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⑦ ] 기후위기 시대, 좋은 이웃으로 살아남기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⑦ ] 기후위기 시대, 좋은 이웃으로 살아남기
장충현 친환경기업 ‘업사이클린’ 대표,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17 11: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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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존슨(Bea Johnson) 가족(4인)의 1년 배출 쓰레기가 1L에 불과. 사진=매일경제/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장충현 친환경기업 업사이클린 대표] 나는 94년생 젊은 남자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유토피아를 살고 있지만 나의 현재는 디스토피아다. 22년생 딸의 미래와 비교했을 때도 지금 누리는 것들이 유토피아기 때문이다. 많은 현대인이 기후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출산 기피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나는 특유의 낙천으로 일상엔 지장이 없지만, 뉴스와 책, 영상, SNS 등의 컨텐츠를 통해 반환경적 이슈를 접할 때면 한없이 막막해진다. 미세먼지가 적은 날 감사하게도 맑은 공기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상을 살던 기억들, 아름다운 사계절과 견딜만한 더위와 추위, 풍성한 식료품들.. 내 아이가 장성한 뒤에 이런 것들을 계속 누릴 수 있을까?

우리의 실천이 기후위기에 유의미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길어야 30년, 짧으면 10년이다. 어느 입장을 택해도 G20 국가들이 지금처럼 성장지향과 자국 이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영화 '돈 룩 업'같은 상황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국가를 이루는 국민, 곧 나를 포함한 우리가 이대로 살아간다면 생후 10개월 된 나의 딸은 만개하기도 전에 인류 종말에 가까운 기후변화를 목격할지도 모른다. 사실 종말은 비약일 수 있다. 누군가 말했듯 지구 온도가 8도나 올라도 최상위 부자와 권력자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만' 20대인 나, 그리고 우리 딸과 아내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마지막 만찬을 즐길 날이 올 수도 있다. 더 살아봤자 살인적인 폭염 외에 수많은 요인들로 일상생활이 피폐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 글은 국민을 향한 20대 아빠의 호소문이다. 함께 살자는 절규이다.

글 제목으로 돌아가서, 디스토피아적 호소를 전한 나의 삶과 실천은 어떨까? 비존슨(Bea Johnson) 가족(4인)의 1년 배출 쓰레기가 1L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약과다.

우리 집엔 물티슈가 없고 행주나 손수건이 많다. 또한, 가까운 제로웨이스트샵,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고 플라스틱 세제나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을 사지 않는다. 주방비누, 세탁비누, 가루세제, 올인원 샴푸바와 린스바를 사용한다.

생수나 정수기 대신 브리타를 쓰고 있다. 하지만 요새는 브리타도 거의 쓰지 않고 수돗물로 보리차나 볶은 현미차를 끓여 마신다. 끓이고 남은 현미는 누룽지처럼 반찬과 함께 먹기에 너무 좋다. 최근 일부 지역에 이슈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고 아리수처럼 관리가 잘되는 물은 수돗물 그대로 먹거나 녹차, 레몬, 허브류 등을 담가 향을 내어 먹어도 된다. 생수는 지하수 고갈, 지반침하, 싱크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쓰레기 문제와 유통과정의 탄소발자국이 매우 크다. 음료수도 개별포장된 음료보다 희석해서 먹는 것을 즐긴다. 복숭아초, 하나초, 홍초, 매실액 같은 것을 희석해 먹으면 쓰레기가 덜 나온다.

한편 우리집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끊이질 않는다. 두부 때문이다.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두부를 먹는 것이 육류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것보다 환경적으로 훨씬 낫다. 현대인들의 단백질 사랑, 곧 고기 사랑이 신화에 가깝다는 것은 현대 영양학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필수영양소 중에 일부가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섭취할 수 있다는 거짓말도 여전히 통용된다. 사실 비건이든 아니든 바삐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은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다. 채식을 한다고 몸이 상하거나, 육류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또한, 우유 대신 귀리유나 두유를 너무 맛있게 먹고 있고 영양제 대신 현미, 잡곡, 쌀눈을 섭취한다. 지속가능한 농법은 기본이고 병 재사용 운동, 리필스테이션 등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한살림을 애용하고 음식물쓰레기는 건조분쇄 해서 퇴비로 만들고 있다. 고추가 다년생이라는 것은 베란다 텃밭을 하며 알게 됐다.

그 외에 생일선물은 제로웨이스트, 비건 선물로 소비하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출퇴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합성섬유가 배제된 옷, 중고/구제옷을 구매하거나 냉·난방에너지도 아끼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고 있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여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헌법소원에 참여한 장충현씨의 자녀 장위온 어린이. 사진=장충현/굿모닝충청 

하지만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개인의 노력이 크게 유의미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행정부, 입법부 모두 시대적 문제를 외면하며 역행하는 모습이라 더 그렇다. 작년 6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여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내 자녀를 포함한 10세 이하 아동 62명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서 총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인데 정부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외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표적으로 우르헨다 사건의 네덜란드 대법원과 노이바우어 사건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비슷한 주장의 헌법소원을 원고 승소 판결로 위헌임을 인정했다.

회의감에 깊게 빠지기 전, 곳곳에 퍼진 희망들을 본다. 지역 환경 커뮤니티들과 여러 네트워크들, SNS에서 반환경적 이슈가 들릴 때도 많지만 좋은 소식들과 피드백, 응원을 주고받는다.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는 기후/생태위기를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로 지적하며 ‘인권은 누림과 발전이 아닌 멈추어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지혜와 연대’임을 강조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이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친환경 실천은 몰라서 안하는 것보다 함께 할 사람들이 주변에 없으면 동력이 떨어진다. 가까운 이웃들과 용기 내고, 손잡고 함께 가길 권하며 나 스스로도 좋은 이웃이 되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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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9:15:42
멋진 사람!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더 밝고 건강해지겠어요^^

김주용 2023-01-18 10:54:54
요즘 보기 드문 멋진 젊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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