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천안시 성남면 화성리, 전형적인 농촌 마을 예배당 앞에 616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수고가 25m를 훌쩍 넘는 데다 사방으로 굵은 가지를 뻗어내어 수형이 웅장하기 그지없다.
뜨거운 여름날, 예배당을 찾은 노인들이 햇빛을 잠시 피해 가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느티나무 주변에서 사람의 온기를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은 느티나무 고목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느티나무는 잎이 다 지고 난 겨울에야 비로소 온전한 자아(自我)를 드러낸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부터 안간힘을 다해 키워냈을 가지와 줄기를,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견뎌낸 피목(皮目)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피목(皮目)이란, 수목의 껍질에 나는 눈으로 수목의 가지나 줄기, 뿌리에 코르크 조직이 형성되었을 때 기공 대신에 공기의 통로가 되는 조직을 말한다.
어린 느티나무에서는 피목을 발견할 수 없다.

어린나무는 짙은 회갈색의 미끈한 수피(樹皮)와 가녀린 가지에 박힌 촘촘한 잔털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느티나무가 나이를 먹으면 피목(皮目)이 옆으로 길게 생겨나고 수피(樹皮)는 비늘처럼 떨어진다.
그 모습에서 흡사 사람들의 모습을 찾는다. 나이를 먹으면 얼굴에 깊은 주름이 늘어나고 보드랍던 피부가 거칠어지듯 나무 또한 피목(皮目)이 늘어나면서 줄기가 거칠어져 간다.

그리고 나무가 가지를 키워 더 넓은 그늘을 드리우듯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의 폭을 차츰 넓혀가지 않는가?
화성리 느티나무의 조각조각 갈라지고 벗겨진 피목(皮目)은 600년이 넘는 시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흔적이다.
그 상흔을 보며 자식들 건사하느라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한, 주일이면 부지런히 예배당을 오갔을 어머니의 거친 손마디를 떠올린다.
천안시 성남면 화성리 306 느티나무 1본 616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