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8] 버릴 줄 아는 지혜...서산시 음암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8] 버릴 줄 아는 지혜...서산시 음암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3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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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모아온 비용이 아깝고, 쏟은 정성과 익숙하고 추억이 묻은 물건에 대한 아쉬움으로 버리는 일은 마음이 쓰리다.

모으고 쌓아가는 물건에 성취감을 느꼈던 적도 있다.

남의 물건은 그렇지 않다.

성장한 아이들의 그림책과 장난감들, 아내의 오래된 옷들은 쉽게 비울 수 있어도 내 물건을 버리는 일은 신중했다.

특히 쌓아가는 전공 서적이나 자주 보지 않는 외국 서적들은 쌓인 만큼 지적 허영심에 사들인 물건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필요한 물건을 채울 공간은 더욱 부족하고, 비워야 하는 시간은 다가왔다.

버리는 기준도 골치 아프다.

비싼 책과 중요한 책 중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버려야 할지도 고민이고, 이슈가 지난 책이지만 읽지 않은 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끊임없는 고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책들을 버린 지 몇 개월이 지났으나, 그 책들을 다시 찾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빈 공간이 가족을 위해 사용되니,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욕심을 줄이니 행복이 커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경험한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는 단순한 생활 방식이나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

불필요한 물건과 일을 줄여 적게 가지고 생활을 단순화시키면 본인의 마음과 생각이 더 풍요로워지는 삶을 의미한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느티나무는 매년 반복한다.

서산 음암면 부장리의 느티나무는 수백 년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왔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필요 없는 잎을 털어내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앙상한 모습으로 남았으나 내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여유의 시간이다.

버리지 못해 고민해 빠진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

잎을 떨구어 가벼운 모습이나 눈보라에도 굳건히 땅을 딛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풍성한 잎을 가질 때보다 더 늠름하게 보인다.

더구나 낙엽은 땅으로 돌아가 자신과 다른 식물들에게 양분으로 되돌려 주는 배려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자의 여유라 할 수 있다.

버리는 삶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삶이라 한다.

나무는 빈 것을 채우기 위해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한다.

버리고 새로움을 반복해서 생활하는 나무야말로 청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190년 그리고 640년의 연륜을 가진 느티나무.

나이는 단순히 숫자일 뿐.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내년 봄에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산시 음암면 부장리 937 느티나무 1본 640년, 19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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