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술래] “유독 이직이 잦은 당신, 혹시 성인 ADHD는 아닌가요?”
[건강술래] “유독 이직이 잦은 당신, 혹시 성인 ADHD는 아닌가요?”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 건강 칼럼
불안장애‧기분장애 등 동반되는 경우 많아… 공존 질환 치료 필요
약물 치료에 행동 치료 병행하면 효과적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9.1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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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유성선병원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자료사진=유성선병원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ADHD는 과거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겨졌지만, 실제 아동 ADHD의 3분의 2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ADHD는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을 비롯해 대인관계에도 문제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불안장애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의 도움말로 성인 ADHD 진단법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곽숙영 전문의
곽숙영 전문의

30대 남성 A씨는 잦은 이직을 하며 우울한 느낌이 들어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업무상 실수를 자주 했고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에게는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해서 갈등을 빚곤 했다. 아동기에 관해 묻자, 초등학생 때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 못했고 숙제를 미뤄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A씨는 성인 ADHD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주의 집중력이 개선됐고,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면서 우울감도 함께 호전됐다.

과거에는 ADHD를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아동 ADHD 3분의 2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되는데, 국내 환자 치료율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저조했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6년부터 진단 및 치료가 크게 늘었다. ADHD 증상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지만 증상 발현 양상에 개인차가 크며, 성장에 따라 과잉행동은 줄어들고 부주의와 충동성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워, 한 가지를 주제로 한 대화를 유지하기 힘들고, 책을 읽고 공부할 때 딴생각에 쉽게 빠져들며,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잃어버리며 약속, 마감 날짜, 앞으로 할 일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과 생각을 말해서, 눈치 없고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생활에서 종종 불화를 겪고 자녀를 양육할 때 인내심을 갖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의심이 된다면 가장 간단한 선별도구로 성인용 ADHD 자기-보고 척도(ASRS)를 해볼 수 있다.

유성선병원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ASRS-V1.1 파트 A. 사진=유성선병원 제공/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검게 칠해진 문항 수가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일 가능성이 매우 크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ADHD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면담, 검사, 행동평가척도가 있는데, 이중 면담이 가장 중요하다. 주의산만 증상과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12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됐을 경우 ADHD 진단이 가능하다.

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불안장애,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등을 함께 앓는다. ADHD 증상으로 인해 자주 실패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을 경험하며, 우울하고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과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자 충동적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존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하고 ADHD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ADHD 치료를 하면서 공존 질환이 함께 호전되지만, 공존 질환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ADHD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며 유전성이 높은 질환이다. 성인 ADHD 일차 치료로는 약물요법이 권장되며, 메틸페니데이트 서방형 경구제(콘서타)와 아토목세틴 경구제(스트라테라)가 국내에 허가돼 있다. 가설적으로 ADHD 환자의 전전두엽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회로에 불균형이 있고, 이러한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증가시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증상을 개선해 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ADHD 약제를 복용하면 주의력과 기억력이 개선되며,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ADHD 치료 약을 먹어보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인지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비환자군에 사용하지는 않으며, 불면, 빈맥, 식욕 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다.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DHD 환자들의 약점인 시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인지행동 치료 회기를 갖는데, 목표를 세우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성공하면 스스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다. 또 충동 조절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연습하도록 해, 환자가 멈추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ADHD 특유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하게끔 하고, 의사소통 기술을 교육하기도 한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발산적인 사고에 능하고 창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지닌다. 어떤 연구자들은 역사적 인물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스로 성인 ADHD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례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치료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안심하고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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