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얻어 투자했는데 이노월드가 사기라니요?”
“빚 얻어 투자했는데 이노월드가 사기라니요?”
일부 피해자들 정신적 충격에 피해 인정 안해 / 경찰 “상식 밖의 배당 욕심 때문에 피해 입어”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5.05.05 23: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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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억원대 유사수신 및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노그룹('이노홀딩스', ‘이노프랜드’, ‘이노몰’, ‘이노월드’, ‘이노모바일’, ‘이노통신’, ‘이노상조’)의 계열사인 이노홀딩스 누리집.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저희 친정 엄마가 이노월드에 돈을 투자했는데 사기가 아니라고 하십니다. 경찰은 사기가 맞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며칠 전 전남 나주에서 30대 여성 A씨가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노월드 사기 피해를 입은 것 같은데 이를 인정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전화 취재를 통해 A씨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이노월드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는데 엄마가 그곳에 1800만 원가량을 투자한 것 같다”며 “오빠와 함께 사기당한 것이라고 말씀 들렸는데 엄마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엄마 B씨는 이노월드에 투자하면서 딸은 물론 주변에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B씨는 남편과 가족에게는 8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이 18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단계 유사수신을 통한 이노월드의 120억원대 사기사건은 지난 3월 31일 대전경찰이 이노월드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구속한 뒤 지난달 23일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B씨처럼 지금까지도 자신이 사기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다른 비슷한 사기사건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내가 사기를 당했을 리 없다’며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또 우리가 보기엔 사기 수법이 허술하지만 일반인들은 속아 넘어갈 만큼 이들의 수법이 교묘했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23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이노그룹('이노홀딩스', ‘이노프랜드’, ‘이노몰’, ‘이노월드’, ‘이노모바일’, ‘이노통신’, ‘이노상조’)의 통합솔루션 출범식 및 비전발표회.

사건 보도 이후에도 모 방송사 수배자 인터뷰 내보내 혼동줘

사건 보도 이후에도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경제관련 프로그램에 이노월드의 한 프로그램 개발사 대표의 인터뷰 꼭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물론 해당 꼭지는 경찰이 이노월드를 압수수색하기 전인 지난 3월에 촬영된 자료화면이었다.

A씨는 “엄마가 ‘아침에도 TV에 프로그램 개발사 대표가 나왔는데 왜 사기냐. 사기라면 어떻게 TV에 출연할 수 있느냐’며 사기를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기자에게 엄마 B씨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제발 저희 엄마에게 사실을 알려서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좀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60대 중반을 넘긴 보험설계사 B씨. 그는 경찰이 이노월드를 압수수색을 하기 며칠 전인 지난 3월 20일께 주변 사람을 통해 전남의 한 지점에 18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것도 여윳돈이 아닌 빚을 내서였다.

“얼마 까지도 포인트(배당)가 잘 들어왔는데 사기라니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 거 맞나요?”

B씨는 아직도 자신의 투자가 정상적인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1800만원을 투자했고, 하루에 약 1만 3000원가량의 배당이 포인트로 적립됐다. 월 약 40만원, 1년이면 480만원으로 정상적으로 배당이 보장됐다면 3년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B씨가 1800만원을 투자하고 받은 배당은 지난달 초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한 10여만원이 전부다. 피의자들은 투자자들이 최소금액 1개 구좌(88만원)를 소개하면 30만원, 1000만원을 유치하면 150만원을 소개 수당으로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B씨에게 경찰 수사 진행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자 그는 “사실은 4월 초부터 포인트가 나오는 전산이 막혀 있어서 배당도 못 받고 있다”며 “빚을 내서 넣었는데(투자했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망연자실했다.

▲ 지난 3월 23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이노그룹(이노홀딩스, 이노탑, 이노프렌드, 이노쇼핑몰, 이노월드)의 통합솔루션 출범식 및 비전발표회.

경찰 “전형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및 사기 범죄에 해당”

대전둔산경찰서는 지난 3월 중순 이노월드의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인지하고 수사에 들어간 지 열흘만인 그달 31일 대전 서구 괴정동의 이노월드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노그룹 송모(60) 회장 등이 이노월드와 이노홀딩스, 이노탑, 이노프렌드, 이노쇼핑몰 등 5개 계열사를 차리고 다단계 유사수신을 통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노그룹 송 회장과 김모(55) 부회장 등 5명을 구속하고, 조모(56)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회장 김씨는 이 사건의 사실상 총책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 한 달만 지난달 말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경찰에 따르면 도피 중에도 또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 억원을 받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충청지역 이모 국회의원에게 500만원만 로비했으니 금방 이번 사건이 해결된다’고 속이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노월드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2800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낸 돈은 약 12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중 약 38%인 1060여명의 이노월드 본사가 있는 대전지역 거주자들이었다.

경찰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투자금은 120억원 중 4억8300만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올해 6월이면 수익이 나와 정상적인 배당을 할 수 있었다”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피해들의 투자금 행방에 대해서도 “나는 자금을 관리하지 않아서 모른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노그룹이라고 하지만 말이 그룹이지 전체 직원이 20여명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수익을 내는 곳이 없으며 사실상 이번 범행을 위해 만들어낸 조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들은 투자자들 중 일부에게만 실제로 배당을 했는데 수익을 내서 배당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투자금으로 메꾸었다”며 “이번 범행은 전형적인 다단계 유사수신범죄이자 갚을 능력 없으면서도 배당을 주겠다고 속여 원금 손실을 보게 한 사기행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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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2021-07-21 11:30:54
현재 기업회생절차니뭐니 하고있다는데 지금 드러난 피해액만 3천억입니다. 회장은 구속됐다고는하는데 파면 팔수록... 미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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