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을 지켰다.
전날 약속대로, 자택으로 퇴근하지 않고 비상대기하는 가운데 집무실과 지하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오가며 수시로 회의를 주재하고 상황보고도 받는 등 5일 아침까지 철야 근무를 해냈다. 지극히 당연지사이지만, 그래도 일단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홍보하는 언론보도는 지나치다 못해 '황색 저널리즘'의 한계를 또다시 드러내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 언론학 교수는 6일 "자칭 메이저는 물론 공중파 언론에 이르기까지 언론을 '참칭', 수퍼챗이나 코인팔이나 하는 수준의 개인 유튜버들보다 하등 나을 게 없는 쓰레기"라며 "한국에 제대로 된 언론은 극히 드물다"라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 비상대기하겠다”를 신호탄으로, “철야하며 상황 보고 받겠다” “윤 대통령, 바지가 달라졌다... 단단히 준비하고 오신 듯” “지자체장·기관장들과 통화하며 대비 태세 점검”에 이어 급기야 “다크서클 내려 온 윤 대통령...”이라는 보도에 이르기까지 낯 뜨겁게 하는 '홍위병 보도'가 쏟아졌다. 오죽하면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정권 선전매체였던 “대한늬우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싶다.
이 교수는 “대통령실, 태풍 대응으로 지지율 반등 계기 만든다”라는 보도를 '압권'으로 꼽았다. '귀가하지 않고 비상대기하겠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태풍에 대비하는 윤 대통령의 비장미를 한껏 부각시켰던 언론이 이같은 윤 대통령의 철야행보가 결국 '지지율 반등을 위한 노림수' 때문이었노라고 부지불식간에 속내를 까발리고 만 셈이다.
각론에 들어가면 더욱 가관. 먼저 경제전문가인 송기훈 애널리스트는 “바지가 달라졌더라…윤 대통령, 이번엔 밤샜다”라는 보도를 접하고 “불량 학생이 학교서 사고만 치다가 모처럼 하루 사고 안 친다고 모범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게 뉴스가 되는 나라가 정상이냐? 언론이 공범이다”라고 회초리를 들었다. 이어 이같은 언론을 '타락한 언론'을 뜻하는 신조어 '프레스티튜트(Prestitute: 매춘 언론)'라고 후려갈겼다. 이 단어는 '매춘(Prostitute)+언론(Press)'의 합성어다.
이형열 ‘과학책을 읽는 보통 사람들’ 대표는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도 아닌데, 남자 얼굴에 ‘다크서클’ 얘기하는 건 난생 처음 듣는다”며 “또 당연히 해야 할 일하면서 천재지변, 국민의 불행을 지지율 반등으로 연결시키는 놈들. 북한에다 총질 해달라고 부탁하는 심정이랑 뭐가 다른 거냐”고 찡그렸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상황판을 지켜보는 윤 대통령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쳐들고 뭐하나 궁금하여 대통령실에 가서 확인을 하니 상황판을 저 높은 곳에 턱 하니 올려놓았더라”며 “윤석열 정부 사람들은 저렇게 고개 쳐들고 밤을 새우는 게 가능한가 보다. '미어캣 정부'라는 별칭 하나 안겨드린다”고 꼬집었다.
한 네티즌은 윤 대통령이 지자체장·기관장들과 통화하는 장면을 보고는 “위기관리를 셀폰으로 통화하면서 한다고? 화상회의 시스템은 국 끓여먹었나?”라며 “전원은 켜진 건가? 셀폰의 자동꺼짐이 있을 수 있지만, 비상시국에 보안도 안 되는 셀폰을 쓴다?”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바지가 달라졌다…단단히 준비하고 오신 듯”이라는 보도에 대해 “바지 하나 바꿔 입었다고 없는 능력이 생기나? 바지의 힘으로 ‘힌남노’를 막겠다?”라며 “그동안 바지를 거꾸로 입은 듯 보여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더니, 대통령이 바지를 똑바로 입은 게 이슈가 되어야 하는 현실. 이젠 대통령의 아랫도리까지 국민이 뉴스로 봐야 하는 거냐”고 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