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대통령 집무실은 하얀 코끼리?
[청년광장] 대통령 집무실은 하얀 코끼리?
계획부터 예산 책정까지 전부 엉망이었던 집무실 이전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9.04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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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태국 속담에 ‘하얀 코끼리’란 말이 있다. 태국은 국민 95%가 상좌부 불교 신자일 정도로 독실한 불교 국가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날 때 마야부인이 꾸었던 태몽이 하얀 코끼리가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기에 불교에선 하얀 코끼리를 굉장히 숭상하고 있다.

그 때문에 태국에서는 과거 국왕이 마음에 안 드는 신하가 있으면 그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로 하사하곤 했다. 불교 국가여서 매우 신성시하는 동물인데다 국왕이 하사한 동물이니 폐사하면 그 역시 무사하지 못할 터. 그 신하는 결국 어떻게든 국왕이 하사한 하얀 코끼리를 먹여 살려야 했고 그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여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체면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실익은 없고 비용만 많이 드는 애물단지를 가리켜 ‘하얀 코끼리’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도 이 하얀 코끼리 한 마리가 등장했다. 그 하얀 코끼리의 정체는 바로 지금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다. 본래 이 대통령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를 리모델링해서 쓴 것이기에 처음부터 그리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국방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데 드는 비용이 118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또 대통령실 이전과 리모델링에 252억 원, 경호처 이사비용에 100억 원,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에 25억 원 정도가 들어 총 496억 원이 든다 했다.

그러나 지난 1일 SBS가 대통령실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처음 추산한 비용보다 306억 원이 추가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그 306억 원은 어디서 튀어나온 돈인가? 다름 아닌 다른 부서의 예산을 전용해서 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대체 예산 운영을 어떻게 하기에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필자가 지금 대통령 집무실을 가리켜 ‘하얀 코끼리’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도대체 뭘 얼마나 속된 말로 삐까번쩍하게 리모델링하기에 돈이 계속 추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인가? 7월 초면 한남동 관저에 입주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금 9월인데도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 중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직도 명확한 해명을 못 하고 있다.

추가 예산을 마련한 것이 다른 부서의 예산을 전용해서 속된 말로 돌려막기한 것인데 SBS에서 보도한 내용을 따라가 보면 이렇다. 먼저 국방부는 조사 설계비 명목으로 돼 있던 예산 29억 5,000만 원을 공사비로 전용했는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행안부에서 협조 요청한 용산 청사 주변 환경정비에 필요하다”는 사유를 적었다. 국방부는 3분기에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 시설 통합 재배치를 위해 193억 원을 추가 전용할 거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공무원 통근 버스운행 예산 3억 원을 정부청사 노후시설 정비 예산으로 썼는데, 행안부 관계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비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통근 버스 임차료 예산이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3분기에도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을 위해 20억여 원을 추가로 전용했다.

경찰청은 대통령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 101, 202 경비단 이전 비용으로 11억 4,500만 원을 썼는데, 급식비 명목으로 돼 있던 예산을 돌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 대체 인력이 수사 부서로 빠지면서 남게 된 급식비”라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또 3분기에는 경호부대 이전 관련 공사비용으로 예비비 50억 원을 기재부로부터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통령실 이전에 쓰인 국방부, 행안부, 경찰청 3곳의 2〜3분기 추가 비용만 306억 9,500만 원에 달한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 이전과 부처 예산 전용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백 번 양보해서 대통령실의 설명이 다 맞다고 치자. 그런데 이 추가 비용이 여기서 과연 그칠지 의문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합동참모본부가 남현동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처음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신축 비용은 1,2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가 다시 추산한 비용은 그보다 2배 반 정도 더 큰 2,980억 원이다. 그럼 나머지 차액은 또 어떻게 충당할 요량인가? 또 이번에도 다른 부서 예산을 곶감 빼먹듯이 다 빼돌려서 충당할 것인가?

이는 결국 인수위원회 시절에 비용을 날림으로 추산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이전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는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세금 낭비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피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예산을 적게 짰다. 하지만 애초부터 현실에 안 맞는 예산 책정이었으니 결국 시간이 흘러서 지금처럼 하얀 코끼리마냥 끝도 없이 돈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들어간 추가 비용만 해도 리모델링이 아니라 관저 신축도 가능한 비용이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아까운 혈세를 이리저리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엉뚱한 돈 낭비가 발생했고 국가 안보에 공백마저 생겼다. 그리고 이 돈 낭비는 아직도 끝날 기미를 안 보인다. 하얀 코끼리처럼 말이다.

이제 와서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도 늦었다. 하얀 코끼리처럼 지금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등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사업인 이상 당장의 실익이 없어도 체면 때문에라도 중지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이제 와서 철회하고 다시 청와대로 들어간들 국민들이 ‘장난하냐?’고 비난할 소지가 크다.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심각한 단견(短見)의 소유자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SBS는 어떻게 이 내부 문건을 입수했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이것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서 유출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지 아직 넉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임기 초반인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년의 정부인 것처럼 일선 공무원들이 이렇게 함부로 정권의 뿌리가 흔들릴 비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임기 초반인데도 임기 말년의 레임덕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일이 이렇게 됐으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진지하게 자신의 주변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런 것 없이 본인 고집대로 간다면 결말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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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 2022-09-08 16:35:52
결국 하얀코끼리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불러들인 건 대한민국 국민이니, 감당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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