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명칭변경 ‘졸속’ 유감
[노트북을 열며]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명칭변경 ‘졸속’ 유감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5.25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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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영 정치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대전시는 지난 4일 평생교육문화센터를 ‘여성가족원’으로 명칭변경하고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전담사업소로 기능 전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대전광역시 행정기구설치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대전시에 부재한 여성기관 설치와 가족정책 서비스를 병행 추진하며, 평생교육기관들의 기능중복을 일부 개선하기 위한 것” 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원은 기존 평생교육기능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 여성역량 강화와 저소득층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제공을 위한 특화사업을 담당토록 할 예정이다. 또한 가족가치 확산 및 가정친화 증진을 위한 사업과 함께 남성·아동을 포함한 가족 전용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평생교육문화센터 명칭변경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평생교육진흥법에 따라 2011년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재단법인으로 설립되면서 이름이 혼동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각급 여성단체에서도 명칭 변경을 통해 여성의 고유기능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칭 논란이 일자 게재에 당초 여성문화회관으로 운영되다 2008년 양성평등 및 평생교육 확대 취지에서 평생교육문화센터로 전환시킨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명칭 변경에 착수해 각종 토론회와 연구용역을 거쳤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특히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명칭 변경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추진이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논의가 급진전됐다. 결국 시는 지난 4일 명칭변경을 최종 결정하고 행정기구설치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15일 부랴부랴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19일 상임위에서 이를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 과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일부 인사 몇몇에 의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명칭변경은 대전시의회 한 의원과 시청 고위급 인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특히 이 시의원은 지난 6대 의회 때도 평생교육문화센터에 운영자문위원회를 만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명칭과 기능전환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직원들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있었지만 시청 고위급 인사가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잡음을 우려해 그냥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교롭게도 시는 언론을 통해 그동안의 추진과정과 문제점이 노출되자마자 입법예고하고, 11일 시작된 시의회 제219회 임시회 막바지에 긴급안건으로 끼워넣었다. 더구나 대전여성단체협의회와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1일 조례안이 아직 시의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도적 보완조치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라”며 통과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명칭변경에 다분히 여성계가 개입됐거나 휘둘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평생교육문화센터를 여성가족원으로 바꿔 여성 관리자를 진출시키고, 여성단체가 관련 사업들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사실 타 지자체에는 여성프라자, 여성센터, 여성회관 등의 이름을 가진 여성전용기관을 별도로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그만큼 여성만을 위한 전문적 지원이 뒤따를 것이고, 이미 여성문화회관을 가지고 있다가 평생교육문화센터에 자리를 빼앗긴 대전 여성계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인구 증가와 청년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평생교육이 시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평생교육을 포기해가며 여성전용기관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시민대학이 있다지만 구 충남도청사 활용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한순간 결정으로 자칫 대전의 5개 대형 평생교육기관이 한 번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평생교육문화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이 왜 “바꾸지 말자”고 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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