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모처럼 오송 연제저수지를 찾았다. 환경캠페인을 위해서다. 돌다리못으로도 불리던 이곳은 원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오래된 방죽이었는데,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송호수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저수지와 버드나무 군락과 인근의 아파트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천연기념물 모과나무와 엄나무도 둘러봤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사실 청주에는 가 볼 만한 곳이 참 많다. 청주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청주시의 100가지 자랑을 담은 e-book ‘청주에 반하다’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추진배경은 이렇다. 2014년 7월, ‘청주’와 ‘청원’이 전국 최초로 주민주도의 행정구역 통합을 실현하여, 통합청주시가 출범하였다. 거버넌스 기구인 녹색청주협의회는 행정조직의 통합을 넘어서 시민들이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사회, 자연과 환경을 공유하며, 과거의 시․군민이 서로 화합하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미래지향적 통합을 지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시민들의 동질성 확대와 자긍심 고취, 실질적인 주민화합에 기여하고자 통합청주시 어메니티자원 조사사업을 추진하였고 결과물로서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을 선정·발표하게 되었다.
어메니티(Amenity)란 자연·경관·문화·유적 등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을 말한다. 100가지 자랑 선정대상은 청주가 보유하고 있는 역사문화적, 생태환경적 가치를 지닌 장소나 공간,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무형은 제외)으로 하였다.
선정과정도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2014년 6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 사업추진단’을 구성하여, 6개월 동안 10여 차례에 걸친 기획회의와 다양한 방식의 조사를 통해 청주의 대표적인 명소가 될 만한 어메니티 자원을 조사하고 취합하였다. SNS를 통한 시민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현장답사를 진행하였으며, 분야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청주시 38개 읍, 면, 동의 추천(154개소)을 받았으며, 최종 160개소의 후보지를 선별하였다. 녹색청주협의회 위원, 청주시 상생발전위원회 위원, 청주시의회 의원, 청주시 부서장, 언론사 기자 등을 포괄하여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 선정위원’으로 위촉하였다. 선정위원을 대상으로 160개 후보지에 대한 중요도 설문을 진행하였으며, 108인의 위원이 회답하였다.
그 결과 자연환경, 생물·서식지, 역사유적, 불교유적, 문화·휴양공간, 근현대 건축·시설, 인문·지리 등 7개 부문으로 구분하여 100가지 자랑을 선정하였다. 지역별로는 상당구가 56개소로 가장 많고, 서원구에 10개소, 청원구에 13개소, 흥덕구에 19개소, 청원·서원구와 청원·흥덕구 중첩지역에 2개소가 분포한다. 우선순위로는 상당산성, 청남대, 용두사지 철당간, 미동산수목원, 초정약수, 플라터너스 가로수길, 흥덕사지(청주고인쇄박물관), 우암산(와우산), 문의문화재단지, 국립청주박물관, 남석교, 대청댐, 무심천 벚꽃, 원흥이방죽 두꺼비생태공원, 정북동 토성, 육거리 재래시장, 중앙공원, 운보의 집, 옥화구경(달천협곡지역), 금관숲 등이다.
자연환경 부문은 까치내, 부모산(성), 양성산(성), 오송 돌다리 저수지(연제방죽), 옥화구경 달천협곡지역, 우암산, 작은용굴, 장암동 연꽃방죽, 좌구산, 청석굴, 초정약수, 한남금북정맥 등 12개소이다. 까치내는 무심천과 미호강이 만나는 합수부 일대를 말한다. 드넓은 모래사장이 장관이다. 한남금북정맥인 상당산을 기점으로 동남부로 지맥들이 흘러나온다. 우암산과 부모산은 동서로 청주시를 감싸고 있는 도심 산들이다. 대부분 금강(미호강) 유역에 속하지만 일부 지역은 한강(달천) 유역에 속한다.
생물·서식지 부문은 가호리 상수리나무, 금강본류 쉬리 서식지, 금관숲, 무심천 벚꽃, 무심천 중·상류 생태보고, 미호천 팔결교 미호종개 발견지, 미호철교 밑 미호천·모래사장, 백족산 삼지송, 송절동 백로서식지, 압각수, 오송 음나무와 모과나무, 원흥이방죽 두꺼비생태공원, 은행리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화장사 가침박달나무군락 등 15개소이다. 미호종개는 모래하천 미호강을 상징하는 물고기로서 팔결교 부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청주시민들의 노력으로 지켜낸 원흥이두꺼비마을은 도심 속 상생의 실험대가 되었다.
역사유적 부문은 것대산 봉수, 과필헌 고가, 남석교, 단재영당 및 묘소, 묵정영당과 백석정, 문의향교, 상당산성, 소로리유적, 소이산 봉수대, 손병희 생가, 신봉동 고분군(청주백제유물전시관), 신항서원, 영조 태실, 오송 봉산리 옹기 가마터, 저산성과 단군전, 정북동 토성, 청녕각, 청주향교, 최명길 묘소와 신도비, 충렬사, 표충사 등 21개소이다. 청주는 곳곳이 역사박물관이다. 상당산성과 것대산 봉수터는 청주가 얼마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임을 나타내주는 상징적 장소이다. 소로리 볍씨가 발견된 구석기 유적과 정북동 토성 등은 청주가 아주 오래된 농경문화의 발상지임을 말해주는 근거이다.
불교유적 부문은 계산리 오층석탑, 모충동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보살사,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 안심사, 용두사지 철당간, 용화사 석조불상군,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 탑동 오층석탑, 현암사, 흥덕사지(청주고인쇄박물관) 등 11개소이다. 국보 41호로 지정된 용두사지 철당간은 청주의 행주지세에 맞게 세워진 돛대이다. 흥덕사지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철을 인쇄한 장소이며 백운화상의 무심선 사상이 정립된 곳이기도 하다.
문화·휴양공간 부문은 국립청주박물관, 마동창작마을, 명암유원지와 청주랜드, 문암생태공원, 문의문화재단지, 미동산수목원, 삼일공원, 상당공원, 상수허브랜드, 오창호수공원, 옥화자연휴양림, 운보의 집, 중앙공원, 청주솔밭공원, 청주예술의전당, 충청북도지사 구 관사 충북문화관, 한국공예관 등 17개소이다.
근현대 건축·시설 부문은 내덕동 주교좌 성당, 대청댐, 성공회 성당, 옛 연초제조창, 오송생명과학단지, 제일교회, 청남대, 청주국제공항, 충북도청 본관, 탑동 양관, KTX 오송역 등 11개소이다.
끝으로 인문·지리 부문은 남주동 한복거리, 낭성 전하울 마을, 미호평야, 벌랏한지마을, 산성고개, 성안길, 수암골, 우암산 순환도로, 육거리시장, 중앙동 차없는 거리, 평동떡마을, 피반령, 현도장승마을 등 13개소이다.
100가지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랑하고픈 57곳이 더 있다. 미원 대덕숲, 산성동 은행나무, 강내 연꽃마을, 농촌방죽과 다랑이논, 청주역, 공군사관학교 박물관, 충혼탑, 상봉재, 구라산(성), 어암생태마을, 배티공원, 목령산(성), 동림산(성), 한봉수 묘소, 월리사, 팔봉산, 목은영당과 주성강당, 안덕별 예술의 거리, 한란묘소 및 신도비, 모충사, 동화사, 병마산(성), 시계탑,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 한국교원대학교 박물관, 행정리 은행나무, 한계저수지, 낭성면 앉은부채 자생지, 가덕 말미장터마을, 모충동 연최적충효양전문(효자문), 송천서원, 우록리 비보림, 관정리 은행나무, 북부시장, 두모리 느티나무, 지선정, 고려견상, 이항희 가옥, 내수장터, 강내초교 대왕송, 미천리 느티나무, 오창 양지리 은행나무, 체화당사 및 사적비, 삼월비, 현풍곽씨 효자비, 병암리 버드나무, 경연 효자비, 추학리 느티나무, 학천탕, 송정동 팽나무, 가경천, 사정리 향나무, 수곡동 두그루 느티나무, 충북대 중문단지, 세교리 버드나무, 봉명동 소나무, 덕촌리 느티나무 등이다.
녹색청주협의회는 2014년 12월 ‘청주에 반하다’라는 제목으로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 책자를 발행하였다. 발행 작업은 이재표 청주마실 대표가 도왔다. 허원 상임의장은 머리말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청주의 자랑거리는 서로 참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그 어느 지역에서도 이뤄내지 못한 민간의 자율통합을 이끌어낸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하고 사심 없이 흐르는 미호천과 무심천 같은 마음으로 아름답고 창조적인 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으뜸도시를 만들어 나가는데 청주의 100가지 자랑거리가 디딤돌이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2월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 선정결과 발표 및 ‘청주에 반하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다. 사회는 녹색청주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던 필자가 맡았다. 청주시장과 시의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추진경위 보고는 당시 사업추진단 실무를 총괄했던 풀꿈환경재단 김경중 사무처장이 하고 발표는 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이끌어온 변화근 서원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책자 전달식도 가졌다. 책은 우선 청주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지역아동센터연합회, 작은도서관협의회에 전달하였다.
내후년이면 통합청주시 출범 10주년을 맞이한다. 청주시민들의 동질성과 자긍심, 주민화합은 실현되었는가?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은 시민들의 동질성 확대와 자긍심 고취, 주민화합 실현에 충분히 기여하였는가?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에 대한 관리와 활용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이제 통합청주시 100가지 자랑에 대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다시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