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부산시장은 BTS의 등골브레이커?
[컬처 인사이트] 부산시장은 BTS의 등골브레이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9.2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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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부산 공연 포스터.(연합뉴스 게재 사진 일부 캡처)
방탄소년단 부산 공연 포스터.(연합뉴스 게재 사진 일부 캡처)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처음 논란은 숙박료였다. 지난 8월 부산 숙박 요금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뛰었다. 10월 15일 부산 공연이 알려지면서 숙박 요금이 뛴 것이다. 웬일인가 싶었다. 팬들은 이렇게 많이 뛰어도 예약을 해야 했다. 방탄소년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에도 부산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했지만, 이렇게 비싸게 오르지 않았다. 2019년 이틀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 미팅 콘서트를 무사히 했다. 그동안 더 명성을 얻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더 많은 팬이 오려 하기 때문인가. 그것보다는 방탄소년단 관객동원 숫자였다.

부산시는 10만 명의 관객들에게 무료로 콘서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기껏 5-6만 명이 가능한 공연 전례보다 숙박 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숙박업계의 이기심을 자극했다. 현실적으로 올려받는 것은 시장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을 속이지만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관련법의 한계를 이미 알고 있다. 팬들 처지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몰린다는 점에서 예약을 서둘러야 했다. 이미 오른 상황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10만 명이라는 숫자는 허황하였다. 지자체들은 대개 행사에 관객동원 수로 성공을 자평하려 한다. 부산시장 처지에서는 관객동원을 통한 영상 그림을 구성하는 데 좋겠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 정치적 치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에 부산 시내에는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결정 과정은 의욕만 넘쳤다고 보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공연 장소가 애초에 기장군 일광읍 옛 유리공장 터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무런 공연시설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더 열악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부산에서 너무 외곽이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한참 이동해야 한다. 더구나 도로는 좁고 보행자를 위한 안전이 위협당하는 곳이었다. 대중교통으로 버스와 지하철은 10만 명의 교통량을 수용할 수 없었다.

공연에는 편의시설이 필요한데 기반 시설조차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가장 기초적인 화장실도 최소 수백 개 이상 필요한 데 아예 없고 차후 이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방탄소년단 팬은 대부분 여성이다. 남성용 화장실과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후 사업 계약에 따라 특정 업체와 개발 호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이 또한 방탄소년단의 명성에 숟가락을 얻는 것이다.

비난이 빗발치자 부산시는 장소를 급하게 바꾸게 된다. 이번에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이다. 이곳은 5~6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 10만으로 사이즈를 키워 놨기 때문에 경기장 밖에도 많은 팬이 몰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숙박료 등은 떨어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드 경기장은 2020년 8월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보아 천장 상위에 9장이 뜯겨 나갔고, 아직 복구하지 못했다. 내년 상반기에나 복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천장이 찢긴 대로 공연을 해야 한다. 임시 가막을 하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몇 억 원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해졌다.

글로벌 팬들은 이러한 처참한 공연장 모습을 그대로 볼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세계적인 공연을 주름잡아온 방탄소년단 공연에서 말이다. 주변에 산이 있으므로 이 찢어진 틈 사이로 공연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이런 와중에 공연비용을 모두 방탄소년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은 더욱 불쾌함을 느껴야 했다. 많은 공연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출연료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문화콘텐츠에서 보몰의 법칙(Baumol's law)상 당연한 노릇이다. 하지만 이 출연료를 무보수로 이바지한 방탄소년단이다. 그런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공연비 70억 원조차 소속사에 전가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자아냈다.

또한, 기업들의 후원과 스폰서를 정부가 하도록 했다. 기장군 일광 무대 공연은 더 많은 비용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안도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이에 더해 온라인 스트리밍 송출까지 해야 하므로 비용은 다른 공연보다 부담이 된다.

이렇게 소속사와 기업들에 비용을 전가하게 되면 팬들은 무료로 편하게 볼까. 물론 숙박비 인상의 요소가 이미 등골 브레이커가 되었다. 무료 티켓은 그냥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각 이벤트를 담당한 기업들이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있다. 8천 원에서 만원 넘는 응모 비용을 내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콘서트 비용을 내지 않고, 교통안전 질서 관리만 한다. 부산의 명소에는 많은 팬이 소비할 것이고,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위해 방탄소년단과 팬이 애를 쓰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2030부산세계엑스포유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열정페이나 등골 브레이커처럼 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마치 70~80년대 동네에서나 하던 국가 동원형 이벤트다. 그야말로 은폐와 불투명 시대의 흔적이 배어있는 문화 지체 현상이다.

지금은 21세기 전 세계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투명하게 보고 있다. 체계적으로 치밀하며 꼼꼼한 계획과 준비가 이뤄졌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런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소속사가 부산시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가 있다고 국민은 생각하고 있다. 섣불리 병역 특례를 전제로 이런 무모한 일이 벌어졌다면, 향후 2030세계 엑스포 유치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책임한 정치적 공약(空約)의 남발은 신뢰 자본을 저해한다. K 콘텐츠와 스타일은 세계적인데 정치가 과거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것은 발목을 잡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밥숟가락을 먼저 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중에 얹는 행태는 문화적 단절이 필요하다. 당장에 어떤 소기의 성과보다 방탄소년단이 쌓아 올린 금자탑에 누가 되지 않고 아미들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전 세계 청춘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 악순환으로 피드백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보자. 글로벌 청춘들이 부산에 와서 공연을 보기 위해 아니면 온라인으로 보기 위해 드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물가 시대에 밥을 굶어가며 마련한 피 같은 돈이다. 국가와 정부가 민간에 편취를 하면 나라가 부자가 될 수 없고 팬과 국민, 세계인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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