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소비자요? 탐색·계획구매가 첫걸음이죠”
“지혜로운 소비자요? 탐색·계획구매가 첫걸음이죠”
최국장이 만난 사람 | 김정호 한국소비자원 대전본부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2.10.2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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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소비자다. 죽을 때까지 소비를 하며 산다. 어릴 적 엔 부모님을 통해, 그리고 성년이 되면 스스로 평생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당연히 소비자로서의 권리나 권익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될 일이지만 대부분이 ‘나한테 무슨’이라며 무시하고 살아간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자신의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고 피해를 보기 일쑤다.

지난 7월 대전에도 공적인 ‘소비자 지킴이’가 떴다. 오로지 대전과 충남․북 지역 소비자들만을 위한 ‘도우미’이다. 한국소비자원 대전본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방 소비자의 권익도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제 100일을 조금 넘겼다. 기존에 서울에서 처리했던 소비자 피해 상담과 피해구제 조정이 대전에서도 처리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된 셈이다. 소비자교육도 하고 소비자 권리를 위한 홍보도 펼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의미 있는 일들이다. 

지난 17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둔산동 한국소비자원 대전본부에서 김정호 본부장(52)을 만났다. 1987년 한국소비자원이 생길 때 인연을 맺은 후 25년간 한 분야에서만 일해 온 소비자 문제 베테랑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여서 그런지 인상이 서글 서글하다. 

그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즉흥적인 소비에서 탈피해 소비하기 전 탐색하고 계획해 소비를 하면 된다”는 게 그가 내세우는 현명한 소비자론이다.  사전에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거나 조금만 공부하면 소비자 피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탐색소비, 계획소비, 사전 공부 등 삼박자만 갖추면 보다 즐겁고 이로운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소비자 권익도 중요다는 인식에서 대전 본부 설립”
최재근 : 소비자원 대전 본부가 생겼는데. 의미는?

김정호 :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 소비자 권익까지 보다 가까이에서 챙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우선 올해에는 대전과 광주, 부산 등 3곳에 지방본부가 생겼다. 내년에는 대구와 강원 등 지역 거점별로 보다 많은 본부가 생질 예정이다. 더욱이 오는 2014년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서울에서 충북 진천으로 이전도 한다. 지방 소비자 권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지방에서도 소비자 피해가 많아졌기 때문은 아닌가.

  : 피해가 많아졌다라고 하기 보다는 세종시로 중앙에 있는 정부청사 등이 내려오는 것처럼 지방에 대한 정부정책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비자의 권리나 권익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 대전 본부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

: 대전과 충남, 충북지역이다.

: 지역이 넓어서 직원 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데.

: 지금 인원은 5명이다. 처음 생기다 보니 인원은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앞으로 지방본부를 축으로 해서 작은 소비자원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는 인원도 좀 늘어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2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 어떤 일들을 하나.

: 소비자 문제가 접수되면 상담을 거치고, 소비자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 또 피해사례가 많은 것을 분석해서 홍보도 하고. 앞으로 인원이 많아지면 시장 등에 나가서 실태조사도 하고 지역 소비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일들도 할 방침이다. 

지금은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중심으로 일을 하지만 직원이 늘면 농어촌에 다니며 농기구 피해실태나 안전조사 등은 물론 장례식장 서비스 만족도가 어떤지, 예식장 등과 관련 피해는 없는지 다양하게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단다. 소비자 교육도 지금보다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눈치다.

“현재는 인력이 제한적이어서 민원처리만 주로 하다보니까 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피해를 전화로 얘기하거나 사업자가 해명을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섹터가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으로 딱 구분이 되요. 그래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소비자 문제 해결시 가장 중요한 것이 계약서
  계약·해지시 조건 꼼꼼히 챙기고 명확히 기재하는 습관 가져야”

“피해 구제 800여건 처리… 옷 관련 피해 가장 많아”
: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은 7월이지만 내려와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월부터인 것으로 안다. 일은 많이 했나.

: 그동안 서울에서 처리했던 대전충청권 소비자 민원을 대전본부에서 모두 처리를 했다.  피해구제가 800여건에 달하고 분쟁조정위원회도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씩 열어 조정하는 역할도 했다.

지난 4월 17일에는 ‘대전 소비자의 날’ 행사도 함께 했고, 피해사례가 얼마나 되고 어떤지 분석해서 알리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펜션이나 헬스장, 신학기 화장품 및 학습지 등과 관련한 주의보도 내려 피해 예방에 힘을 썼다. 특히 소비자 주의보는 월 한번 씩 발령했다.이상한 사업자가 특정지역에 다니면서 사업을 하다보면 그 지역에서 소비자 문제들이 생긴다. 요즘에는 추워지니까 보일러 수리하는 문제들, 또는 공기관에서 하는 것처럼 사칭, 피해 예방차원에서 주의보를 내린다.

민간소비자단체들과의 협력도 넓혀갈 생각이라고도 했다. 소비자원이 정부에서 만든 단체여서 자발적으로 소비자를 돕기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같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관인 만큼 공동으로 세미나도 하고 캠페인도 함으로써 소비자 권익 보호에 앞장 서 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17일 ‘대전소비자의 날’에는 지역 민간소비자단체들과 세미나도 함께 하고 정보전시회라고 해서 대전본부를 알리는 행사도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 대전 본부가 생긴 것을 많이들 아는지.

: 그동안 언론보도를 위해 보도자료도 뿌리고, 지역 방송에도 출연해 인터뷰도 하고 등등해서 많이 알렸다. 그동안에는 민간단체들이 활동했지만 대전본부가 생겨 활동하는 만큼 앞으로 보다 많이 알려질 것이다.

: 대전 충청권만의 특별한 피해사례가 있나.

: 대전 충청지역은 소비자 문제에 있어 특색이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상조가 시작된 부산 쪽은 상조문제가 많고 소비자 문제들이 생기는데 대전 충청권은 특별한 소비자 문제는 없고 전국 공통적인 문제들이 대다수이다.

: 대전․충청권게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소비자 문제는.

: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인데 의류 쪽이다. 소비패턴의 기본이 의식주이다 보니 옷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다. 두 번째는 게임이나 서비스 등 인터넷 정보통신과 관련된 사항이고  세 번째는 핸드폰, 컴퓨터품질 문제 등 인터넷 기기와 관련된 사항이다. 다음으로는 자동차 문제인데 특히 중고자동차가 많다.

“소비자 피해 구제받고 싶다면 국번 없이 ‘1372’ 누르세요”
: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어떤 식으로 구제를 받나.

: 소비자 피해 문제는 당사자 간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제 3자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항의를 해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답답한 마음에 ‘날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찾게 된다.

그 때 국번 없이 ‘1372’를 누르면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전국 상담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친절한 상담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에 따라 서류를 구비해서 접수하면 소비자원으로 넘어가고 접수된 것 가운데 대전 충청권 민원은 대전본부로 내려온다.

그러면 대전 본부는 30일 동안 사실 확인과 함께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 본 뒤 조정을 해서 권고를 하는 피해구제 절차를 거친다. 그럼에도 조정이 안되면 소비자대표와 사업자대표, 변호사, 이해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서 조정결정을 하고 양 당사자에게 15일 이내에 수락여부를 결정하라고 보낸다.

이는 일종의 반 강제적 결정이다. 양측이 받아들이면 법적 용어로 ‘화해’가 성립돼 끝나는 것이고, 이 경우 소비자는 피해보상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마저도 안될 경우에 결국 소액재판이나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 허위신고는 없나.

: 허위신고라고 하기보다는 요즘에 어글리컨슈머나 블랙컨슈머가 있다.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자기주장만 하는 것이라 사업자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뻔히 다 안다. 정말로 피해당하고 주장하는지 우리도 조사를 하니까 알고.

: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나 사업자들의 불만도 있을텐데.

: 소비자나 사업자 모두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입증을 못하고도 그런 불만을 종종 제기한다. 입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인데,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해약을 하면 어떤 조건으로 해약을 하는지 명확하게 기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들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어느 장단에 춤출 수는 없다. 다만 그런 경우 일단 우리는 소비자편에서 가급적 얘기해주지만 사업자가 ‘왜 명확하지도 않은 것으로 당신네들이 그러느냐’라고 하면 사실 사업자에게 할 얘기는 없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왜 안 들어 주느냐’고 불만을 제기하고... 우리는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처리하다 보면 그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계약서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계약서를 잘 못 써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소비자가 미용장이 되려고 한 미용실하고 계약을 했는데 계약서에는 돈을 준 날짜만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한두 번 다니다가 맘에 안들어서 해약을 하겠다고 나섰고, 그 제서야 계약서를 보니 소비자는 계약기간이 일주일에 한 번 9개월간이라고 들었다고 하고, 사업자는 전문가에게 교육을 의뢰하면서 별도로 합의서를 썼는데 2개월 동안 주 1회씩 8~9시간씩 교육을 해서 끝내는 것으로 상반된 주장을 폈다.

문제는 두 번 교육을 받은 것에 대한 해석도 두 달에 두 번이냐, 아니면 9개월에 두 번 이냐로 갈린 것이다. 그런 조건이 계약서에 명확히 써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어 난감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우리에게 입증을 못해주면 우리도 누구 말이 옳다고 할 수 없다”며 “계약서를 쓸 때 명확하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원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지혜로운 소비자 된다”
: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려면.

: 실질적으로 우리는 평생을 소비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통해 소비하고 성인이 돼서는 스스로 죽을 때까지 소비를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소비자로서 소비자들이 갖는 권리나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안한다. 굉장히 복잡한 공부도 아닌데도 말이다.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든지 해서 소비자 기본법 등 몇 가지만 알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자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금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소비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 탐색구매, 계획구매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를 산다면 TV에 대해 공부하고 사는 것이 좋다. 품질을 비교해 놓은 곳은 없는지, 가격은 어디가 싼지 그런 것들을 탐색해보고 구입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어떤 제품을 샀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대부분 소비자들이 생각해보고 지체하다가 청약철회 기간이 지나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바로바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1372를 통해서 상담을 받는다든가 곧바로 액션을 취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 본부장으로써 앞으로의 계획은.

: 소비자교육을 많이 시키는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교육을 확대할 생각이다.  옛날말로 약장사들이 와서 제품 질이 떨어지는 것을 비싸게 팔아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서도 필요한 것 같아서 그쪽에 신경을 좀 더 쓰고자 한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수능이니까 수능 끝나면 고 3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피해예방법, 대학 진학 시 방문판매 예방법 등을 교육하려고 한다. 이미 대전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놨고 교육을 희망하는 고등학교가 있으면 직원들이 나가 교육하겠다는 협조 공문도 보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 주의보도 발령할 생각이고...

: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현명한 소비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계획구매하고 사전 탐색 좀 많이 해서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이스피싱이다 뭐 이런 것들 많고 ‘눈 뜨고도 당한다’고도 하지만 그런 것을 보면서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지 말아야 겠다’라고 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왜 생기는지 공부를 조금씩 하면 대응하는데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막연히 누가 도와주지는 않는다. 물론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상황을 봐서 소비자원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피해를 입는 것보다 피해를 입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굿모닝충청이 잘됐으면 한다. 야심차게 출발했으니 대전지역의 중요한 매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다.

한국소비자원 대전본부의 끊임없는 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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