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尹정부, 자기 배반의 ‘카툰 논란’ 일으키기
[컬처 인사이트] 尹정부, 자기 배반의 ‘카툰 논란’ 일으키기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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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 자료사진.
'윤석열차'.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22년 6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에게 격려의 말을 이렇게 했다.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아울러 문화예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현대 문화예술정책에서 핵심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내포하는 문장이다. 이는 지원 주체와 피지원 주체의 사이를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정책 원칙으로 독립성의 확보를 통해 문화예술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원칙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의 문화 예술인들은 정부 기관과 관료의 간섭과 통제를 원하지 않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했다. 이에 1946년 영국예술위원회(Art Council of England)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천명한다.

시간과 환경은 변화했지만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맥락 속에서 지켜져 온 정책이고 윤석열 정부도 앞서 칸 영화제 발언을 통해 보았듯이 이러한 원칙에 동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우 오랫동안 이 원칙에 따라 문화예술지원 정책을 시행해 왔다. 당연히 모든 정책 시행과 의사결정은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부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금상작에 관한 문화체육부의 개입은 이러한 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기관경고를 내렸고, 후원 명칭 삭제 조치를 예고했다. 이러한 조치를 하는 이유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102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수상작에 장관상 명칭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팔길이 원칙에 따른다면 예산이나 후원 지원을 한 이상 구체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체부가 후원 명칭 사용 결격 사유로 문제로 삼은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 훼손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이 공직에 있는 인사를 카툰의 소재로 삼은 것은 표현의 자유이나 예술의 자유차원에서 보장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특정 이해관계자가 아니고 학생이 자유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진흥원이 일방적으로 선정한 사항도 아니다.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구성해서 그들이 금상 작품으로 선장을 했다.

문체부의 해석 행위는 자율적인 심사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는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문제 제기이며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다른 카툰을 해당 학생의 작품이 표절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해당 건은 2019년 6월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에 실렸는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얼굴이 기차에 걸린 그림이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이 그림을 학생 작품이 표절했다는 지적은 합리적이지도 설득력도 없다.

일단 기차의 캐릭터 형태는 미국의 만화 토마스 이래로 하나의 클리셰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양식이다. 영국과 한국의 두 그림은 하나는 일러스트 즉 삽화이고 국내 학생 작품은 카툰 즉 만평이다. 영국 작품은 단순히 상황을 설명하고 있기에 삽화가 맞다. 학생 작품은 풍자적 측면에서 강한 메시지를 갖고 있어서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면면히 상당히 압축적이고 은유적이다. 자신만의 강한 정치적 주제의식에 따르는 패러디에 더 가깝다. 또 영국의 열차 그림은 한 가지 사안 즉 브렉시트에 관한 것이지만 국내 학생 그림은 여러 사안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보리스 열차는 윤석열 기차와 기종이 다르다. 창문이나 형태에서 열차 칸의 모습도 다르며 열차의 앞머리는 물론이고 기관차 위에 배기 가스관의 위치도 다르다. 기차가 질주하는 방향도 다르고, 심지어 철도의 모습도 다르다. 기차가 붕 떠 있지만, 그대로 붙어있는 모습까지 다르다. 한국의 열차는 멀리 기차 레일까지 보이지만 영국의 기차는 그렇지 않고 제한적이다.

기차가 폭주하는 가운데 앞에서 놀라는 모습의 사람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을 배치해서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 즉, 국민 속으로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보리스 열차는 그러한 설정과 연출이 전혀 없다. 단순히 폭주하는 기관차에 트럼프로 보이는 인물이 석탄을 퍼 넣고 있는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한국의 열차는 방향도 없지만, 영국의 기차는 방향성이 있다. 즉, 영국 기차는 표지판이 있어 일정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한국의 학생 작품 속 열차는 방향 표지판이 없는 점이 다르다. 다만, 영국 기차는 그 속도 때문에 관련자들조차 매우 놀라는 모습이다. 한국 작품 속 승객은 행복한 모습이고 신이 나 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은 물론이고 최근 유엔 연설에서도 자유를 매우 많이 강조했다. 그 자유가 자의적인 개입을 말하는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다. 국가권력 집행의 자유가 자의적이고 나아가 폭주할 때 국민의 표현과 예술의 자유는 위축된다.

더구나 2021년 12월 8일 대선후보 시절 “대개의 경우는 정치와 사회와 힘 있는 기득권자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가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라며 자신은 코미디 프로가 없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 없애는 것 자체는 정치권력의 영향력 때문인 것 같고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런 생태계가 잘 커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하여튼 걱정하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이것이 대통령의 뜻인데 문체부는 헤아리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앞선 개입 조치 등을 통해 국민에게 걱정을 매우 많이 하게 한다.

최소한 그동안 지켜왔고 그렇게 하겠다던 문화예술지원책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무너진다. 박찬욱, 봉준호, 황동혁 그리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등 수많은 한류 현상을 일으키는 K 콘텐츠는 간섭 없는 문화예술정책의 소산이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인식과 풍자적 작품의 창작이 그 원동력이며 이에 나설 수 있는 신예들이 발굴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체부의 할 일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각인해야 할 시점이다.

아니 국민은 물론이고 문화 예술인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살아있는 권력도 풍자할 기회를 청년들에게 박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할 일은 족하다. 따라서 이번 문체부의 조치들은 철회돼야 문화예술정책 기조는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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