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알아서 기는 국회 사무처
[청년광장] 알아서 기는 국회 사무처
표현의 자유는 없는 것인가?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11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9일에 국회사무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윤석열 정부 풍자 작품들을 철거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 12명이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 풍자 작품 8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전날 오후 7시께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 내규를 들어 전시작품의 자진철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작가들은 국회사무처의 요청을 듣지 않았고 사무처는 결국 새벽에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표면 상 이유는 국회사무처는 출품작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으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10.29 참사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회 사무총장은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이광재다. 이광재 총장은 “이태원 국정조사 한참 진행 중입니다. 각별히 전시회를 준비해주신 관계자분들과 충분히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합니다.”고 했다.

참 이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이광재 라는 사람은 정말 호감이 안 간다. 친노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는 민주당을 좀먹고 있는 씽크탱크인 여시재 출신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전혀 개혁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먼저 이광재 총장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10.29 참사 국정조사와 윤석열 대통령 내외 풍자 작품 전시가 무슨 관련이 있나? 필자가 보기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 둘은 조금 어렵게 말하면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이라 할 수 있다. 말이 아무리 바람이 났다고 하더라도 소에게 정분을 느끼지 않듯이 10.29 참사 국정조사는 국정조사고 윤석열 대통령 내외 풍자는 풍자일 뿐이다. 왜 전혀 관련이 없는 둘을 억지로 엮어서 스스로 윤석열 정부에 꼬랑지를 팍 내리는 것인가?

해학과 풍자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표현 기법이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누가 봐도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해내고 있다면 벌써부터 이렇게 희화화되고 풍자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희화화되고 풍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풍자의 대상이 되었으면 대통령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통치자의 기본 자세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몇 달 전에 있었던 〈윤석열차〉 사건의 재림이다. 더 나아가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에 마네의 유명한 누드화 〈올랭피아〉에 박근혜 씨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인 〈더러운 잠〉을 극우 성향 노인들이 떼로 달려들어 훼손한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대체 이 땅에 정말 표현의 자유는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등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의원들과 작가들은 이날 국회 사무총장실도 항의 방문했다.

전시 참여 작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재산을 가져가느냐?”며 “반성이나 사과가 먼저”라고 밝혔다.

강민정 의원은 “국회는 다양성을 소화해야 한다. 다른 데서 못하는 전시를 여기서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은 백 번 천 번 옳다. 이건 필자가 봐도 국회사무처가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자기 검열한 것이다.

이에 이광재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예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창원 전 의원 사례가 있듯 국회가 국가적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총장은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총장이 말한 표창원 전 의원의 사례는 앞서 필자가 언급한 그 누드화 〈더러운 잠〉 사건을 말한다.  비겁하게 변명 좀 그만 늘어놨으면 좋겠다. 국가적 갈등은 무슨 국가적 갈등인가? 당신 같이 비겁하게 정권에 꼬리 내리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 정신’을 거론하고 친노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아는 ‘노무현 정신’은 이총장 같이 비굴하고 소시민적인 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서 말했듯이 10.29 참사와 이번 윤석열 대통령 내외 풍자 작품은 풍마우불상급이다. 왜 아무 관련 없는 둘을 억지로 엮어 자기 합리화를 하려 하나?

한편, 국민의힘은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전시회를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풍자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방하는 전시회를 국회에서 주최하려 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다.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회를 대통령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장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집단 이성 상실 행태를 규탄한다”며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 사무총장이 한밤중에 강제 철거까지 했겠나. 공동 주관 의원들은 국회 윤리위에 회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가 이 사람들을 보고 든 생각은 필자 고향인 경상도식으로 표현하면 “문디 지랄하고 있네.”였다. 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면 그건 기분 탓이 아니다. 김 씨 정권 풍자 작품만 나오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고 떠드는 북한 정권과 역시 당과 시진핑에 대한 풍자 작품에 대해 과민반응하는 중국과 똑같다. 입만 열면 민주 정부를 향해 친북, 친중 타령을 해대지만 정작 당신들이 하는 짓이 북한, 중국과 똑같다.

현재 중국에선 유명한 디즈니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검열 대상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곰돌이 푸와 시진핑을 합성한 사진들이 인터넷에 마구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비대한 몸집이 미련 곰탱이 같다고 네티즌들이 곰돌이 푸와 합성을 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곰돌이 푸를 검열 대상으로 찍은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반응이 중국 공산당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 타령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17년 전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생경제라는 제목의 삼류 잡극을 상연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가지고 희화화 했다. 당신들이 한 짓은 당시 국가원수였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신모독 아닌가? 자기네들이 한 짓거리는 괜찮고 민주당 의원들이 하는 건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인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도 소위 일베충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라는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뿌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당신들은 그런 일베충들에게 “아무리 그래도 한 때 우리나라 대통령이셨던 분인데 이렇게 모욕을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한 적이라도 있었나?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괜찮고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건 안 되나? 전자는 표현의 자유이고 후자는 인신모독인가?

당신들이 먼저 잘 하고 남을 비판할 생각을 하라.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 운운하기 전에 당신들이 윤석열대통령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 아닌가 묻고 싶다.

당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속된 말로 바보병신으로 만든 것이 표현의 자유라면 지금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

언제쯤 이 땅에 완전한 표현의 자유가 정착될 것인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