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5] 가을 낭만이 느껴지는 은행나무...당진시 송악읍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5] 가을 낭만이 느껴지는 은행나무...당진시 송악읍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0.1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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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전국의 도시마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수나무로 교체 중이다.

매년 가을, 은행나무 암나무가 식재된 도처에서 고약한 냄새와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열매로 지자체는 민원 몸살에 시달려야 했다.

그동안 열매를 털어내는 장치를 이용해 미리 은행을 수거해 보기도 했고, 은행나무 천연 낙과를 유도하는 천연생장 조절 약제도 만들어 뿌려보기도 했지만, 은행나무에 대한 민원은 끊이질 않았다.

도시 공해를 막는 일등 공신이면서 도시 경관을 풍요롭거나 화려하게 만드는 나무로 최고의 인기 가로수였음에도 가을 악취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예산이 많이 들어도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방안은 이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됐다.

매년 대부분의 도시 지자체는 적게는 7~80만 원에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교체 비용이라도 기존의 은행나무 암나무 가로수를 수나무 교체로 하는 일에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호응도 당연히 잇따르면서 은행나무 교체는 현재진행 중이다.

은행나무 암수 나무 교체는 2015년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전국 가로수의 10%를 넘게 차지하는 은행나무는 적어도 10년생 이상이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힌 다음에야 은행나무 성별 구분이 가능하다.

충남도의 은행나무 식재본수는 15%를 상회하기 때문에 그동안 심은 은행나무 중에서 암나무 교체 대상은 너무나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민 이용량이 많은 장소부터 단계별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아마도 십여 년 뒤, 우리 주변에서 은행나무 열매를 보는 일은 매우 희귀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당진시 송월읍의 은행나무 보호수.

500여 년을 마을을 지켜온 은행나무다.

풍성한 은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신발 밑이 물컹해지는 느낌이 들자 주변은 점점 고약한 냄새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도시의 은행나무와 달리 오래된 노거수의 열매는 이내 정겨운 냄새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은 가을 은행을 수거해서 말리고 시장에 내다 팔거나 집집이 먹을 만큼 가져가서 식용으로 이용했을 은행나무를 생각하니 마을의 자취가 묻어 있는 듯했다.

송악읍은 다른 이름은 ‘기지시’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읍에 속한 하나의 마을이나, 기지시리에 여러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는 도시로 바뀌면서 송악읍은 기지시로 통한다.

송악읍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기지시줄다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기지시줄다리기’는 해안 지역에 위치한 마을에 해일과 돌림병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어지러울 때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지역의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와 함께 전승되어온 농경 축제이다.

특히 암줄과 수줄이 만나 음양의 조화로 한 해동 안 풍년들게 해달라고 남녀노소 모두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대동단결 축제로 유명하다.

이런 의미 있는 마을 민속이 500년의 역사를 품고 있기에 500살의 송악읍 월곡리의 은행나무도 마을과 함께 커왔다 할 수 있다.

열매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고, 가을 악취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은행나무이나, 이곳 송악읍의 은행나무는 음양 조화로 마을을 지켜온 마을 문화를 이어온 역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할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하는 은행나무.

인간의 관점과 이용가치로만 따져 묻는 세상보다 이렇게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송악읍 은행나무 아래서 라면 가을 악취보다 가을 낭만이 가득해질 것만 같다.

역시 가을은 은행나무 색과 냄새가 조화로워야 제맛이다.

당진시 송악읍 월곡리 95-1 은행나무 1본 527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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