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일구이언이 일상인 대통령
[청년광장] 일구이언이 일상인 대통령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보육도 이젠 각자도생으로 돌리나?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10.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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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자고로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에겐 그 말이 예외인 것 같다. 그의 일구이언(一口二言)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지만 이번엔 정말 심각할 정도다.

지난 9월 27일에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어린이집을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의 보육 책임”을 강조한 바 있었다. 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을 하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식언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491억 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9.3%(117억3,300만 원) 삭감됐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6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어린이집 시설 개선 예산도 10% 감소한 건 물론, 장애아동 시설 관련 예산도 10%나 삭감됐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6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책은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저출생으로 인한 아동 인구 감소와 지난해 어린이집에 많은 재원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23년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 목적에 대해 “부모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지원해 공공보육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명시했다. 예산 삭감 이유와 사업 목적 설명이 상충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복지부에서 밝힌 예산 삭감 이유는 적절하게 갖다 붙인 변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년 처음 시행하는 ‘부모급여(만 0·1세 각각 100만 원, 50만 원, 내년에는 각각 70만 원, 35만 원 지급)’를 위해 보육 관련 사업 예산을 대부분 삭감한 것으로 해석한다.

복지부는 영아수당을 확대한 부모급여 사업에 약 1조6,000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 해(영아수당)보다 366% 증액된 규모다. 부모급여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는 만큼, 정부가 보육 정책 기조를 공공양육에서 ‘가정양육’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복지부장관 조규홍은 “(두 살도 안 되는) 어린 영유아는 집에만 있는 줄 알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에 대해 “가정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 0세 아동의 95%는 가정에서 양육하고,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느는 추세”라며 “부모가 집에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에 대한 제도 개선 없이 부모수당을 확대할 경우 ‘아이를 더 낳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는 “100만 원이나 되는 부모급여로 아이를 집에서 직접 돌보는 가정이 늘어날 경우 가정 어린이집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정작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는 근처에 아이를 맡길 시설이 줄어 오히려 저출생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실을 알린 전혜숙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 하고 어린이집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이는 맞벌이 부부와 저출생 현실을 외면한 정책으로,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우려면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볼 때 정부가 과연 현실의 자녀 양육환경에 대해 심도 깊은 고려를 하고 내놓은 정책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실체 없는 과학방역부터 시작해서 이 정부의 행정은 하나부터 열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卓上行政)이다. 이런 탁상행정을 내놓을 것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국가의 보육 책임”을 그렇게나 강조했던 것인가?

이런 정부의 방침에 학부모들도 단단이 뿔이 났다. 11일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이용하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 뉴스를 공유하며, 분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에서는 거창하게 국가가 보육을 책임질 것처럼 떠들어놓고 뒤에선 뒤통수를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복지부는 부랴부랴 설명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국공립어린이집 신규 건립시 배정되는 예산 편성 방식이 변경되고 어린이집 리모델링 지원 단가가 높지 않아 총액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집행 효율성을 도모하다 보니 전체 예산이 감소했지만,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의지는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지부가 밝힌 내년도 확충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540개소로, 올해 확충된 552개소에 비해 다소 줄었다.

보육 현장에선 당연히 이 같은 복지부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대표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양육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사각지대 없이,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이라며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낮추고, 간식비를 인상해서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노후된 시설을 보수하는 등 보육 환경을 개선시킬 일이 굉장히 많은데 예산 확충은커녕 축소라니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수가 줄었다고 해서 아이들의 보육 환경을 나몰라라하는 게 국가의 책무냐는 반문이다.

부모들은 이번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이 ‘공공양육’에서 ‘가정양육’으로 보육정책 기조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 아니냐며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렇게 한다면 정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시대적 정책이라 볼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 어머니 시절에만 하더라도 여자들은 회사에 입사를 해도 승진에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여자들이 최대로 승진할 수 있는 직급은 대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함과 동시에 퇴사해야 했다는 말도 들은 바 있었다.

지금 부부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 양육’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당장 맘카페 등에서 “부모급여 얼마 쥐여주고, 어린이집 예산은 줄이고 결국 집에서 아이 키우라는 건데 맞벌이들은 어쩌라는 거냐” 혹은 “가정양육 좋다. 그런데 아이 키우다 경력단절된 여성들은 언제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나요” 등의 반응이 나오는 판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가정 양육을 하게 되면 결국 회사 다니는 여자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게 몇 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 년 동안 경력이 끊기게 되면 소위 말하는 ‘경단녀’가 되어 재취업이 굉장히 힘들어진다. 직장 생활을 유지하려면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게 되는데 요즘은 노인들도 손주 보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손주들 돌보느라 자기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할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 때우는 노인들도 있지만 알차게 실버 라이프를 즐기는 노인들도 많다.

이들에게 자식들이 손자를 떠맡긴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그들이 달가워할까? 이런 점에서 볼 때 ‘가정 양육’은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는 복지부의 해명과 달리 이 삭감된 예산이 또 대통령실 리모델링 비용으로 전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미 일전에 지적했듯이 대통령 새 관저는 하얀 코끼리처럼 돈이 끝도 없이 들어가고 있는데 세종특별자치시에 제 2 관저를 또 짓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5월 말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했건만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중순인 지금도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 중이다.

그리고 하얀 코끼리처럼 들어가는 돈은 죄다 다른 정부 부처의 예비비, 장병들과 공무원들 급식비 등 여러 곳의 예산을 곶감 빼먹듯이 빼돌려서 충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연 이것이라고 예외겠는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가 없다. 예산 삭감 이유와 사업 목적이 충돌하는 이상 복지부의 해명은 참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번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이 대통령실 관저 리모델링 비용으로 충당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 아닌가 강력하게 의심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복지부는 반드시 왜 무엇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을 삭감하는 것인지 분명하고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해주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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