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자유 없는 자유민주주의
[청년광장] 자유 없는 자유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10.0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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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2등 상인 금상을 차지한, 한 고등학생의 작품인 ‘윤석열차’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필자도 어릴 적에 보았던 영국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데 꼬마기관차 토마스의 얼굴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그렸고 기관실엔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 그리고 법복을 입은 네 사람이 칼을 들고 그 열차에 탑승해 있는 그림이었다.

아주 훌륭한 만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지의 서라백 작가가 그린 만평 못지않게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이었다. 필자는 그 그림의 의미를 마치 윤석열 대통령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듯한 김건희 여사와 제멋대로 폭주하는 검찰 및 법원 등 법조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필자의 해석이 작가 학생의 의도와 부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윤석열차’ 그림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고 한다. 정치적인 주제를 다뤄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진흥원에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문체부 측은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면서도 “정부 지원을 받으며 정치색이 담긴 작품에 상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참 가지가지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지금 문체부가 하는 짓은 심의도 아니고 검열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도대체 ‘윤석열차’ 그림이 무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는 말인가? 이것이 바로 풍자이다. 해학과 풍자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예술 표현 기법 중 하나였고 풍자의 대상은 사회 기득권층이 주 대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판소리가 원작인 소설 〈배비장전〉은 앞에서는 점잖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본능에 충실한 위선적인 양반의 모습을 풍자한 풍자 소설이다. 연암 박지원의 명작인 〈양반전〉 역시 일이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허례허식에 찌들어 살고 무위도식하는 양반들을 비판하고 풍자한 소설이다. 이렇게 해학과 풍자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예술 기법이었다. 그리고 이 해학과 풍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모두 사회 기득권층들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을 이렇게 풍자했다고 해서 문체부에서 압력을 넣는 것은 무엇으로 봐야 하나? 보수 정부는 언제나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늘 ‘자유민주주의’와는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자면 박정희 정권 때는 ‘미풍양속’이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장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단속했고 또 미니스커트도 엄중히 단속했다. 도대체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는 것과 장발로 다니는 것이 무슨 미풍양속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아무 쓰잘데기 없는 문화 탄압일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중가요도 심의, 검열의 대상이었다. 가수 송창식 씨의 명곡인 〈왜 불러〉, 양희은 씨의 명곡인 〈작은 연못〉 등도 석연찮은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을 정도다. 나라가 제멋대로 노래 가사까지 탄압을 하는 게 ‘자유’라고 할 수 있는가? 거기다 외국어로 된 그룹 이름까지도 전부 못 쓰게 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한국 힙합 1세대 래퍼 Tiger JK의 어머니 김성애 씨가 소속되어 있었던 그룹명은 본래 ‘와일드캐츠’였는데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 강제로 ‘들고양이’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해야 했다.

민주화가 된 이후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지금은 종영된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 콘서트에서 심현섭 씨가 매주 김대중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크게 재미를 준 바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김상태 씨가 노무현 대통령을 패러디한 ‘노통장’ 캐릭터로 크게 재미를 주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본인을 이렇게 패러디한 모습에 매우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KBS 사장 정연주 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불법 해임되고 이병순씨가 새로이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이민박’이란 캐릭터가 있었다. 그 캐릭터는 안윤상 씨가 연기했다. 하지만 이 ‘이민박’ 캐릭터가 방송에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 독자들 대다수도 처음 들어본 캐릭터였을 것이다. 당시 시청자들은 그저 방송이 끝날 때 안윤상 씨가 정장 왼쪽 주머니에 ‘M.B’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모습밖에 못 봤다.

노무현 대통령의 패러디 캐릭터 ‘노통장’이 봉숭아 학당 간판 캐릭터로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패러디 캐릭터 ‘이민박’은 매주 통편집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인가? 다른 게 아니다. 그 ‘이민박’ 캐릭터가 나온 시점은 이명박 정부 초기였고 그 때 KBS는 이미 이명박 정부에 장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낙하산으로 사장이 된 이병순씨의 입김 때문에 개그콘서트 PD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이민박’은 통편집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안윤상 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방송에서 선보일 수 있게된 건 2011년 이명박 정권 말기 때 ‘슈퍼스타 KBS’ 코너에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문체부가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것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과잉 충성으로 인해 헌법이 침해되는 것은 묵과할 수가 없다. 이건 노골적인 문화 탄압이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인간인 이상 자신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이나 그림 등을 보면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公人)이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희화화되는 처지가 되었으면 진지하게 본인을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 기관은 대통령 풍자 만화에 대해 발끈하기보다는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는 것이 임무다. 지금 윤석열 정부 당신들이 하는 짓이 바로 독재고 문화 탄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국회에는 표창원 전 의원의 도움으로 박근혜를 풍자한 그림인 ‘더러운 잠’이란 그림이 게시된 바 있었다. 프랑스 천재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걸작인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인데 이 그림은 당시 국회를 습격했던 수구 단체들의 만행으로 인해 훼손되었다. 감히 자신들의 아이돌(?)인 박근혜 전 대통령를 모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문체부가 하는 짓이 그 당시 태극기부대가 했던 짓과 무엇이 다를까? 대통령은 풍자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문재인 정부 당시에 수구 단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그림이나 영상을 한 두 편 제작한 게 아니다. 하지만 필자 기억으론 정부 차원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반발이나 욕설이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에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UN 총회에서 무엇 때문에 뻔질나게 ‘자유’를 들먹거린 것인가? ‘윤석열식 공정함’으로 조국 장관 일가를 난도질하더니 이젠 ‘윤석열식 자유’로 고등학생 작가를 탄압할 요량인가? 필자는 도무지 당신 기준의 공정함과 자유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따위로 할 것이라면 더 이상 ‘자유’를 그 입으로 거론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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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2022-10-06 10:12:16
표현의 자유?
########
문죄인 리죄명 여죄 추궁하면 벌떼처럼 달려들면서
윤석렬이는 동네 북처럼 잘도 두드리는구나
그러면 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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