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빈곤 포르노’, K콘텐츠 수준 문제?
[컬처 인사이트] ‘빈곤 포르노’, K콘텐츠 수준 문제?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식
  • 승인 2022.11.17 17:4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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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홈페이지
사진=(사)유니세프한국위원회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지체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뒤에서 누군가 밀어주며 사진 촬영을 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장애인 당사자를 동정과 배려의 불쌍한 대상으로 수단화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나란히 옆에 서기를 바란다. 더구나 요즘에는 수동 휠체어가 아니라 자동 휠체어다. 뒤에서 누군가 밀어줄 필요가 없다. 만약 그런데도 그런 촬영 구도를 고집한다면, 이는 현실과도 맞지 않은 콘셉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휠체어를 미는 행위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오로지 장애인 스스로 요청했을 때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장애인에게만 있지 않다. 불쌍한 사람을 위하는 것을 드러내어 실제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현상이 많다. 포르노라는 말이 새삼 부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빈곤 포르노, 푸드 포르노… 이런 말에서 포르노에 집중하는 이들은 원래 이런 말을 만들어낸 이들의 의도에 걸려든 셈이다. 포르노라는 말에 다들 민감하게 시선을 돌리기 때문에 아주 유효하게 작동하는 것을 증명한다. 대놓고 자극하는 내용물이 지닌 문제점을 부각하거나 강하게 인식시키려고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즉, 콘텐츠의 부작용을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주로 영상이나 사진에 대해서 이런 말을 사용하는데 SNS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시도 때도 없이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만 간헐적으로 접하던 때와 차원이 달라졌다.

포르노라는 말을 쓴 이유는 포르노처럼 그런 콘텐츠들이 본능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본능에 호소하는 것은 쉽지만 곧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포르노는 처음에 눈길이 가지만 곧 사람을 매우 피곤하게 만든다. 또한, 보고 나면 불쾌한 감정을 일으킨다.

빈곤 포르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빈곤 포르노 영상들은 특정 표정이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자아내어 기부 행위를 늘리려고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 행위는 사실상 돈이다. 이를 위해 진정성에 관계없이 연출 테크닉을 구사한다.

그 돈은 순수하게 필요한 가난한 이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게 우선 흘러들어 간다. 만약 그러한 빈곤한 이들이 없어진다면 관련 기관과 단체는 존재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꼭 돈만은 아니다. 명예와 지위도 강화시킨다.

이번 캄보디아의 빈곤 포르노라 불리는 사진에서 1차 문제는 자신을 아픈 아동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한 연출과 설정을 했기에 일어났다.

보통 빈곤 포르노는 가난을 이용해 동정과 호감을 사 이목을 끌어 수익으로 이어지게 만드는데, 이번에는 아동의 심장 질환을 활용했다. 더구나 그 아이들이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며, 그들은 초상권을 요구할 권리도 갖지 못했다.

캄보디아 빈곤 포르노 논란의 핵심은 아픈 아동을 방문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사진을 찍은 행위도 아니었다. 심각한 문제는 사진 자체의 퀄리티 자체가 너무 낮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것을 전 세계에 다 공유되도록 했다. 기념사진 하나 간직하는 것까지 뭐라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에로티시즘은 관능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자극적인 장면만 있을 때 에로티시즘으로 볼 수 없다. 그냥 포르노가 된다. 관능 미학에 해당하려면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하며, 자칫 잘못하면 그 불쾌함은 지속성이 매우 크다. 일단 소재와 아이템에 문제가 있었다. 다른 나라 영부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빈곤에 관한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빈곤 포르노에 대한 문제 인식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그간 제법 확산하여왔기 때문이다. 즉, 아픈 아동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과시하듯 홍보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의식있는 리더들은 이미 알고 있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 가서 아픈 아동을 촬영하고 이를 홍보 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수 있다. 만약 유럽에 가서 이런 방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곳에도 아픈 아동들은 많다. 즉 동남아 국가 특히 캄보디아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였다.

다음은 연출 방식이다. 오드리 헵번도 이번 사진 구도를 가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드리 헵번의 행위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어왔다. 이런 사진의 구도는 백인은 선진국, 유색 인종은 후진국이라는 도식을 일반화했다. 백인은 깨끗하고 유색 인종은 지저분했다.

특히, 아프리카지역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 흑백의 대비를 통해 역학 구도를 백인은 포용과 배려가 많은 이들로 고착해왔다. 항상 아프리카 아동은 가난과 질병에 있고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되었다. 서구의 제 3세계에 대한 반문명적 의식의 소산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이미지를 아동과 양육에 고립시킨다. 여성 해방 운동과 배치된다. 더구나 설정 기법이나 조명, 구도, 표정이 조악하거나 작위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수준 낮은 콘텐츠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우리 K 콘텐츠의 수준과 너무 떨어져 있다. 그 격이 너무 낮았으므로 방문 촬영을 하지 않는 게 나았다. 트렌디하지도 않고 진일보한 것도 없었다. K콘텐츠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 이 정도 수준이란 말인가 싶다. 오히려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위상을 생각한다면 더 고퀄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선정적이고 수준이 낮아서만 문제가 될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자극적으로 선정적인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노출될수록 피로도가 증가해 기부 행위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한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쌍한 아동을 보여주며 기부를 요구하는 콘텐츠를 보면 볼수록 기부 행위는 더 떨어졌다. 감정의 소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로도가 쌓이고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즉, 아예 이런 콘텐츠 자체를 피하게 되고 결국, 기부에 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 즉, 영부인까지 나서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많은 이들이 피로하다.

더 중요한 점은 많은 연구결과나 분석에서 드러났듯이 수 없는 사람들이 기부를 적게 하거나 갈수록 줄이는 이유는 의식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부금액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신뢰와 투명성 요구는 관련 기관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관련 기관들이 이슈화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정 운영의 수반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캠페인과 운동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점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도와 정책에 관한 내용으로는 자신이 단번에 잘 드러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정보기관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숨겨도 좋은 일은 알려지고 마는 디지털 환경에서 국력만 소모되고 있다.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이 자문(自問), 자숙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세상은 모두 자기 이익을 위해 미친 듯이 치닫고 있어 공공적 명분과 가치도 자기 자신의 개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선량한 국민들은 최고 지도자 그룹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선거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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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여섯 2022-11-18 08:56:00
부끄럽습니다.
2찍들이 이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ㅂ겁니다.ㅠㅠㅠ

라마다 2022-11-18 00:25:47
윤석열과 김건희의 개념이 천박하기 때문에 이런거유
지들 땬에는 이렇게 하면 좋은 이미지가 될것같다고 생각한건데 이 자체가 천박 그이상그이하도 아닌거쥬

마호히메 2022-11-17 21:03:43
잘 보고갑니다.

저질 컨텐츠 2022-11-17 19:50:03
주식 사기쳐서 누가 길거리에 나앉아도 상관없는 자. 가짜 학위로 교수질해서 정당한 학위 보유자의 일자리와 보수를 뺏은 자. 가짜 박사로 박사 학위 심사위원질까지 해서 그 대학 학위자들 다 의심하게 만드는 자.
비싼 세금 써가며 외교 일조한다고 따라가면서, 그 나라 말로 '감사합니다'란 말조차 몰라 현지에서 뭐냐 물어보는 자. 병원 가서 어린 환자에게 카메라를 보라는 자. 멀쩡히 서있는 다 큰 남자애 끌어다 애기처럼 안고 사진 찍는자. 찍으면서 수행한 이들에게 반말 찍찍거리는 자. 비통하게도 천박한 김 컨텐츠는, 동일 수준의 윤 컨텐츠와 맞물려 오늘도 국격 떨어지는 '저질 컨텐츠' 대량 양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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