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9] 색의 유혹2, 함께 있어야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떡갈나무...태안군 안면읍 떡갈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9] 색의 유혹2, 함께 있어야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떡갈나무...태안군 안면읍 떡갈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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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언제부터인가 ‘보호수’를 보려는 사람이 꽤 늘어난 것 같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일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자기 생모를 만나면서 드라마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던 장소가 창원시 보호수였던 ‘팽나무’였다.

마침 무더운 여름에 방영된 드라마라서 언덕 위의 시원한 그늘이 인상적이었던 나무, 자기를 버린 엄마와 만나고 그 장소가 좋았다는 주인공의 명대사까지 품은 나무.

나무 하나로 동네 담과 벽들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고래로 채워지고 촬영 장소였던 집들도 드라마 서사와 각기 어울리면서 방문객들에게 여러 가지 즐거움을 주는 장소로 변했다.

더욱이 나무는 드라마와 똑같이 천연기념물에 지정되는 경사까지 맞이하면서 ‘우영우 팽나무’는 마을과 함께 올해 최고의 방문지 중 하나가 됐다.

11월의 우영우 팽나무는 은행나무만큼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물든 노란빛으로 방문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충남의 보호수도 이런 영향이었을까?

가을 단풍이 물들면서 접근성이 좋은 보호수에는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아 보였다.

특히 태안군은 좌우 양쪽의 해안선이 보이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보호수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홀로 서 있는 보호수부터 여러 나무와 함께 숲이 되어 버린 보호수들 말이다.

태안군도 보호수가 곧 풍경이 되는 지역이라 서서히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가을날 태안군 안면읍은 새벽에는 물안개로 덮였다가 오전에는 갯바람과 햇빛에 서서히 가을 풍경이 드러나는 곳이다.

늘 푸른 소나무 사이로 노랗게 익어갔던 논과 노랗거나 붉은 단풍에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은 안면도가 거대한 정원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중 언덕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참나무나 다른 낙엽활엽수들이 만든 다양한 노란색은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나 벚나무, 옻나무와 어울리면서 신비한 가을 풍경을 자랑한다.

가을이 멋진 이유는 단연코 붉게 물든 단풍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붉은색이 더욱 눈부신 이유는 바로 참나무나 팽나무와 같이 다양한 노란색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란색은 주변에 어떤 색이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으나, 거꾸로 주변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즉 혼자 있을 때는 그저 그런 나무라 할 수 있으나, 함께 있어야 스스로의 가치가 드러나는 나무가 있기 때문에 가을 숲이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이다.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의 떡갈나무도 그렇다.

혼자 서 있다 보니 잎만 클 뿐, 가을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나무다.

잎을 따서 떡을 싸거나, 땔감이나 건축재, 표고버섯 재배에 이용하는 나무로만 알려져 있던 나무에게 멋스러움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태안군 안면읍을 통과하는 지방도로를 따라 멀리서 정당리의 떡갈나무에 다가갈 때면 계절에 따라 주변의 나무와 먼 산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큰 잎으로 지나가는 이들에게 청량감을 주고, 가을에는 서서히 주변과 조화로운 색으로 변하는 떡갈나무를 보면서 함께 있을 때 멋있는 나무라는 걸 알아챌 수 있다.

가을이라서 떡갈나무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각자 자신이 가진 가치를 드러내는 일에만 몰두할 때, 떡갈나무처럼 함께 있어야 자신이 드러나는 나무를 보면서 이 가을의 멋진 주인공은 따로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 740-1 떡갈나무 1본 23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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