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고향세, 답례품 유감(遺憾)
[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고향세, 답례품 유감(遺憾)
신용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17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항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고향세’(?), ‘전기세’ ‘수도세’처럼 우리의 일상 가운데에는 세금이 아닌 것을 여전히 세금처럼 부르는 항목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속에 중요한 일로 인식되어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임이리라.

‘고향사랑기부금에관한법률’ 이른바 ‘고향세법’이 새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보면 출향 인사들이 자기의 출신 고향에 많은 기부를 하는 것에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하다 보니 각 지방자치 단체들이 출향 인사들의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은 청주 출신인 나영석 피디를 지역 1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려 본격적으로 스타 마케팅을 시작하였고, 충남도 강부자, 남희석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지역 출신의 연예인을 중심으로 “고향사랑 자문단”을 구성하여 홍보 열기를 더하고 있으며, 춘천시는 얼마 전 16강 진출의 열기가 남아있는 월드컵 열기를 살려 손흥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특성상 고향세 모금의 최대 승부처는 한두 번의 이벤트로 주목을 끌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식어갈 가능성이 큰 스타 마케팅이 아닌 기부자에게 돌려줄 ‘답례품’ 구성에 있을 것이다. 기부금의 30%를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으므로 답례품 시장 형성을 통해 지역의 농축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수도 있고, 지역특산품과 관련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재정을 확충하여 농촌소멸과 지역소멸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복리증진을 통해 각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출향 인사 및 기부에 뜻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소구할 답례품을 선정하는 것이야말로 고향세 모금액을 늘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답례품 시장이 지역사회에 미칠 경제적 효과와 파급력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부자에게는 지자체 내에서 생산된 농축산물 등의 특산물 및 지역사랑상품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할만한 물품 및 지역에서 통용되는 유가증권이 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역의 생산 농가 및 소상공인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향사랑 기부금 도입을 통한 우리나라 전체의 모금 예상액이 4천억원대에 이르고 대전 89억, 세종 44억, 충남 382억, 충북 250억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재원확충 효과가 800억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설문조사를 통한 연구 결과가 있는 것만 보아도 그 파급력을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30%대에 불과한 지방이 즐비한 대한민국 현실에 비추어 지방재정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고향사랑 기부금 유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답례품 구성을 지역별로 살펴보다 보면 너무나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행정자치부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인 ‘고향사랑e음’ 사이트를 살펴보면 각 지자체의 답례품 구성을 볼 수 있는데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3만원 짜리 답례품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10만원을 기부하는 기부자가 가장 많을 것에 대비하여 3만원 짜리 답례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보여진다.

각 지역의 답례품 구성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전국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모든 지역이 지역 특산품 위주의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기부자가 가장 선호하는 답례품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설문조사에 비추어 고향세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답례품은 한국과 일본 모두 지역산 농특산품이 가장 높은 응답율을 보이긴 했으니 각 지역의 농특산품을 간판 답례품으로 구성한 것에 특별한 이의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율을 기록한 우리나라 기부자의 선호도에 비추어 여행지인 지역 특성을 제대로 살린 제주도의 '여행자센터 숙박권'과 같은 지역 체류형 및 체험형 상품을 답례품으로 많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단순히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아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손을 잡고 기부한 지역의 체류형 체험농장 프로그램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먹고 자면서 그 지역을 관광하고 먹거리와 특산물도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들어 주는 답례품 구성이 못내 아쉽다.

신용한
신용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사진=신용한/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향세 제도를 실시하면서 사라졌던 지역의 일자리도 재창출하고 젊은이들의 귀농귀촌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던 일본의 사례처럼 답례품 제도를 잘 활용하여 지역경제에 숨통을 트이게 만들고 지역소멸을 막는 데 기여한 사례를 제대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자체와 지역민의 단합된 노력으로 ‘고향세’가 진짜 세금처럼 무겁게 작동하여 도시와 농촌의 상생과 화합을 이루어 내고 지 속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