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종보 세상읽기] 강정과 스펀지
[소설가 김종보 세상읽기] 강정과 스펀지
  • 김종보
  • 승인 2015.05.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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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보 시인·소설가·칼럼리스트

[굿모닝충청 김종보 시인·소설가·칼럼리스트] 바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하루의 시작은 이웃집 아기엄마의 문 두드리는 소리로 시작된다. 언제부터인가 그 엄마는 아이를 유아원에 맡기지 않았다.

그 무렵, ‘설상가상’ 그 집 노모마저 양로원에 맡겼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온 터였다.
아직도 지난 장성요양원 화재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 후 잊을 만하면 도심의 빌딩에서, 실버타운 노약자 시설 등에서 연달아 사건들이 일어나다보니 긴장의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요양원에서 있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다보니 후 지금 거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있는 가정마다 전전긍긍 하고 있다.

이처럼 부실한 관리를 하고 있는 시설들이 비단 그곳뿐이겠는가.
그렇다고 유아시설들은 온전한가. 또 다시 과거 화성 ‘씨랜드사건’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이 땅의 엄마들이 유아원에 아이 맡기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낭설이 아닌 아이가 보챈다고 갖은 학대를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 하여 수면제를 먹여 잠을 재운다는 인권유린의 소문이 퍼지자 지레 겁먹은 엄마들이 속빈 강정의 시설로 보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치매기가 있는 노인들에게 거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묶어 놓거나 아니면, 흥건히 젖은 스펀지 약물로 잠들게 하는 바람에 희생이 더 컸다는 후담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땜질식 변명에 지나지 않는 답변만 내 놓는 되풀이식에 실망감만 더 안겨 주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지지부진한 안전 대책이 오히려 불안감만 가중 시키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우리는 위험한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강조해도 또 강조해도 바르게 잡혀지지 않는 강정과 스펀지 같은 정책, 그 무엇이 문제인가.

의정부 도심 빌딩 화재사건의 취약점을 비롯해 한 겨울 전기장판이 화마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어도 그 상품에 대한 규제개혁하나 제대로 해결 하지 못해 사고의 원인제공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게 만들어가는 오늘의 정책 문제 있다. 성냥의 욕망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데 있지만 세상에 난 불을 끄는 방제는 강한 차가움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뜨거움에 대항해야 하는 그 냉철한 얼음덩이 같은 정책이 없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그 결과 도깨비처럼 신출귀몰하는 화마에 죽어가는 소방관들과 힘없는 민초들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동쪽 방향, 이달은 서쪽 방향, 그렇다면 내일은 어느 곳일까. 각종 사건에 수많은 아까운 생명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건에서 우리는 황소들을 많이 잃었으면서도 또 다시 소방외양간법을 고치지 못해 또 당하고 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불량 방화복으로 인해 아까운 생명을 잃고… 그리고 반복에 반복되는, 그러고도 안전에 안전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며 새로운 법을 내 놓자 또 터지고 마는, 그때서야 인재였다며 우리는 가슴을 친다.

이 시대 개조와 개혁의 거대한 타이틀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만 같은 불안한 정세 속에 혁신마저 불감증에 걸려있어 걱정스럽다.

작디작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은 여전히 도중에 끊어질라 그 바톤을 이어가며 경쟁이라도 하듯, 예고 없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원망하는 외양간 곳곳의 삐거덕 거리는 대들보를 여전히 방치한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이 땅에서 쇠뭉치로 된 대들보 법 하나 만들 수 는 없는 것인가.

국민은 강정과 스펀지 정책에 의해 실효성 없이 술술 새어나가는 헛바람 처방보다강한 쇠뭉치 소방법, 그 쇠뭉치 보호법으로 만든 우리의 쇠 그물 안전보호망이 만들어지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사회안전망 울타리밖에 머물고 있는 민초들의 바람은 그것이 남은 생명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최후의 구명정이나 다름없기에 그 보루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지킴이와 돌보미 그것이 그들에게 필요한 구명정이다.

차가운 밤바다를 누비며 하룻밤 사이에 이름 모를 또 다른 악마의 회오리바람에 온 몸이 통째로 사라질까, 노심초사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안전한 바람막이 그물을 만들어 보호해 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미 등한시 한 무관심 죄로 사회 곳곳이 골당공증이 되어버린 강정 같은 짚더미둥지에서 찬바람에 떨고 있는 민초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이다.

생명을 구겨진 종이조각보다 못하게 여기는 오늘의 사회, 거리마다 생의 존엄함 마저 찢겨져 비틀거리는 물 먹은 스펀지 보루에서 줄줄 새 나오는 누수를 스스로 막을 손바닥이 너무나 작아 애처롭기만 하다.

노약자를 볼보로 하여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는 사회, 약자들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강자들의 먹잇감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바라보며 씨줄 날줄이 튼튼한 사회 안전망 그물을 만들어 줄 의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그림자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흙탕물에 젖은 거리에는 삶의 목적과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붐비는 인파사이를 헤집고 지나는 골목 마다 단물만 빼어먹고 내 버린 증오의 딱지들이 나뒹굴어 쌓여 있다.

지금 이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관심은 정과 사랑이다. 문제는 그 정이 머물러야 할 인정의 수초마저 이기적인 혼돈에 헝크러진 거리의 숲을 가지런히 빗어내려 줄 참빗이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필히 그 무엇보다 삶의 접시에 담긴 스펀지조차 물먹지 않도록 우리가 관심의 온도를 높여 뽀송한 삶의 접시로 되돌려 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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