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끝이 없는 외교실책
[청년광장] 끝이 없는 외교실책
미국 로비업체까지 고용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9.2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관으로서 불명예스럽게 첫 번째로 중도하차한 인물은 교육부 장관이었던 박순애였다.

그녀가 불명예스럽게 취임 34일 만에 하차하게 된 이유는 음주운전을 비롯한 개인 처신 문제와 뜬금없는 학제개편안으로 국민 여론을 벌집 쑤신 듯이 헤집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두 번째로 중도하차할 인물이 보이는 것 같다. 바로 외교부 장관 박진이다.

충격적인 보도가 27일에 KBS에서 나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게 막대한 타격이 갈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된 보도였다.

외교부가 무려 수십억 원을 들여 미국 로비업체들까지 고용해 놓고도 관련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일은 속된 말로 등신 같이 처리한 셈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 관련 사항, 법안이나 제도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올해 미국의 5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23억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동향 보고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국회 대면 보고에서 “인플레 감축법이 7월 27일 공개될 때까지 전혀 몰랐고, 자문회사를 통한 동향 파악도 못 했다”고 인정했다.

8월 7일 상원에서 통과된 뒤 현대차에서 연락이 왔고, 모니터링을 지시한 사이 하원 통과(12일)가 됐다고도 했다. 인플레 감축법의 전신 격인 이른바 ‘더 나은 재건법’ 발의 당시엔 “수시로 자문을 제공받았다”면서도 “자문회사가 재건법만을 특정해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미 의회 동향에 대한 일반적 보고는 받았지만, 정작 우리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은 상세히 보고받지 못한 셈이다.

외교부 장관 박진은 지난 16일에 “이런 IRA 법이 나올 것은 저희가 구체적으로 예상은 못 했습니다만 이게 이제 갑자기 이뤄졌습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8월 7일 직전인 4일 펠로시 하원 의장이 방한했는데, 이 기간에도 외교부는 감축법 영향에 대한 분석을 미처 다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감축법에 대한 상세 논의가 발표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리 법안 공개부터 통과까지 이례적으로 빨랐다고는 하지만 미국 로비 업체까지 고용하고도 결과적으로 국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거기다 이 미국 로비 업체를 고용하는데 들어간 돈은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이다.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국익을 챙긴 건 없다. 우리가 미국 로비 업체들 배 불리려고 힘들게 일해서 세금 내는 줄 아는가?

그 5개의 로비 업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면 그 업체들이 능력이 검증된 회사인지 아닌지는 분명히 알아봤어야 했다.

유능한 회사인데 이례적으로 법안이 빨리 통과되어 동향 파악이 한 발 늦었던 것인지 아니면 능력이 형편없는 회사인데 그저 우리 정부 돈을 받아챙기려고 사기를 친 것인지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 당사자인 박진 장관은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하며 마치 자신이 정쟁의 피해자인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속담에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 말이 있다. 

당신의 해임건의안 제출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일 처리를 형편없이 하고 왔기 때문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다 묻혀서 그렇지 이번 해외 순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엉망진창이었다.

영국에선 ‘조문 없는 조문 외교’로 빈축을 샀고 그렇게 바짓가랑이 붙들다시피 하며 진행한 한일정상회담은 태극기도 걸려 있지 않은 ‘30분 약식 회담’이었다. 한미정상회담은 아예 성사조차 안 되고 그저 얼굴 한 번 보고 끝났다. 그런데도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단 말인가?

국민의힘은 그들대로 외교부 장관이자 같은 당 동료 의원인 박진 장관을 챙기기 위해 ‘거대 야당의 횡포’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 억지는 이제 그만 부리자.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당시 당신들이 늘어놓은 갖가지 억지만으로도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지금 박진 장관은 엉성한 일 처리로 국격을 실추시켰고 국익을 훼손한 자다. 오히려 당신들이 먼저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서 박진 장관에게 따끔하게 매를 들어야 마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할 생각을 하지 말라. 오히려 이런 때인수록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단행해 박진 장관을 내쳐야 한다. 국익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장관이 여당 소속이냐 야당 소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잘 했느냐 못 했느냐가 이번 해임건의안의 핵심이다.

일을 못 했으면 장관이 여당 소속이든 야당 소속이든 당연히 내치는 것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왜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것인가?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국민 모두가 수구 정당이 수권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당이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그들이 수구 정당이 아닌 보수 정당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철 지난 냉전 시절 사고방식에만 머물러 그 시각으로 노년층 유권자들을 선동해 표를 받고 또 그 시각으로 외교를 하여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주된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 문제는 어떻게 억지로 참을 수 있다지만 국제 정세는 억지로 참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제 정세는 한 번 틀어지게 되면 다시 그걸 회복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든 파괴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만 그걸 다시 복구하는 건 굉장히 장구한 세월을 요한다. 투표 한 번으로 인해 이렇게 모든 것이 달라져버렸다. 그만큼 투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끝으로 박진 장관에게 김광진의 명곡인 〈편지〉를 선물하도록 하겠다.

박 장관. 정말 이젠 여기까지가 끝인 것 같다. 당신에게 양심이란 것이 서 푼 어치라도 있다면 강제로 끌려내려오기 전에 먼저 스스로 제 발로 물러나서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키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