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시민기자] 예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주적 언론사가 CNN이었다면 지금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주적 언론사는 MBC인 것 같다.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 당시 노골적으로 MBC 기자들만 콕 집어서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더니 이젠 국세청을 움직여 노골적인 표적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4일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MBC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52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8월부터 MBC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해 2018년부터 3년 간 세금납부 기록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추징금 520억 원 중 400억 원은 MBC가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며 얻은 차익에 법인세 등을 누락한데 대한 것이라 한다.
MBC는 2018년 6월에 서울 여의도 사옥을 약 6,000억 원에 매각했다. MBC는 2018년 1200억 원대, 2019년 9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각각 내 사옥 매각으로 적자 일부를 보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MBC의 자회사인 MBC 플러스가 20억 원을 분식회계했다고 한다. 나머지 추징금 중엔 MBC 전현직 사장과 임원들이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받아간데 대한 것도 포함됐다.
이 같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서 MBC를 물어뜯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MBC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무너지는 것은 무능하고 염치없는 이들이 회사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국민의힘은 “언론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납세의 의무를 진다. 언론의 자유를 방패막이로 탈법을 저지르고 특혜를 요구해선 안 된다.”며 저 같은 주장을 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공영방송인 MBC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스스로 엄격한 법적,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과거 최승호 전 사장의 방만 경영으로 인해 누적적자가 2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여의도 사옥을 매각해 적자를 메운다는 비난 여론이 팽배하던 때 세금 탈루까지 자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 “MBC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무능하고 염치없는 이들이 회사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편향된 인물들이 정치권에 기생하며 언론사를 장악해 가짜 뉴스 살포에 나서고 뒤로는 불법, 편법으로 회사와 국가에 손해를 입히는 행태는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MBC를 장악하고 불법과 편법을 넘나들며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는 이들은 언론인의 탈을 쓴 정치 낭인에 불과하다. 이들이 바로 언론의 주적이다.”고 했다. 아주 물 만난 고기마냥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 저들 눈에는 국민들이 모두 장님이고 벙어리고 귀머거리인 줄 아는가? 무엇 때문에 MBC에 이런 짓을 했는지 국민들이 정말 모르는 줄 아는가?
MBC는 대다수의 주류 언론 중에서 몇 안 되는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다. 취임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MBC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이번 해외 순방을 앞두고는 노골적으로 MBC만 콕 집어서 취재단에서 배제했다. 그 일이 있고 바로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이 기사가 나왔다. 언론 탄압의 개연성이 충분히 농후하다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설령 백 번 양보해서 국세청의 말이 맞다고 치자. MBC가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근 5년 동안의 정기회계감사 때에는 전혀 찾지 못했다가 이제야 찾았다고 난리굿을 피우는 것인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국세청에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세청 자신들이 그 동안 감사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 아닌가? 설마 이걸로 또 문재인 정부를 걸고 넘어질 것인가? 그리고 세무조사결과가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까지 외부로 유출되었다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앞서 언급한 박정하 대변인의 논평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발췌한 것인데 MBC가 탄압을 받는 것을 엄청 고소해하는 듯한 논조가 기사 곳곳에서 보였다. 지금은 당신들이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신들도 수틀리면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아무리 인간이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어리석은 동물이라지만 어째서 나만 예외일 것이라 생각하고 사는 것인가?
선지자인 프로메테우스는 못 되더라도 후지자인 에피메테우스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인데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 예지력이란 게 실존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앞 일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으니 누구나 프로메테우스가 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일이 다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는 에피메테우스가 되는 건 피할 수 있다. 남의 사례를 보고 교훈을 삼아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MBC를 향한 탄압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범타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언론사들은 이 MBC를 보고 우리도 언제든 수틀리면 이런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갖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비판하고 MBC와 연대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보도하고 있으니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 지금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모두 에피메테우스들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언론사는 악착같이 챙기고 있다.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탑승 기자들과 간담회 또는 브리핑 대신 평소 친분이 있는 CBS와 채널A 출입기자 2명을 따로 불러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대화가 1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는데도 대통령실은 대화 내용이 “취재와 무관하다.”며 내용 공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과 기자가 순방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1시간이나 대화를 나눈 것이 취재와 무관한 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채널A는 어떤 언론사인지 우리가 너무도 잘 안다. 동아일보 계열의 종편 채널로 전형적인 친정부 언론이다. 무엇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수시로 고소, 고발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동훈 장관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시간 지연을 하며 침대축구로 시간을 끌며 유야무야 덮었다. 한동훈 징관은 한동훈대로 비밀이 담긴 자신의 아이폰 비밀번호도 공개하지 않으며 2년을 질질 끌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그 사건은 결론이 난 것으로 착각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문제의 한동훈 장관 아이폰 속에 담긴 내용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의 아이폰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순간 세상에 온갖 재앙들이 다 쏟아져 나왔고 판도라가 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오직 희망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한동훈 장관의 아이폰이 열리면 윤석열 정부에 어떤 파장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검언유착 사건으로 인해 방송사가 폐국될 위기에 놓였던 채널A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인 시간 지연 덕에 폐국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채널A는 정말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에 충성을 하고 아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취재와 무관하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이 은밀하게 불러 1시간 동안 얘기를 했다는 CBS 기자는 남편이 현직 법무부 검사이고 채널A 기자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취재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만 했을까? 역대 대통령들이 지지율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해외 순방 자리에서 말이다.
충언역이(忠言逆耳)요 양약고구(良藥苦口)라고 했다. 그 말 뜻은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리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이다. 음식도 건강에 이로운 것들은 별로 맛이 없지만 건강에 해로운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 푸드들은 입에 쫙쫙 달라붙을 정도로 맛있다. 하지만 맛있다고 그런 정크 푸드들만 챙겨먹으면 나중에 골병 들어서 죽는다.
MBC의 보도 기사 하나하나가 윤석열 대통령 본인 심기에 거슬릴 수는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의견도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일 테지 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망하길 바란다면 비판이 아니라 고래고래 악담을 퍼붓고 저주를 할 것이다. 설마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엔 MBC 기사는 비판이 아니라 악담이자 저주로 인식되고 있는가?
나라를 통치하는 통치자라면 자신에 대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과거의 혼군들과 폭군들이 폐위당하고 시해당하는 일이 있었겠는가? 모두 자기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듣지 않고 듣고 싶은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렇게 후대인들에게 늘 교훈을 준다. 정말 대통령이라면 상대에 대한 포용력도 기를 줄 알아야 한다. 하물며 대한민국은 싱가포르 같은 작은 도시국가도 아니고 인구도 5,000만 명이 넘고 경제 수준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국이다. 이런 대국을 다스리는 통치자라면 마음씨도 그에 걸맞게 좀 키울 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