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학보사 편집장이 건설 노동자 된 사연
[굿모닝충청인] 학보사 편집장이 건설 노동자 된 사연
에세이 '노가다 가라사대'·'노가다 칸타빌레' 저자…6년 차 형틀목수 송주홍 씨
"노가다판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밥벌이 현장"…"건설 산업 전반 뜯어 고쳐야"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3.01.01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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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주홍 씨 제공/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송주홍 씨는 자신을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 글 쓰는 노가다꾼”이라고 소개했다.(사진=송주홍 씨 제공/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은퇴 이후 삶은 모든 세대의 고민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현직에서 활동 시간 이상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주홍(36) 씨는 제2의 삶을 사는 청년이다.

최근 <굿모닝충청>과 만난 송 씨는 자신을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 글 쓰는 노가다꾼”이라고 소개했다.

6년 차 형틀목수이자 노동 에세이 ‘노가다 가라사대’와 ‘노가다 칸타빌레’를 쓴 작가다.

형틀목수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건물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거푸집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송 씨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 들어도 책만 읽었다.

(사진=송주홍 씨 제공/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글 쓰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송 씨는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노가다를 뛰고 퇴근 후에는 오롯이 작가의 시간을 갖는다. (사진=송주홍 씨 제공/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대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그는 학보사 편집장으로 대학 생활을 보냈고, 졸업 후에는 대전과 서울에서 기자로 일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신념, 세상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던 중 결혼을 하고 강원 강릉에 신혼집을 차렸지만,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닐 정도로 심신이 지쳤다. 모든 걸 정리하고자 대전으로 돌아왔고, 노가다판에 들어왔다.

송 씨가 노가다판에 들어온 데는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가 한몫했다.

그는 “육체노동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표하는 내용의 김훈 에세이를 읽었다”고 전제한 뒤 “땀 흘리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과 부러움, 호기심이 생겼고, 노가다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후회는 없다. 글 쓰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송 씨는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노가다를 뛰고 퇴근 후에는 오롯이 작가로서의 시간을 갖는다.

그가 펴낸 두 권의 책에는 노가다 잡부로 시작해 형틀목수가 되기까지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력사무소와 공사 현장 등 경험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냈다.

송주홍 씨.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송주홍 씨.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송 씨가 노동 에세이 두 권을 펴낸 이유는 책이 가진 위대한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송 씨는 책을 통해 노가다판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밥벌이 현장”이라고 정의한 뒤 “노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가다판이라고 해서 별다른 건 없다.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괜한 것에 욕심 부리면 몸이 고생한다”며 “세상사는 똑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 노가다꾼이라고 소개하면 조롱과 멸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너 공부 안하면 저 아저씨처럼 돼”라는 말을 듣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책을 통해 이를 반박하고 노가다꾼의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전한다. 그 속에서 나름의 메시지를 끄집어낸다.

송 씨에 따르면 노가다판의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다. 이는 발주처이자 원청인 대형건설사, 하청인 중소건설사, 오야지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의미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 뒤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과도하고 위험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송 씨의 설명.

송 씨는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현장에서 인부들은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2012년부터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464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실을 언급한 뒤 “(이것이)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정부는 매년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건설 산업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며 “책상에 앉아 고민할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주홍 씨.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송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내용은 조만간 드라마 제작, 안방을 찾아온다. 그는 “많이 기대를 해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송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은 조만간 드라마로 제작, 안방을 찾아온다. 그는 “많이 기대를 해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도 그는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다. 다음 책도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괘를 같이한 자기 어머니의 이야기, 그 속에서 여성의 삶을 책에 담을 계획이다.

더 큰 꿈도 있다. 대안 문화 공간 주인장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대안은 사전에 소규모로 운영되는 비영리 전시, 공연 장소와 상업성을 추구하는 기성 미술관·갤러리의 권위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을 실험하고 유통하는 통로라고 정의돼 있다”고 전제한 뒤 “내가 생각하는 대안 문화 공간은 사전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다. 이는 오래된 꿈”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송 씨는 노가다판을 편견 없이 봤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노가다판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함께 땀 흘리며 지금보다 건강한 노동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게 제가 바라고 꿈꾸는 노가다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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