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청년광장]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한 미국의 일침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10.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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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이 지속되자 정부와 여당은 마치 이 사태를 본인들 지지율을 올릴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소위 보수 정당이란 사람들은 북한 없으면 자력으로 정권을 유지할 방법을 모르는 것인가 하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다. 

입으로는 늘 북한을 향해서 험악한 말을 떠들어대지만 사실 저들은 누구보다도 남북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북한 정권 붕괴를 바라지 않는 자들이다.

그 점은 북한 김 씨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자신들 국력으로는 반 세기 전보다 훨씬 더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버린 남한을 적화통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잘 안다. 그런 그들 입장에서 최선의 상황은 ‘현상 유지’다. 이런 관계를 ‘적대적 공생’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술핵 재배치론’을 떠들었다. 즉, 북한의 핵 도발에 대비하여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까지 남한에 배치했던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정진석 위원장 등은 자체 핵무장까지 운운하고 나섰다. 참 책임 지지도 못할 말을 너무도 쉽게 함부로 하는 것 같다.

북한의 모습을 보고도 핵무장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인가? 북한은 이미 경제 제재를 받아 나라가 고사 직전인 상황이다. 그나마 중국을 통해 이뤄지는 밀수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을 뿐인데 이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물며 우리 남한은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고 북한에 비해 잃을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핵무장을 하자고? 다 같이 말라 죽자는 소리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렇게 여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니 자체 핵무장론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자 미국에서 제동을 걸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하며 북핵 긴장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핵 위협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핵무장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좀 더 직선적으로 말하면 전술핵 재배치론이니 자체 핵무장론이니 하는 헛소리 떠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소리다.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몰라서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이러는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한반도는 중국, 러시아 등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 지금 북한이 국력이 강해서 미국을 상대로 속된 말로 개기고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북한의 국력은 미국에 비해 현격한 열세에 있고 지금 그들의 행동은 당랑거철(螳螂拒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도 이렇게 당랑거철을 하고 있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인 미국도 중국, 러시아 등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크게 부담을 느낀다.

당장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도 체면을 구긴 것이 미국인데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전면전을 치르게 되면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냉전 시절에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소련 시절에도 그 경제력은 미국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전쟁 때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무려 48번이나 반려한 이유도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나라라고 평가받았던 게 소련이었는데도 말이다.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끝내 승인한 것도 김일성이 워낙 끈질기게 매달린데다 마침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때문이었다.

하물며 지금 러시아는 그 소련 시절 국력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중국은 러시아의 국력을 완전히 추월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니 그들은 더더욱 미국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간의 충돌을 피할 완충지대가 있어야 한다. 그 완충지대가 바로 북한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는데 현재 한반도와 그 주변 상황을 보면 북한은 곧 입술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란 입술이 없어지면 이제 중국과 러시아란 이빨은 통일 한국에 주둔해 있는 미군과 직접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러므로 중국, 러시아는 일단 북한이 딱 죽지 않을 만큼만이라도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막가파로 갈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외교를 통한 비핵화’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는 북한이 두렵다기보다는 그 배후에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 보는 것이 옳다.

만약에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혹은 자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겠는가? 속담에도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만큼 외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부와 여당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미동맹을 중시한다고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미국의 정책 노선과 협조할 것은 하고 할 말이 있으면 자주 국가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게 진정한 동맹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협조해야 할 노선에서 엇박자를 내는 것은 동맹을 파탄내는 것이다.

북핵이 문제라면 이 북핵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를 연구해야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서자는 것이 할 말인가? 전술핵을 새로 갖다 놓는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러면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로 더 만들 것이란 생각은 안 해봤는가? 서로 강대강으로 가면 끝은 공멸이다.

기사 제목대로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한 판 죽으면 새 판을 다시 시작해서 이기면 되지만 전쟁은 그 한 판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총을 맞아 죽으면 그대로 죽는 것이 전쟁이다. 게임처럼 리셋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자신들 정권 지지율을 올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목적이라지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아마추어 같은 외교 행보를 보는 것도 고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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