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14] 개발과 보호 사이에 찾은 ‘공존’ … 천안시 청당동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14] 개발과 보호 사이에 찾은 ‘공존’ … 천안시 청당동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1.1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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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천안시 청당동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에는 360년이 훌쩍 넘은 아름드리 팽나무가 자라고 있다.

조경이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즘, 보호수를 품고 있는 아파트는 인위적인 조경이 갖는 미적 감각을 넘어선 가치와 품격을 갖는다.

더구나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애초부터 이곳의 터줏대감은 팽나무인 셈이다.

팽나무는 청당동에 도시개발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풍치목(風致木)으로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이면 팽나무 아래 모여 다산과 풍요를 비는 제사를 지냈다.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총을 가지고 놀며 팽나무 열매를 총알이랍시고 연신 쏘아 댔다.

팽나무는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으로 360여 년을 살아왔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그런데 도시개발이 시작되고 아파트 설립 허가가 난 후, 팽나무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파트 건축 과정에서 팽나무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개발과 보호 사이에서 팽나무는 350년 가까이 뿌리내리고 살아온 생의 기반을 잃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그때, 건설사는 설계도를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팽나무와의 공존을 택했다.

개발과 보호는 엄연히 다른 의미지만 그 행간은 결국 같은 문맥임을 알고 있던 것이다.

덕분에 청당동 팽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제사를 지내는 이가 없고, 아이들은 팽나무 열매에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사람들의 일상 풍경이 되고 있다.

간혹 도시개발 과정에서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식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는 뉴스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보호수가 ‘오래된 나무’에 불과한 ‘걸림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향이며,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보호수가 품고 있는 수많은 기억과 이야기는 나무 밑동에 숨겨진 나이테만큼 그득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아름드리나무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천안시 청당동 135 팽나무 1본 365년(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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