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6] 드라마 ‘슈룹’을 연상시키는 느티나무...서산시 운산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6] 드라마 ‘슈룹’을 연상시키는 느티나무...서산시 운산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2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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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큰 줄기가 하늘로 향하고 줄기 끝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눠지면 다시 그 가지가 수많은 가지로 분화되어 마치 부채를 펼친 모습을 띤 나무가 있다.

온종일 뜨거운 햇살에 지친 농부에게 잠시 휴식하라고 그늘을 내주는 나무.

자신은 흠뻑 젖어도 비가 멎을 동안 안전하게 쉬어가도록 나그네에게 비가림막이 되어 주는 나무가 있다.

거친 세파와 풍상에 줄기와 가지가 부러져도 느티나무는 동네마다 나무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에게 넓은 품을 제공한다.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의 느티나무가 그렇다.

마치 엄마의 품처럼 말이다.

최근 사극 드라마 ‘슈룹’이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슈룹은 우산의 옛말이다.

드라마는 사고뭉치 대군에게 닥친 위협을 손수 해결하는 왕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왕비는 궁중 예법에 따라 조신하게 행동해야 함에도 자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궐 안을 뛰다시피 한다.

심지어 왕세자가 독살당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인과관계를 파헤치고, 다른 후궁과 그 배후의 권세가들에게 왕세자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빈자리를 동생이 잇도록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엄마로 등장한다.

특히, 셋째 아들(계성대군)이 조선시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성소수자’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왕비는 아들을 다그치지 않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한다.

또한 여장한 자기 모습에 기뻐하는 셋째 아들을 위해 궁궐 밖으로 나가서 여장한 모습의 초상화와 비녀를 선물하면서 딸로 인정해 준다.

궁궐로 돌아오는 길.

비를 안 맞도록 아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자신은 비를 맞는 두 모자의 뒷모습은 엄마가 곧 우산임을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봉준호의 ‘마더’가 자식만을 위한 극단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그렸다면, 슈룹은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엄마의 품을 보여 준다.

이렇게 드라마 ‘슈룹’은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은 ‘어머님의 은혜’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 ‘슈룹’은 단순히 비를 막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식 삶에 휘몰아친 풍상과 세파를 막아주고 기대도록 하는 엄마라는 의미가 크다.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의 느티나무에서 슈룹이 연상된다.

640년의 거대한 노거수는 오고가는 이들에게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의 건설노동자나 어르신, 그리고 옆의 ‘느티나무 빌’과 같은 다세대 주택의 주민들이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느티나무 품에서 쉬어가고 있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남자 3명이 나무에 제사를 지내는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질 정도로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 느티나무는 주민들이 소중하게 지켜내고 있다.

용장리 느티나무는 이제 잎이 떨어져 넓은 그늘이 사라지고 있으나 하늘을 향해 뻗은 느티나무 가지는 마치 우산살처럼 활짝 펼쳐진 모습을 하고 있다.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 403-4 느티나무 1본 64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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