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아이들은 갈색을 ‘흙 또는 똥’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갈색 옷을 입은 친구에게 ‘똥색’이라고 키득거리면서 짓궂게 구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보는 일은 흔하다.
흙이야 갈색이라 표현한다고 하지만, 실제 똥은 먹은 음식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띰에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 똥은 갈색으로 통한다.
어릴 적부터 봤던 권정생의 ‘강아지똥’의 똥이 그렇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관련 그림책의 똥은 모두 갈색으로 표현된다.
그래서일까?
갈색은 가난한 농부와 노예, 거지들의 색으로 표현되곤 한다.
누추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살다보니, 이들의 삶을 표현하는 색은 갈색이다.
실제로 이들의 갈색 옷은 가축이나 동물의 털을 그대로 입거나 탈색하지 않은 직물로 지은 옷이기에 갈색은 더럽고 가난한 자의 색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갈색은 오래된 사물을 연상시킨다.
종이도 옷도 오래되면 누렇게 변해서 결국 갈색을 띤다.
움베르코 에코의 베스트셀러였던 ‘장미의 이름’에서 주인공 프란체스코 수도사의 옷도 갈색이다.
한 벌로 오래 입으면서 청빈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수도사를 표현하기에 갈색만큼 가장 적합 색은 없었을 것이다.
태안군 태안읍의 느티나무도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잎은 시들고 말라가면서 땅에 떨어지고 있다.
봄에 잎이 돋고 광합성작용을 왕성하게 했던 느티나무는 기온이 떨어지고 수분이 줄어들면서 광합성을 끝내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잎을 떨구고 있다.
거대한 품에서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가려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무들의 한 살이를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인 셈이다.
갈색은 어두운 혼합색으로 부패하고 썩은 것을 표현한다고 한다.
자연에서 부패하고 썩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기물이 분해되어 땅으로 스며들어 그 자양분이 다시 새 생명을 만들고 먹이연쇄로 생태계 구성원들이 풍요로워지는 상징이 바로 갈색에 있는 것이다.
결국 갈색은 자연의 색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느티나무의 삶과 갈색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이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지 않으나, 오백년간 흙과 뒹굴고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수세대에 걸쳐 풍요로운 희망을 품고 마을 문화를 이어갔던 공간이 바로 느티나무 품이다.
수세대의 기억이 바래 질 정도로 느티나무의 아래는 마을의 역사를 채워갔던 곳이다.
서민의 삶이 남루해도 품앗이를 하면서 채워갔던 땀을 잠시 쉬면서 결속을 다졌던 곳이다.
그런 느티나무가 이제 가을을 넘어가는 문턱에서 갈색의 잎을 떨구고 있다.
강아지똥처럼 보잘것없고 천대받는 갈색을 띠고 있으나 자신을 바쳐 새 생명을 피워내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피워내듯이 가을의 모습과 색깔도 아름다운 느티나무다.
태안군 태안읍 삭선리 256-1 느티나무 1본 49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굿모닝충청 - 좋은 언론으로 오래도록 멋지 느티나무가 되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