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尹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한 이란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1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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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결국 전 날 필자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아크 부대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이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이란이 윤 대통령 본인의 의중과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17일에 이란 측에서 강한 반발을 내비쳤다. 16(현지시간)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최근 간섭적인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안걸프만 국가 간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또 긍정적인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비외교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속담에도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아무 말이나 막 떠벌려서 결국 적대국을 하나 더 늘리는 이상한 외교를 한 셈이 되었다.

전 날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과 이란은 적국이지만 우리는 이란과 적대 관계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에 박근혜 씨가 이란을 국빈 방문하기도 하지 않았나? 또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듯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서울로가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란과 척을 질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이란은 생각보다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도 이란을 상대로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 이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가 결국 패전했고 이라크를 상대로도 전쟁을 벌였다가 결국 승패 없이 흐지부지 끝난 전례가 있다. 그런 마당에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그야말로 자충수나 다름 없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보다 국가 하드웨어가 더 좋다. 우선 이란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다. 이란의 면적은 1648,195km2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더 넓으며 인구는 9,00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나라로 남북한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 인력을 바탕으로 약 54만의 상비군과 40만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란은 무장세력들이 활개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비해 국가가 잘 통합되어 있으며 국가 행정력도 좋은 편이라 무장세력들이 거의 없는 국가다. 이란엔 이라크의 쿠르드족처럼 정부 통치에 반대하고 독립을 강하게 주장하는 소수민족, 반정부세력이 많지 않다. 그나마 이들 소수민족 세력도 서로 분산되어 힘을 모으기 어렵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처럼 군벌이 난립하지 않는다.

종교적으로도 시아파 외 종교는 약 9%로 소수이며 이들 또한 아르메니아 정교회 및 유대교, 조로아스터 등으로 의원석이 쿼터로 지정되는 등 최소한의 믿을 권리는 보장되기 때문에 교도들도 미국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미군을 굳이 편들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미국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결국 2021년에 미국의 패전으로 종결되었기에 아프가니스탄도 못 당해낸 미국이 그보다 더 강한 이란을 정복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이 쳐들어오면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방어할 수는 있겠지만 역으로 자신들이 미국으로 쳐들어가서 이기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어쨌든 이렇듯이 이란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쉽사리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이다. 그런데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 초강대국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이 이란과 척을 져서 좋을 일이 뭐가 있는가? 미국과 우리가 수교를 한 것은 구한 말부터 지금까지 고작 140년이 되었지만 이란은 신라시대 때부터 우리와 인연이 있었던 나라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번 발언이 현재 한국과 이란 양자 관계와는 무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도 불필요하게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한 뒤, 이란과는 1962년 수교 이후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참 대통령의 말실수 때문에 밑에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왜 이렇게 언행이 가벼운 것인가

보통 시민이 이란을 향해서 뭐라고 말하든 외교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이란 대통령이 필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겠는가? 설령 어쩌다 필자를 봤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그에게 말을 하지 않는 한 필자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아님 몽골인인지 알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가 이란에 대해서 욕을 하든 말든 그건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없다.

허나 윤 대통령은 명색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그의 말은 필자 같은 보통 시민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왜 아무 생각 없이 흥에 도취해서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어느 쪽으로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이란을 향한 발언에만 함몰되어 있어서 우리가 놓친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는 발언이다. 이 말 또한 철 지난 반공 레퍼토리에 불과한 말이다. 사실 오랫동안 국군 대적관 교육에서도 북한을 주적이라고 교육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에 들어서 이 개념을 삭제했다. 그 이유는 남북 통일을 위한 움직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이 대적관 교육을 부활시켰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북한 정권이 싫고 인민군도 싫다. 하지만 상호 적대적인 시각을 계속 견지한 상태라면 남북 통일은 요원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북한붕괴론은 가능성이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북한 김 씨 정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 이상 남북 통일을 위해선 그들과 대화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냉전시대 말기에 소련, 중국과도 대화한 것이 우리인데 같은 동포인 북한과 대화를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므로 남과 북 상호가 모두 적대적인 시각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야만 통일이 가까워진다.

안 그래도 남북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는데 왜 대통령이란 사람이 스스로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고 대놓고 천명하고 있는가?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같은 자리인 줄 아는 것인가? 국방부장관이 북한을 적이라고 규정해도 대통령은 그래서는 안 된다

외교는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동네 친구 사귀고 절교하는 그런 것과는 천지 차이인 것이 외교다. 속담에도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외교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이 아니라 만냥 빚도 갚을 수가 있고 오히려 만냥 빚을 질 수도 있다. 국가 수반의 말은 외교와 직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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