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3] 못된 것을 쫓아냈던 회화나무...홍성군 결성면 회화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3] 못된 것을 쫓아냈던 회화나무...홍성군 결성면 회화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24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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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홍성군 결성면 결성동헌의 형방청 뒤뜰에 있는 회화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1935년 당시 주임으로 있던 야마구찌가 가지를 베어 벙어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있은 후, 신목으로 여겨 그 후 부임하는 지서장들은 빠짐없이 제를 지내고 있음’이라는 전설이다.

주재소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 각지에 있었던 일본제국 경찰의 말단 기관으로 주로 순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지방의 순사들은 조선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반일·항일 행위자를 감시하는 일을 주로 맡아왔으니, 결성면 주재소의 주임이란 자라면 결성면 사람들에게 원한 살 일을 많이 했을 것이다.

1935년이라면 일제가 우리 고유의 민속과 풍습을 없애고, 한글 대신 일본어 사용을 강요했던 시기다.

이런 시기에 주재소의 순사라면 우리 국민이 치를 떨 수밖에 없던 악인들이니, 저항하기 어려웠던 일반인들은 나무가 대신 벌하기를 바랐던 듯하다.

결성동헌 형방청의 회화나무는 조선시대 결성현감으로 부임(1424년, 세종6년)한 정구녕이 3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 중 1그루가 현재 남아있는 405년의 회화나무다.

회화나무는 조선시대 관청에 주로 심었던 나무였다.

출세와 행운을 가져다주고 잡귀를 몰아내는 능력을 가진 나무이기에 관청이나 서원, 향교 등 학생을 가르치는 곳에는 회화나무가 남아 있다.

그 중 과거 결성읍성의 지방 치안을 담당했던 형방청 뒤뜰의 회화나무는 장소와 전설이 매우 흥미로운 보호수다.

우선 형방청에는 지금도 죄인을 추국하거나 태형을 했던 형틀이 남아있다.

성리학을 근간으로 세운 나라이고 유교를 내세워 많은 백성을 형벌로 다스렸던 곳이니 죽어나가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죄를 떠나 원망이 많은 곳은 원혼을 달래거나 쫓아내야 한다.

바로 회화나무가 형방청 뒤뜰에 버티고 있으니 악한 감정을 가진 원혼을 쫓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는 결성읍성은 평지에 위치한 신금성이 고려말, 조선초에 창궐했던 왜구 침탈에 취약하면서 문종1년에 왜구 방어의 필요성으로 천수만과 안면도가 조망되는 석당산 능선에 조성한 성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곡창지대를 지켜야 하는 홍주목(홍주성)과 충청수영성의 배후에 위치하면서 농업생산과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해냈던 성이다.

즉, 성리학적 이념과 농업생산성,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기대를 안고 조성한 읍성에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고 복을 비는 신묘한 능력을 갖춘 나무로 회화나무만한 나무는 없었을 것이다.

자식 얻기를 기원하는 가정이나 출어를 앞둔 어부에게도 회화나무는 영험한 능력을 가진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그런데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거점이면서 조선의 국가통치 시설이었던 지방읍성과 관아를 일제는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는 거점으로 사용했다.

건강과 복을 기원했던 장소가 우리 민족의 삶을 파괴하는 원흉들이 차지하면서 아마도 회화나무는 마을수호신으로서 신묘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순사 계급 중 모질기로 소문난 자를 벙어리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후, 마을에 부임하는 주재소장들과 해방이후의 관료들은 회화나무를 두려워하여 제를 올렸다고 한다.

앞으로도 마을을 지켜주고 주민의 원한을 풀어주는 회화나무가 되기를 빌면서 내년 단오절의 신목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 329 회화나무 1본 405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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