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⑤] 쓸어버린 쓰레기와 함께 살기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⑤] 쓸어버린 쓰레기와 함께 살기
정영주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자원순환리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0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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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씨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 모습. 사진=정영주/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정영주 자원순환리더] 쓰레기란 비로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쓸어버리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일은 지구생태계를 통틀어 여타의 다른 동물들은 하지 않는, 오로지 인간만이 하고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한숨이 나온다. 오늘도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는 쓸모없게 된 물건들과 마주하며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일이다. 쓰레기로 변하기 전에 다른 쓰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쓰레기로 버리는 일 자체를 신중하게 한다. 마트에 갈 때는 기본적으로 장바구니를 챙기고 두부를 사러 갈 때도 그릇을 가져가서 사 오고 물건 구매도 덜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꼼꼼하게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게 된 데에는 환경강사라는 직업의 영향도 있지만,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진행한 100일간의 쓰레기 줄이기 실험과 실천 활동에 참여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때에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 보다 가까이 두고 생활했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나 외에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다. 덕분에 재사용, 재활용, 새활용이라는 단어를 쓰레기라는 단어만큼 생활 가까이 두게 되었다. 다른 참여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새로운 쓰레기 줄이기 방법을 배우기도 하였다. 100인의 활동가들이 참으로 열심히 SNS 홍보도 하고 다 함께 노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내었다는 점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뿌듯하다.

나는 주부이면서 자원순환강사이다. 교육현장에서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만난다. 열심히 자원순환과 재활용교육을 하고 있는 와중에 교실에 있는 쓰레기봉투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종이와 페트병, 어쩔 때는 우유팩도 함께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전히 기본적인 자원순환 교육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버려지는 우유팩을 집으로 가져와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유치원 수업의 체험활동에 이용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우유팩은 좋은 종이(원료)로 만들어져서 제대로 잘 버리면 질 좋은 휴지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 주며 자원의 소중함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어려서부터 익힌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교육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계시는 교육장은 누구나 쓰레기 줄이기 실천에 열심이다. 병뚜껑을 모아서 플라스틱방앗간으로 체험을 간다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보면서 꽤 많은 시간동안 공들여 모았겠구나 싶어 흐뭇했다. 유산균 음료를 먹고 바구니에 가지런히 엎어 놓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선생님의 얼굴을 보게 된다. 한번은 어린 유치원생이 수업 중에 ‘2050년이면 지구가 멸망해요?’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어린 시절 물에서 맘껏 놀고 흙도 만지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도 먹고, 나름 시골 태생이라 들과 산으로 신나게 뛰어 놀았는데... 지금 아이들은 환경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어마어마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최종 도착지 소각장과 재활용선별장을 견학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 분리배출을 깨끗하게, 제대로 잘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공동주택은 배출단계에서 품목별로 분리되어진 재활용품들을 계약된 재활용품업체가 가져가기 때문에 그나마 일차 선별이 이루어진 상태로 처리된다. 그러나 일반주택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한꺼번에 비닐봉투에 담겨진 채 재활용선별장에 옮겨진 후 일일이 사람에 의해 품목별로 선별이 이루어진다. 깨끗한 상태로 내놓지 않으면 하나하나 선별해야 하는 분들의 고통이 큰 데다 결과적으로 재활용률도 크게 떨어져 애써 분리 배출한 보람이 적어지게 된다. 최대한 이물질 없게 배출하는 것이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일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과 교육현장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우유팩은 깨끗이 헹구고 잘 말린 후 모아서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가면 우유팩 1Kg당 구형 종량제봉투(20L 1장)로 교환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유팩 1kg을 모으기에는 기간이 많이 걸리니 우유팩이 잘 수거될 수 있도록 동네 마트나 공공기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거점으로 수거함을 마련하면 손실되는 우유팩을 잘 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수 페트병의 라벨은 떼어지기 쉽게 만들고 있지만 다른 음료병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라벨을 쉽게 떼어 내어 낼 수 있도록 기업이 제대로 신경써야할 문제이다. 소비자는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막상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다. 색깔이 들어간 스티로폼은 분리배출은 되지만 혼합되면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니 색깔이 없는 스티로폼으로 규격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과대포장 문제도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쉽사리 개선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재활용 마크를 조금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들어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좋겠다. 쓰레기 줄이기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품생산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며 생산하는 제품에 소비자들은 환경적인 선택소비를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이런저런 일을 하려고 하면, 혼자 하라는 둥 같이 사는 다른 사람 힘들게 하지 말라는 둥 핀잔을 듣는다. 그래도 정수기물을 싫어하는 가족이 있기에 우리 집에는 정수기가 없고, 일반 생수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 먹지 않으며 먹는 물은 끓여서 먹고 있다. 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 끓여야 하니 불편하지만 폐트병이 배출되지 않으니 재활용 쓰레기는 많지 않다. 주방세제는 EM활성액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세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수돗물 사용량도 적어져 하수배관도 깨끗하게 되니 1석 2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시골주택에 살고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한계가 많았는데 그나마 처리기를 이용하여 화단에 흙으로 덮어두었다가 퇴비로 활용한다.

가족 공동의 쓰레기 문제 외에 개인적인 소비습관으로 인한 문제는 의류구매인 것 같다. 지금은 넘쳐나는 물건 속에 적은 비용으로 구매 할 수 있는 곳이 많고 인터넷이나 TV홈쇼핑은 충동구매를 유도한다. 구입비용에 조금 돈을 더 지불하면 세트로 살 수 있는데 그중 단골이 의류이다. 옷장을 열어보면 옷은 많이 있는데 막상 입으려고 하면 입을 옷이 없고 계절별로 한 번씩은 구매를 하다 보니 옷이 쌓이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옷을 정리하여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를 하거나 시골일 작업용으로 입으라고 보내기도 한다. 헌 옷을 이용하여 가방이나 생활소품을 만들기도 하면서 이미 생겨져 버린 물건, 넘쳐나는 물건이 곧바로 쓰레기로 되지 않게 가치를 더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물건 구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 참 고민이다. 풍요로움이 넘쳐나고 불필요한 것을 자꾸 사게 되면서 버리지는 못하고 쌓아두는, 무엇인가 계속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반성을 하게 된다.

쓰레기는 안 만드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우리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는 안 되니, 차라리 쓰레기와 함께 잘 살아야 되지 않을까? 불편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고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자원이와 순환이랑 5분 함께 사는 법’을 제안하며 오늘도 나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열심히 고민해본다.

1. 우유 마시고 헹궈서 엎어놓는데 20초
2. 텀블러에 물담아 가지고 다니는데 30초
3. 텀블러에 커피숍에서 커피 담는데 120초
4.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데 10초
5. 페트병에 라벨 제거하고 분리하는데 10초
6. 기름통 깨끗이 해서 버리는데 60초
7. 핸드타올 대신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데 10초
8. 물티슈 대신 물걸레 사용하는데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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