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30년 역사의 계룡문고가 최근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시 산하기관인 테크노파크가 계룡문고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영난에 임대료를 미납하자 퇴거 통보와 함께 건물 인도 소송 청구를 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룡문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경제의 논리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일 퇴거 위기를 맞은 계룡문고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대전지역 마지막 남은 향토서점이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일류경제도시라는 비전을 갖고 경제성장에 힘써도 서점 하나 없다면 배부른 돼지가 될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의 추억이 서린 문화공간에 엄격한 경제의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우리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수는 없는 것인지 유감스러울 따름이다”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지난 3월경 테크노파크는 재계약 조건으로 임대료 204%, 관리비 312%를 인상해 월 1950여만 원을 요구했다. 시 정책으로 임대료를 감면해도 월 약 153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재계약 조건이 너무 과도하다는 호소에 월 임대료는 57.39%, 관리비는 140.26%로 하향 조정됐다”며 “현재까진 월 약 800만 원의 임대료를 내면 되지만, 임대료 감면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1150여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서적 거래로 방문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이 급감하자 큰 타격을 입었고, 지난 4월부터 임대료 등을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테크노파크는 그동안 독촉 안내를 하다 지난 9월 계약 해지와 퇴거를 통보했고, 이달 2일엔 건물 인도소송을 청구했다”라고 말했다.

소송 내용을 살펴보면, 테크노파크는 월 2000여만 원씩 계산해 7개월 치 금액인 1억 4000여 만 원을 계룡문고 측에 청구한 상태다. 앞서 지난 3월경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한 1950여만 원에 냉난방비 등 추가 관리비를 포함한 금액으로 대전시의 코로나19 임대료 감면 정책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이 대표는 “퇴거 통보를 받은 뒤 도움 요청 등을 위해 9월 20일쯤에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라며 “왜 답변이 불가능한지 지난달 재차 확인했지만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으로 인해 민원이 누락됐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대전시에는 향토서점이 없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시는 특혜시비 등을 우려해 지원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계룡문고만 지원할 경우 타 업체나 단체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 서점 활성화 사업 등 내부적으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계룡문고가 사라지면, 판암, 낭월 등 원도심 지역엔 큰 서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된다”며 “안타깝지만, 소송 대응을 해야 하는 처지이므로 다음 주 중으로 변호사 선임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96년 개점한 계룡문고는 테크노파크 지하 1층 1260㎡ 규모의 대전지역 유일한 향토서점이며, 현재까지 ▲문화행사(500회↑) ▲학생 견학(6000회↑) ▲책 읽어주기 행사(500회↑) 등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