증원만 생각할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재료공학, 기계공학, 화학과 등과 협의하여 복수전공, 부전공 등 다양한 형태로 융합적 인재를 양성하고 학·석사 통합 과정을 개설하는 방식의 새로운 아이디어도 적용해 볼 만하다. 또한 계약학과를 지역 대학에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기업들에 요청하고, 핵심 기자재를 대학에서 구입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반도체 기술연구원과 공동기계원을 만들어주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신입생의 선발부터 교육 및 운영까지 독자적인 자율성을 인정받는 영국의 ‘다이슨대학’ 모델 또한 도입해 볼 필요성이 크다.

대통령의 엄명에 화들짝 놀라 긴급히 짜깁기 방식으로 내놓는 방안이 아니라 진정한 ‘백년지대계’ 차원에서 긴 안목으로 기업 현장 투입을 위한 고급형 인재를 양성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삼성반도체대학’이나 현대자동차의 ‘미래모빌리티대학’에서도 인재들이 마음놓고 연구개발을 하고 지방대학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체계적으로 육성되는 ‘4차산업시대의 최강자’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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