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단일기] 도덕성-오리발-4월
[세종 교단일기] 도덕성-오리발-4월
  • 김명자
  • 승인 2015.05.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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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자 새롬중학교 교사

[굿모닝충청 김명자 새롬중학교 교사]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꿈 많던 여고시절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의 향기 중 라일락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고 싯구절을 떠올리면서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는데 왜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하며 그 의미를 묻고 찾아보기도 했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문학소녀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봄을 즐겼고 개인에게 닥쳐온 4월을 굳이 잔인한 달이라 명명하며 5월을 기다린 기억이 난다. 엘리엇(Eliot)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시를 몰라도 싯구절을 기억해서 자주 인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2015년 4월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수업 시간에 적어도 2주 이상은 “요즘 난 너네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다.” 라고 말을 했다. 마침 ‘청소년의 이해’ 단원으로 ‘도덕성의 발달’이란 소단원이었다. 교과서에는 ‘청소년기는 아동기 때와는 달리 자신의 양심이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며 칭찬이나 벌보다는 사회의 질서 유지나 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러면서 도덕적 양심에 대한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아이들은 요즘 매체에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몇 몇 아이들 입에서 오리발을 내민다고 한다. 오리발을 사전에서 찾았더니 ‘엉뚱하게 딴전을 부리는 태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들은 공인된 TV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며 한결 같이 잡아뗐다. 그리고 며칠 후에 증거가 나오거나 하면 인정도 하지 않은 채 어정쩡한 상태로 사퇴 쪽으로 가거나 연락 두절이거나 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존경할 대상이 없어졌는지 대놓고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의 직위는 붙이지도 않고 그대로 이름을 말해버린다. 할 말이 없어지면서 지식으로만, 시험의 정답만 옳게 쓸 수 있도록 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나에게는 잔인한 달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세월호’. 2014년 4월 16일의 아픔이 밀려온다. 아직도 바닷 속에 갇혀 있는 9명의 이름들이 SNS를 통해 날아들고, 그들을 위한 시, 그들을 위한 글, 그들을 위한 영정 사진, 그들을 위한 그림들. 2015년 4월,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가운데 그들의 넋은 떠돌고 있고 그들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여기저기에서 추모의 물결이 일건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의 나라란 말인가. 교사로서 그런 슬픈 현실이 나에게는 분명 잔인한 달인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 교사들도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관행이란 것으로 치부하고 침묵하고 도덕성의 잣대를 학생들에게만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성찰해야 하며 침묵이 아닌 함성으로 함께해야 한다. 함께 할 때 힘을 얻으며 그 힘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인 우루과이 무히카(임기:2009~2015) 전 대통령은 2013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입니다. 인생은 짧고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고 하며 퇴임한 대통령을 ‘페페’라는 애칭으로 그 나라 국민들은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쓴 어느 기자는 우루과이 사람들이 부럽다고 했다.
나도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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