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권력을 뒤로하고 고즈넉함을 걷다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권력을 뒤로하고 고즈넉함을 걷다
⑧ 가을에는 더 좋은 '원효 깨달음의 길'…남연군묘에서 마애여래삼존상까지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2.10.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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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일상의 회복과 치유,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 1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 ‘팔도총론’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과 병자의 두 차례 난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 ‘팔도총론’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과 병자의 두 차례 난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사진·영상=이종현 기자]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 ‘팔도총론’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과 병자의 두 차례 난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충남 서남부권 7개 시·군이 내포에 해당한다. 특히 공주·부여 중심의 백제왕도문화권에 비해 내포문화권은 서민적인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서산시와 예산군 사이에 남북으로 놓인 가야산(가야봉 678m)은 내포문화권의 허브로 통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자랑하고 있어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비롯한 주변 모든 곳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불교, 천주교, 동학 등 각종 종교와 새로운 사상들이 이 지역을 통해 들어오기도 했다. 수천명의 이름 없는 순교자를 배출한 해미국제성지도 바로 근처에 있다. 주변 학교 교가 가사에 가야산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서산시와 예산군 사이에 남북으로 놓인 가야산(가야봉 678m)은 내포문화권의 허브로 통한다. (발굴이 한창인 남연군묘)
그중에서도 서산시와 예산군 사이에 남북으로 놓인 가야산(가야봉 678m)은 내포문화권의 허브로 통한다. (발굴이 한창인 남연군묘)
남연군묘를 지나 오른쪽으로 살짝 돌면 본격적인 ‘원효 깨달음의 길’이 시작되는데 그 직전 계곡에서는 상가리 미륵불을 볼 수 있다.
남연군묘를 지나 오른쪽으로 살짝 돌면 본격적인 ‘원효 깨달음의 길’이 시작되는데 그 직전 계곡에서는 상가리 미륵불을 볼 수 있다.
‘원효 깨달음의 길’은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서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구간에 이르는 6.54km에 조성돼 있다. 백제의 미소길, 서산 아라메길과 일부 구간이 겹친다.
‘원효 깨달음의 길’은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서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구간에 이르는 6.54km에 조성돼 있다. 백제의 미소길, 서산 아라메길과 일부 구간이 겹친다.

‘원효 깨달음의 길’은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서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구간에 이르는 6.54km에 조성돼 있다. 백제의 미소길, 서산 아라메길과 일부 구간이 겹친다.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곳곳에 역사문화 흔적이 있어 색다른 재미와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코스다.

유난히 쾌청했던 지난 21일 오전 9시 50분 상가리 주차장을 시작으로 이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먼저 남연군묘부터 들렀다.

이곳은 쇄국정책(鎖國政策)으로 잘 알려진 흥선대원군의 권력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원래 가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1844년(헌종 10) 흥선대원군이 불을 지르고 탑을 부순 후 경기도 연천에 있던 부친(이구)의 묘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명당’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에 해당하는 명당을 찾아 권력을 잡으려 했던 흥선대원군의 서슬 퍼런 혈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남연군묘는 현재 가야사지 유적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가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출토된 유물을 볼 때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려시대 때 붕괴된 축대와 함께 조선시대 건물지가 증축된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간에는 약 100m 길이의 가야산교가 있어 왼쪽으로 굽은 길을 가로지르는데 편리했다.
중간에는 약 100m 길이의 가야산교가 있어 왼쪽으로 굽은 길을 가로지르는데 편리했다.
걷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잣나무 숲으로 잠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걷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잣나무 숲으로 잠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문동 쉼터를 지나면 나무로 만든 솟대와 장승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대문동 쉼터를 지나면 나무로 만든 솟대와 장승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이 관계자는 “직전 8차 조사 때는 불상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조만간 학술자문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불에 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예산군은 장기적으로 남연군묘에 대한 철저한 고증 등을 거쳐 관광자원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살짝 돌면 본격적인 ‘원효 깨달음의 길’이 시작되는데 그 직전 계곡에서는 상가리 미륵불을 볼 수 있다.

상가리 미륵불은 남연군묘에서 동북쪽으로 약 150m 떨어진 곳에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는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흥선대원군이 가야사를 없애고 난 뒤 방향을 바꿨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 흥선대원군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곳부터 완만한 경사 길이 약 40여 분 동안 이어진다. 예산군이 조성한 새로운 볼거리도 풍성했다. 걷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잣나무 숲으로 잠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아름드리 나무가 하늘로 치솟아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간에는 약 100m 길이의 가야산교가 있어 왼쪽으로 굽은 길을 가로지르는데 편리했다. 다만 다리 중간에 말벌이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곳곳에 옹달샘도 있었는데 가야산에서 살고 있는 크고 작은 야생동물들에게는 유용하게 활용될 것 같았다.

대문동 쉼터에 도착한 것은 11시 16분이었다. 가야산과 서원산 중간에 위치해 있는 곳이자 예산군과 서산시의 접경지역이기도 하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잠시나마 휴식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문동 쉼터를 지나면 나무로 만든 솟대와 장승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대문동 쉼터에서 통통고개 쉼터까지는 거의 평지 구간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대문동 쉼터에서 퉁퉁고개 쉼터까지는 거의 평지 구간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퉁퉁고개에는 잘 만들어진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퉁퉁고개에는 잘 만들어진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아 보였다. 
퉁퉁고개 쉼터부터 용현자연휴양림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용연자연휴양림에 도착하기 직전 오른쪽으로 우회로(데크길)가 조성돼 있어 이곳을 이용해도 좋다.
퉁퉁고개 쉼터부터 용현자연휴양림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용연자연휴양림에 도착하기 직전 오른쪽으로 우회로(데크길)가 조성돼 있어 이곳을 이용해도 좋다.

이어 으름재 쉼터를 지나 12시 9분 퉁퉁고개 쉼터에 다다랐다. 대문동 쉼터에서 통통고개 쉼터까지는 거의 평지 구간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특히 길 양쪽에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은 낙엽이 제법 들어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퉁퉁고개에는 잘 만들어진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아 보였다. 

퉁퉁고개 쉼터부터 용현자연휴양림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용연자연휴양림에 도착하기 직전 오른쪽으로 우회로(데크길)가 조성돼 있어 이곳을 이용해도 좋다.

언제부턴가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늦가을 따사로운 햇볕으로 인한 땀방울을 씻어주는 듯 했다. 용현자연휴양림을 지나 보원사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정각이었다. 현장에서는 서산시가 진행 중인 종합정비사업이 한창이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105번지 일원에 위치한 보원사지는 과거 승려 1000여 명이 머무를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컸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보원사지 석조(보물 제102호)와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5층석탑(보물 제104호), 법인국사보승탑(보물 제105) 등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었던 보원사지 철조여래좌상(고려철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데, 언제 쯤 박물관이 조성돼 환지본처((還至本處)가 이뤄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늦가을 따사로운 햇볕으로 인한 땀방울을 씻어주는 듯 했다.
언제부턴가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늦가을 따사로운 햇볕으로 인한 땀방울을 씻어주는 듯 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105번지 일원에 위치한 보원사지는 과거 승려 1000여 명이 머무를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컸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105번지 일원에 위치한 보원사지는 과거 승려 1000여 명이 머무를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컸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보원사지 앞에 미리 주차해 둔 후배의 차를 타고 마애여래삼존상으로 향했다.

유홍준 교수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마애여래삼존상 발견 당시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기록돼 있는데, 보원사지로 조사를 나온 홍사준 국립부여박물관장이 지나가던 나무꾼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은 못 봤지만유. 저 인바위에 가믄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 있는디유, 양옆에 본마누라와 작은 마누라도 있지유. 근데 작은 마누라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볼따구를 찌르고 슬슬 웃으면서 ‘용용 죽겠지’ 하고 놀리니까 본마누라가 장돌을 쥐고 박을라고 벼르고 있구만유, 근데 이 산신령 양반이 가운데 서 계심시러 본 마누라가 돌을 던지지도 못하고 있지유.”

충청인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해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다. 

마애불은 암벽이나 거대한 바위 면에 불교의 주제나 내용을 형상화한 것으로, 인도 석굴사원에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특히 중국 산둥지방 마애불은 백제의 대중국 통로인 서산·태안지역을 거쳐 우리나라 삼국시대 마애불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는 길은 약간 버겁기는 했지만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다람쥐 한 마리가 길동무가 되어 주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는 길은 약간 버겁기는 했지만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다람쥐 한 마리가 길동무가 되어 주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깎아지는 절벽에 장엄하게 새겨진 마애여래삼존상은 말 그대로 ‘백제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깎아지는 절벽에 장엄하게 새겨진 마애여래삼존상은 말 그대로 ‘백제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석공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왠지 궁금해졌다. 모르긴 해도 귀한 자식을 얻었거나 뜻밖의 횡재를 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석공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왠지 궁금해졌다. 모르긴 해도 귀한 자식을 얻었거나 뜻밖의 횡재를 만난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는 길은 약간 버겁기는 했지만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다람쥐 한 마리가 길동무가 되어 주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깎아지는 절벽에 장엄하게 새겨진 마애여래삼존상은 말 그대로 ‘백제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태양의 높낮이에 따라 미소 또한 달라진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가?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석공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왠지 궁금해졌다. 모르긴 해도 귀한 자식을 얻었거나 뜻밖의 횡재를 만난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일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흥선대원군의 서슬 퍼런 권력의지가 깃든 남연군묘에서 마애여래삼존상까지 가을날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가 아닌가 싶다.

※ [충남의 아름다운 둘레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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