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유쾌한 ‘데자뷔’를 고대하며
[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유쾌한 ‘데자뷔’를 고대하며
신용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11.0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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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젱워싱턴 주연의 영화 데자뷰 이미지(2006년 터치스톤스). 사진=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년여 전부터 ‘영끌’ ‘빚투’를 해서라도 주택을 매입했던 MZ세대들이 급등하는 이자 부담에 내뱉는 한숨 소리가 연일 저잣거리를 메우고 있다. 온통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명품족 ‘플렉스(flex)’ 인플루언서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덮쳐온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MZ세대의 ‘버킷 리스트’에서도 급작스럽게 사라져 버렸다.

8퍼센트 대가 넘는 미국 물가 상승과 맞물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퍼센트 중반을 넘기고는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인 다섯 번 연속 금리 인상의 여파로 10년 만에 3퍼센트 대로 올라선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의 충격으로 외식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플렉스’를 외치던 사람들이 오히려 ‘컴플렉스’에 빠질 지경이 된 것이다.

힘든 고난의 역사도 돌고 도는 것일까. 대한민국 근대 경제사에 있어 최대의 수난사로 꼽히는 1997년 IMF 사태의 혼란상이 생생하다. IMF에 2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사실상 국가 부도의 날에도 한때 외환 보유고 세계 4위권 국가라는 환상 속에 모두가 우려하는 그런 사태가 일어날 리 없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서면서 세계적인 강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자부심은 순식간에 모래 위에 쌓은 누각이자 허물로 드러났고 국민들의 자존심도 모래처럼 금새 흘러내렸다.

이런 외환위기 IMF 사태를 극복하게 된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금 모으기’ 운동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뉴스로 국민들 마음의 근본이 흔들리는 가운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국민성을 하나로 모아 최대 위기를 4년여 만에 벗어났다.

​IMF 당시의 우리 경제 현실은 어떠했는가. 로비 등 편법을 통해 허술하게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500퍼센트가 넘는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였고, 시장이 신뢰를 잃자마자 외국 금융사들은 급히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으며 채무상환 기간도 연장해주지 않아 결국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 사태도 생생하기만 한데,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위기’ 가운데 모든 경제 지표들이 빨간불인 상황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고환율임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기업 실적도 부진하고 내수는 움츠러든 지 오래이며 고용은 엄동설한 같은 한파를 맞고 있다.

자금시장 상황도 ‘레고랜드’발 위기와 맞물리면서 기업투자 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2년여 동안 가장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의 기온도 모든 경제 부문 가운데 가장 차가운 혹한의 시간을 맞고 있다 보니 각종 경제연구소 들은 내년도 전망치를 낮추기 바쁜 상황이고,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 유력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런 불황을 뚫고 나가줄 만한 동기나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도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어려워지고 성장률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낮아지는 성장률과 함께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자뷔’는 처음 본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거나, 최초의 경험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으로 ‘기시감’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데자뷔’는 좋지 않은 일에 주로 쓰이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만큼은 거꾸로 좋은 방향의 ‘데자뷔’ 현상을 보고 싶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국민들에게 요청하고 설득만 할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역량을 모아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했던 IMF ‘금 모으기’ 캠페인처럼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에 맞는 정밀한 정책을 마련해서 국민적 공감 속에 위기를 막아내고 극복해 나가는 그야말로 좋은 ‘데자뷔’ 현상, 유쾌한 ‘데자뷔’가 반복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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