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2022년 최대 문화적 사건 청와대 이전… 2023년에는?
[컬처 인사이트] 2022년 최대 문화적 사건 청와대 이전… 2023년에는?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12.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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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개방된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지난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공약이나 사담(私談)에서도 언급된 바가 없는 사안이었다. 이날 관련 연설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소통의 제왕이 되겠다는 분위기였다.

얼마 되지 않아 5월 청와대 영빈관 등이 전격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일반 국민에게 청와대 개방에 관해 여론 조사한 적도 없었다. 또 5월 바이든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을 놔두고 용산 국립박물관에서 환대를 받아야 했다. 국가유물이 있는 곳에서 음식을 접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이전 비용은 최대 1조 원까지 추가 산정되었다.

그런데 논란은 다른 데서도 터져 나왔다. 8월 9일 한 웹 예능프로그램에 갑자기 청와대가 등장했다. 전문 가구기업의 광고 세트로 청와대가 사용되었던 것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청와대가 상업적인 가구기업의 광고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공적인 가치와 매우 거리가 있었다. 문화재청은 상업적 용도의 촬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청와대 이전으로 유탄을 맞은 문화재청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8월 23일 청와대 한복 화보가 논란이 되었다. 국내 유명 패션모델 6명이 본관 및 영빈관·상춘재·녹지원 등 청와대 곳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건물 밖에서 촬영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이례적이었다.

공적인 업무 공간에서 선정적인 자세도 문제였지만, 일본 스타일의 옷이 한복으로 둔갑했다. 한복 홍보기획 의도가 무색해졌다. 불행하게도 참여한 모델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사진들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구찌가 열기로 한 경복궁 패션쇼를 없던 일로 했다. 하지만 구찌 패션쇼는 청와대 화보 콘셉트와 관계없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열기로 한다. 다행이었지만 말 그대로 갈 짓자 횡보(橫步)였다.

지난 10월에는 지난 6월에 촬영된 가수 비의 단독 공연이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특혜 시비가 일었다. 가수 비를 위해 지침을 바뀌었다는 의혹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개방된 청와대를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가수 비의 단독 공연 촬영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한류 유명 가수 비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10년 이상 전의 일이었다.

더구나 웃통을 벗고 분별없이 댄스를 추는 장면들은 K-pop이 아티스트 반열에 올라간 현실도 반영하지 못했다. 이는 청와대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다른 문제였다.

10월은 그대로 지나가지 않았다. 10월 마지막 날 매번 울리는 시즌송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2022년 방송과 거리에서 사라졌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 젊은 꽃들이 무참히 희생되었다. 핼러윈데이 즈음에서 바람 쐬러 왔던 국내외 청춘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다. 만약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하지 않았다면 없을 희생이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단 한 사람의 경찰관 아니 의경이 배치되어 교통정리를 했더라면 희생이 없었을 것이었다. 수많은 신고에도 인원 배치는 없었다.

12월 5일 대통령실은 영빈관을 다시 사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영빈관만한 곳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 원수들을 모시고 용산 국방컨벤션이나 전쟁기념관, 호텔 등을 사용한 결과 영빈관이 제일 낫다는 자체 평가였다. 여러 다른 국가 원수들은 모두 교보재나 몰모트 실험용 쥐 같은 셈이다.

그런데 영빈관 첫 행사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만찬 행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전통적인 우방국 자유주의 진영의 태두인 미국 대통령보다 사회주의 국가 주석이 더 제대로 대접을 받은 셈이다.

한 번 사용하더니 빈번해졌다. 12월 들어 사흘에 한 번꼴로 사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트 플렉스 계획에 따라 영빈관을 기획 전시장으로 사용하려 했던 문체부는 난감해졌다. 물론 영빈관의 구조를 볼 때 일반 전시 공간으로 만들자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닌 것은 모두 인정한 터다.

더군다나 청와대 개방은 국민의 관심도 이제는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개방돼 약 7개월 동안 관람객 274만 6868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국민의 방문율은 떨어진 지 오래다. 이미 예견된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이 없는 공간에는 관심도 없다. 경복궁 일대에 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은 오래가지 못하면 발전하지 못한다. 학술연구와 이를 통한 미래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사후 약방문이었다.

지난 7월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을 구성하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돌고 돌아 다시 청와대에서 행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로드맵을 짤 것인지 누구나 의구심을 갖는다. 자문단은 연구단체가 아닐뿐더러 책임의 의무도 없다.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정도만 용역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각 건물이나 미술품 연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앞뒤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치 문체부와 문화재청이 정화조 청소업체가 된 분위기다.

청와대 개방으로 매년 2000억 원 상당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문체부 산하 연구기관이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고 미래에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되는데 210억 원이나 투입된다. 이 돈이 투입되고도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청와대가 문화재인지 일반 시설인지 정리도 못 하고 있으니 그 미래가 보인다. 애초에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청와대 이전을 모색했다면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품격 있는 외교와 아울러 청춘들의 희생도 없었을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국정운영 결정의 신중함에 있어 수평적 숙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2022년의 청와대 이전 해프닝은 잘 보여준다. 그들에게는 즉흥적인 결정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2023년에는 절대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겠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벗어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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