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 ‘詩’를 통해 재탄생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 ‘詩’를 통해 재탄생
시인 박현 ‘승냥이, 울다’ 두 번째 시집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5.1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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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장례식장 주차장
한 떼의 펭귄이 열을 맞춰 걷는다
선두의 펭귄은 다리를 전다
대학생 막내에게 도가니를 빼먹였을 터이다
가슴을 움켜쥔
파마머리 펭귄은
벌이가 시원찮은 아들 탓에
밤봇짐을 싼 큰며느리를 어르느라
간과 쓸개를 빼먹였을 터이다
입을 오물거리는 합죽이 펭귄은
발정 난 둘째에게
하늘의 이치를 가르치느라 데려온
베트남 새아기에게
금니를 빼어 먹였을 터이다

-중략-

승냥이, 운다
동냥젖으로 키운 승냥이
부러진 어미 날갯죽지
살집 살피며 목청 높여
건울음 운다.

<박현 ‘승냥이, 울다’ 中>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오직 가족들을 위해 굳세게 살아 온 우리의 아버지 이야기로 수많은 눈물과 감동을 이끌어 냈다. 

그에 앞서 지난 2009년 첫 시집 ‘굴비’를 통해서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노래해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았던 시인이 있다. 바로 박현(본명 박종덕)이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승냥이, 울다’(천년의시작 출판)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그의 시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회한이 교차하고 있다. 비루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아버지들,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애증이기도 하다.   

그런 속에서 시인은 불의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함께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중한 성찰도 잊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세계로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성찰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시인은 “박현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상징적 아버지에 대한 거부와 저항, 그리고 실재적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경탄이라는 해소할 수 없는 이부작 드라마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인은 “어떤 시인은 우리가 관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지게 하는데, 특히 박현의 시에선 기이하게도 ‘시대’라는 관념이 물질로 변하는 경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통해 다시 돌아온 박현 시인의 ‘승냥이, 울다’, 꽃바람 휘날리는 봄길에 다시금 잔잔한 감동을 더하고 있다. 

한편, 박 시인은 1970년 충남 예산에서 출생하였으며,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7년 ‘애지’를 통해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굴비’, 저서로 ‘김남주 문학의 세계’(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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