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고뇌, 그리고 행복
교장의 고뇌, 그리고 행복
  • 신명희 세종 온빛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22.09.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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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신명희 세종 온빛초등학교장]

신명희 세종 온빛초 교장(굿모닝충청)
신명희 세종 온빛초 교장(굿모닝충청)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지금 이 시간(오전10시), 이 자리(교장실)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6학년 수학여행을 위해 1학기부터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하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태풍 앞에서 출발 여부를 고민하는 과정은 교장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다른 지역 언론을 보면 수학여행 및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안전불감증이라 하고, 취소한 학교는 늑장 취소했다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어떤 결정을 내렸든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이해를 하면서 나 또한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연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막상 결정을 앞에 두고 고민되는 부분들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6학년 아이들은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현장체험학습 한 번 가보지 못한 가슴 아픈 친구들이라서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면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단순하게 결정하고 진행하면 만사 오케이고 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이 제일 쉬운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자는 늘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하고 아이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우리학교도 태풍을 앞에 두고 수학여행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서 많은 협의와 고민을 하였다.

월요일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 주 금요일 아침부터 긴급회의를 하였다. 아직도 태풍의 경로는 확실하지 않았고, 호텔, 식당, 버스 등 운영에 대한 결정을 최소한 금요일에는 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취소할까?’ 매 순간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진행해야겠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울 경기지역이니까?, 태풍의 반경이 280km로 서울 경기는 영향이 적다고 하니까?, 5일은 비가 오지만 6일 오전에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니까? 등….”

그래서 5일 실외 활동을 모두 실내로 변경하고 6일은 최악의 경우 호텔에서 실내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진행하였다. 그래도 주말 내내 태풍에 대한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음은 불편하고 아직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은 계속되었다.

일요일 저녁에 학부모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학부모님들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걱정은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나와 같았다. 취소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잠을 청하였지만,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끝이 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교장의 자리가 이렇게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아침에 일찍 학교에 출근하니 몇몇 아이들도 벌써 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취소할까 고민 많이 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취소 못 했어.”

“교장선생님! 너무 잘하셨어요” 아이들의 뻔한 대답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위로가 되었다.

교감선생님이 보내주신 쾌청한 하늘 모습의 사진과 취소했으면 어쩔뻔했냐는 학부모회장님의 전화와 격려를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노심초사했던 교장의 고뇌는 온데간데없고 교장으로서 다시 한번 보람과 행복을 느껴본다.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느라 고생한 6학년 부장님과 선생님들, 걱정해 주신 온빛초 식구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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