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⑥] ‘그것’을 만나던 날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⑥] ‘그것’을 만나던 날
장완동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공방협의회장, 청주시 상당구 용담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1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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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동씨의 공예 작품. 사진=장완동/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장완동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공방협의회장] 해가 뉘엿뉘엿 느리게 붉어지고 있을 때였다. 홀로 계신 어머님을 뵈러 가던 날, 마을회관 옆 좁은 골목을 돌아가는데 분리수거함 옆에서 번쩍이는 게 보였다. 직업병이랄까 나는 습관처럼 차를 세우고 분리수거함 옆에 쌓아진 폐품들을 뒤적거렸다.

번쩍이는 건 오래 두들겨 맞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꽹과리, 귀퉁이는 찌그러졌고 중심 부분이 하얗게 닿아져 약간의 금을 머금고 있었다. 늙은 노모의 미소 같기도 하여 흙을 털어내고 손을 끼워 두들겨보니 낮아진 소리가 울림판을 돌아 나왔다. 한때는 상쇠의 손을 빌려 흥을 이끌었을 소리, 사람들은 쇠 잡이의 장단에 시름을 놓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으리라. 이것들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를 생각하며 버려진 꽹과리와 옆에 세워진 대나무 몇 자루를 뒷좌석에 태웠다.

버려진다는 건 생을 다했다는 것.

주어온 꽹과리와 대나무를 오래 들여다본다. 벼랑 끝에서 나의 손과 마음을 잡은, 누군가를 위해 노래하고 춤 추웠을 이것들, 연민과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지며 옆을 만져보고 앞을 두드려보고 모서리를 살피고 구멍을 불어보고 가지를 흔들어 본다.

구멍에서 낡은 소리가 나온다. 늙은 노모의 숨소리 같은, 문득 어제 다녀온 노모의 손 흔드는 잔상이 떠올라 녹슨 못을 휘어 숫자를 만들고 꽹과리에 붙이자 제법 그럴듯한 황금 시계가 만들어진다. 대나무를 잘게 쪼개 불에 데우고 잘린 가지를 휘어 여러 마리의 솟대를 만들어 넓적한 나무 판에 꽂았다. 노모의 시간도 늘 깨어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꽹과리 시계는 '깨움'이라고 이름 짓고 솟대는 외로워 보이던 고향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어울림'이라고 붙여 본다.

이것이 그것이 되게 하는 일.

유창한 시간을 뒤로하고 지금은 누구의 손길도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밀쳐진 삶, 폐 가구 폐품들을 주어와 씻기고 다듬고 만지고 문지르다 보면 폐타이어는 테이블이 되고 나무 벽들은 책꽂이가 되고 나뭇조각들은 스탠드가 되고 의자가 되고 모빌이 되고 스피커가 되며 이것이 그것이 되어 다른 소리를 갖는다.

장완동씨 공예 작업 모습. 사진=장완동/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폐활용품 공예, 이 일에 감정이 이입되고 애정이 깃드는 건 어쩌면 늘 갈고닦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아서인지 모르겠다. 나의 작업실은 죽어가는 것들과 살아나는 것들로 왁자지껄 시끄럽다. 서류 가방이 아닌 톱과 망치가 든 가방을 들고 들어가면 애완견이 주인을 반기며 뛰어나오듯 새 옷을 입고 새 이름을 갖은 원목 자투리(마주 앉음) 대나무(어울림) 폐파레트(끼움) 꽹과리(깨움)가 춤을 추듯 째깍거리고 구석에 있는 것들이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새롭게 살고 싶다고' 애원하듯 발목을 잡는다. 그럴 때면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up이 되고 나는 발등과 어깨 눈썹에 하얀 톱밥을 쌓으며 페달을 밟듯 사이클을 돌린다. 옆방에서 그 옆방에서도 사이클을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요즈음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공예가 선생님들 또 환경 생태 자원순환 새활용을 고민하는 환경지킴이들, 세상이 밝아지기를 기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정성이 10배 100배의 결실을 갖고 꽃을 피우기를....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새활용공예가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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