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오월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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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류가 흐르는 안철수-이준석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31 15: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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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고사성어 중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을 직역하면 오나라와 월나라가 한 배를 탔다는 뜻이다. 오나라와 월나라는 중국 춘추시대 때 있었던 나라인데 오나라는 지금의 중국 강소성 지역에 있었고 월나라는 중국 절강성 지역에 있었던 나라다. 이 두 나라는 같은 남만(南蠻) 계통의 종족들이 세운 나라였지만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였다.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이 바로 춘추5패 중 한 사람이었던 오나라 왕 부차(夫差)와 월나라 왕 구천(句踐) 사이에 있었던 일종의 복수극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차는 아버지 합려(闔閭)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가시투성이인 섶나무 위에 누워서 잠을 잤고 구천은 부차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매일 곰 쓸개를 핥으며 쓴맛을 보았다. 이 두 사람의 행동을 합쳐 와신상담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인 나라도 공동의 적이 탄생하면 같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지독한 원수 사이인 오나라와 월나라도 같은 목적을 위해서 힘을 합칠 때가 있다는 뜻의 오월동주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판에 이 오월동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바로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간의 이야기다.
본래 이 두 사람은 20대 총선 당시 서울특별시 노원구 병 선거구에서 자웅을 겨뤘던 사이였다. 그 때 선거에선 안철수 의원이 가볍게 승리했다. 하지만 19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안 의원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되었는데 국민의당이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 그 결과 안철수-이준석 두 사람이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병 선거구 보궐선거를 놓고 이준석을 공천하니 다른 사람을 공천하니 등의 문제로 온갖 잡음이 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틀어졌다. 정말 위에서 예로 든 오나라와 월나라 사이처럼 말이다. 안철수는 어떻게든 이준석에게 공천을 안 주려고 기를 썼고 이준석은 안철수를 노상 헐뜯는 등의 문제로 잡음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 시작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장고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부터였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가 굳어진 데다 당원 투표 100%로 개정되면서 '배신자' 낙인이 찍힌 유 전 의원이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근거다.
이런 가운데 '악연'인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 의원은 비윤계 표심을 흡수해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친윤계와 반목 중인 이 전 대표는 당내 세력이 약한 안철수 체제에서 복귀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에는 이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데다 이 전 대표가 친윤계와 대립한 끝에 초유의 '당 대표 당원권 정지' 징계로 물러나는 등 유 전 의원과의 연대가 확실시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친윤계를 반대하는 이 전 대표 측 표심이 갈 곳을 잃었다. 이에 차악으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김기현 의원이 아닌 '구원' 안철수 의원에게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펜앤드마이크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안 의원 다음으로 축사를 했다. 이 전 대표가 "(안 의원 축사에)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고 말하면서 '안철수-이준석 연대설'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헌법 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의 민주적 운영 틀 안에서 누구나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내 마음대로 힘센 사람이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방종이고 견제돼야 하는 자유"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이처럼 안 의원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배경에는 자신을 쫓아낸 뒤 구성된 '친윤 일색 지도부'보다 안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오월동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이준석은 부랴부랴 28일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안철수·이준석 연대론'을 거론한 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안 의원을 지원하거나 연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행동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 있는 그의 처지 때문이다.
이 연대론 기사를 쓴 뉴시스에서도 “하지만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당내에 강해 안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연대를 할 경우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을 공격하며 당의 분열을 야기했던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강해 여당 지지층이 안 의원 지지를 접고 오히려 김 의원 지지로 돌아 설 수 있다는 것이다.”란 부분이 나온다.
이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괜히 자신이 직접적으로 안철수 공개 지지 선언을 하면 도리어 김기현 의원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일단 직접적으로 안철수 의원과 연대를 하지 않는다고만 했지 그렇다고 해서 김기현 의원을 지지한다는 둥 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또 이준석이 김기현 의원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의 저 발언은 암묵적 연대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 일단 이준석 입장에서도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차악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끝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총선 때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김기현 의원이 당선되는 것보다는 그나마 안철수 의원이 당선되는 편이 좀 더 그에겐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당 내 처지와 아직 안 의원과 남아 있는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에 직접적으로 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는 오월동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부인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볼성사납기 그지 없다. 지금 이 전당대회를 놓고 나오는 말 중 대부분이 내년 총선 공천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걸 보고 있으면 절로 떠오르는 생각이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다. 친윤이든 반윤이든 특정 계파 중심으로 공천이 이뤄졌다고 치자. 그럼 누가 그 사람들을 뽑아준다던가?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둥 어떤 정치를 할 것이라는 둥 하는 포부나 계획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친윤이니 반윤이니 하며 누가 윤석열 대통령과 더 친한가 같은 친목 경쟁밖에 안 보인다. 보통 전당대회를 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것이 붙어서 정당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더 오른다. 그러나 지금 현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라.
30일 리얼미터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긍정 37%, 부정 59.8%로 나타나 계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45.4%로 선두를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38.6%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전 주 대비 2.1%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1.6% 더 떨어졌다. 
12월〜1월까지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은 38〜41% 정도 선에서 등락하고 있을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따라붙은 적은 있었지만 역전은 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여론조사의 표본인데 보수가 427명, 진보가 352명으로 보수가 좀 더 많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 격차가 전 주보다 더 벌어졌다. 결국 컨벤션 효과가 미미했다는 걸 말해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당 내부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인데 아직도 그들은 위기감을 못 느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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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믄 2023-02-02 14:50:24
오월동주 한배에서
낙엽파와 죄명파는
왜 그렇게 개처럼 싸우는지
이유나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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