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신, 왜?
[컬처 인사이트]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신, 왜?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12.14 15: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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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Drama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JTBC Drama 페이스북 페이지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애초에 ‘재벌집 막내아들’은 끝장 드라마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재벌 집에 대해서 통속극의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가 어그로를 끄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전개 과정은 단순히 재벌가에 관한 관음증 차원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듯싶었다. IMF, 주식조작, 반도체 투자, 철강 기업 수주 경쟁, 9.11 테러,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굵직한 근래 현대사의 사건들이 주요 포인트마다 등장해 몰입도를 높인다.

개인적 동기가 거대 서사와 잘 믹스되어 호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윤현우(송중기)는 충성을 다했음에도 결국 살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억울하게 죽은 듯한 윤현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순양 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부활한다.

본인도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 앞에 당황한다. 이러한 설정은 요즘 영화와 드라마의 특징이다. 원인이 과학적이냐 보다는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도준이 된 윤현우는 곧 자신의 원한을 풀기 위해 복수극에 나선다. 이때만 해도 통쾌한 사필귀정의 과정을 기대하게 했다.

순양 가(家)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재벌가를 상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재벌경영시스템이 한국에 미친 역효과를 생각했을 때 윤현우-진도중의 복수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만 머물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윤현우의 개인적인 복수는 자신의 목숨을 빼앗은 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점에서 시작했다. 비록 그런 사적인 동기에 따라 내러티브가 전개되어도 80-90년대 사회·경제적인 배경은 정치개혁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더구나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모순을 담아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순양 가의 진양철(이성민)은 자신의 욕망 나아가 야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경쟁사를 무너뜨린다.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해치고 있는 경제 모순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도준은 복수를 위해 진양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전력투구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점은 진도준이 미래에서 온 윤현우였기 때문이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선택과 결정에서 그를 이길 자는 없었다. 정보 비대칭 상황의 절대 강자였다. 이를 통해 결정적인 공을 세운 대가로 진양철에게서 받은 부동산을 종잣돈으로 삼아 투자회사를 설립 운영하면서 점점 몸집을 키워나가고 마침내 순양 가를 자신이 인수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드라마의 방향은 애초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우선 진양철의 캐릭터가 절대적이 아니라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자극한다. 이러한 점은 탁월한 배우 이성민의 연기력 때문에 더욱 배가 된다. 더구나 드라마의 방향이 자식들의 욕망이 서사 전개의 동력이 되면서 가중된다. 자식들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도준은 진양철과 연대를 하게 되고 막내아들임에도 순양 가의 계승자로 부상하게 된다. 또한, 최근 드러난 사실에서는 진도준이라는 인물과 윤현우는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 점은 결국 윤현우나 진도준이나 이름은 달라도 결국 순양 가의 핏줄이라는 점에서 같다.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환생한 것이 아니라 진도준이 윤현우로 환생하여 다시 되돌아왔을 뿐이다. 그렇게 해야 자신을 진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에 관한 인식을 통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재벌가의 후계 구도를 벌이고 싸우는 집안 투쟁이다. 조카가 작은아버지 큰아버지와 다툼을 벌이고 갈수록 순양 가의 집안 여성들도 이 다툼에 몸집을 키워 나선다. 서로 암투를 벌이는 장면이 매우 익숙하다.

시청률 전략이라는 점 때문에 애초에 생각했던 끝장 드라마와 최종 같아졌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 그런 제목을 지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점을 흐리고 다른 의식 있는 드라마로 보이기 위해 과거의 실제 사건들을 믹스 시킨 셈이다. 재벌의 논리들을 정면으로 깬 적은 없다.

단순히 후계 구도에서 진도준이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할 뿐이다. 물론 그렇게 할 때 자신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벌 체제가 가진 한계에 대한 대안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진도준도 역시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진양철과 다를 바 없다. 한때 전문 경영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줄 알았지만 오로지 금융 지주회사가 모범 답안인 것으로 규정할 뿐이다.

애초에 진도준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생을 해서 미래의 정도를 다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독자적인 대안이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역량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드라마는 그런 것은 관심이 없었다. 문어벌식 재벌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이나 했던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진도준은 항상 반복해서 말한다. “아무리 바꾸려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 문장에 이미 이 드라마의 결론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더는 기대가 필요없는 이유가 배태되어 있던 것이다. 잔뜩 기대감만 키웠으니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다른 대안의 드라마를 원하게 될 뿐이다. 혹여 진도준이 경영주가 되어 재벌 순양 가를 해체할까?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럴 동기가 없이 개인 복수가 그의 비전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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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기 2022-12-15 09:29:24
좌파 경제사관 코드를 안넣었다고 화나신거면 판타지 드라마 대신 뉴스공장이나 더탐사 라이브를 시청하시는게 어떤가요? 아마 이미 보고 계시겠지만요. 가업승계를 적폐로 보는 편협한 시각으로 재벌해체와 전문경영인(재벌 자식이면 비전문가라는 뜻인가?) 체제만이 이상적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계시는데 국민연금 포함 한국 개미 투자자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산 종목들이 그 재벌 적폐기업들 아닙니까? 님의 생각대로라면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는거네요. 대체 어느 경영학책에 가업승계와 사업다각화가 잘못된 경영방식이라고 써있는 겁니까? 삼성,현대가 잘못 경영했는데 세계적인 기업이 된겁니까? 장하성, 문재인,김상조 부류들이 훈수 두는 대로 경영하면 더 잘 된다고 확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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