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8] 색의 유혹1, 눈부신 노란 은행나무...태안군 안면읍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8] 색의 유혹1, 눈부신 노란 은행나무...태안군 안면읍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1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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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10월이 넘어 11월에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여전히 눈부시다.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의 은행나무 보호수는 소나무 가로수 사이로 홀로 우뚝 서 있고, 주변의 어떤 사물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을 정도로 노란 잎으로 자체 발광 중이다.

노란 잎은 밤에도 가로등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환하게 도로를 비추고 있다.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이다.

남프랑스의 강렬한 태양으로 눈부신 아를 지방에서 그린 고흐의 그림에는 노란색으로 가득하다.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앞에 선 농부는 지쳐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팔을 씩씩하게 휘두르는 건강함이 느껴질 정도로 농부의 등 뒤로 비추는 노랑 빛의 태양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의 노란색도 그 어떤 불꽃놀이 영상보다도 화려하다.

율동미마저 들 정도로 별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달과 함께 휘영청 밝은 밤을 표현하고 있다.

태안군 승언리의 은행나무도 고흐의 노란색처럼 화려하고 눈부신 자태를 갖추고 있다.

봄에는 을씨년스럽던 겨울의 황량한 모습에서 연두색 잎으로 승언리 거리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던 나무였다.

여름에는 청량감을 주는 짙은 녹색으로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피난처(shelter) 역할을 해주었던 나무.

그런 은행나무가 가을을 넘어 겨울을 앞둔 11월에 고흐의 노란 채색처럼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인도에도 하트 모양의 노란 잎이 두텁게 쌓여 승언리의 마을 도로는 무대의 한 인물에게만 밝게 비추는 조명처럼 은행나무가‘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고 있는 듯 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라는 몸짓처럼 190살의 은행나무는 가을 한복판에서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홀로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청명한 가을이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 노랑은 회색처럼 불안전한 색으로 알려져 있다.

회색이 흰색도 검정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하다면, 노란색은 주변의 다른 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점 때문이라 한다.

색채심리학자 에바 헬러(Eva Heller)는 그의 저서 ‘색의 유혹’에서 노랑이 흰색과 어울리면 밝게 빛나고, 검정이 있으면 시끄럽고 불안한 색이라 언급했다.

그래서 그녀는 삶의 즐거움, 적극성,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는 노랑과 주변에 밝은 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만의 정체성을 찾은 그림 속에 노란색이 많이 표현된 점도 이러했을 것이다.

고흐가 남부프랑스 아를(Arles) 지방에 이사 온 이유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하고자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곳에는 유황 같은 색이 사방에 널려 있고 태양이 사람을 취하게 한다.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빛은 노랑, 색 바랜 유황의 노랑, 흐릿한 레몬 빛 노랑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아, 아름다운 노랑이여!(색의 유혹, 2002년)”

고흐의 노랑에 대한 애정은 자기 집까지 노랗게 칠했을 정도로 깊이 심취했고 집착을 넘어 찬양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청명한 하늘 아래의 승언리 은행나무도 가을 단풍으로 물들 때는 누구나 고흐가 그러했던 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가을을 목격할 것이다.

춥기 전에 주변의 은행나무를 한번 찾아가 고흐의 강렬한 노란 채색을 떠올리면서 올 가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1097-1 은행나무 1본 19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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