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⑨] 자투리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냐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⑨] 자투리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냐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작가…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1.3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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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201의 <자투리전> 참여자 워크숍 모습. 사진=배해경/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 제작자에게 자투리, 나머지 재료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골칫거리이다.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남은 나머지 자재들은 작업실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작업의 종류에 따라 목재, 페인트, 유리, 타일, 플라스틱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재활용이 가능한 목재 종류는 따로 분류하려 노력해 보지만 바쁘게 진행되는 작업 중에는 그 또한 여의치 않다. 결국, 자투리 나무가 쌓인 상자 속에는 합판, MDF뿐 아니라 본드, 페인트, 시트지 등에 오염된 자투리 나무들까지 다양하게 섞여 버렸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 작업실은 다양한 작업 중 발생한 나머지 자재들로 가득 차고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어지면 결국 폐기하고 만다. 폐기물 차 한가득 실려 간 나머지 자재들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있는 자재가 아닌 쓰레기가 된다.

인간이 자원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는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버려지게 되는 자원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폐기되어 쌓여가는 쓰레기의 양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아뜰리에201의 <자투리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투리전>은 한 해 동안 작업 후 남은 나머지 자재들을 활용한 업사이클 가구 및 소품을 제작하여 전시, 판매하며 방문객이 직접 자투리 목재를 활용하여 원하는 소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모양, 색, 크기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업사이클 가구에 대한 반응에 확신이 없었다. 또 다른 쓰레기를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전시 첫날 대부분의 가구는 판매 완료되었고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던 자투리 목재를 활용한 소품 만들기 워크숍의 반응도 뜨거웠다.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하는 탓에 남아있는 자투리 목재의 형태와 종류 또한 다양한데 업사이클 가구 및 소품을 제작할 때는 자투리 목재 고유의 형태와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다. 이는 단순히 폐자원을 재활용하여 제작된 친환경 가구라는 인식보다 우연히 남은 자투리 목재의 형태가 만들어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 제품이라는 가치를 심어주기 위함이다.

자투리 목재를 활용한 소품 제작 워크숍 또한 마찬가지로 워크숍 참여시 자투리 조각의 모양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작하도록 요구한다. 평소 원하는 모양을 정해두고 그 모양을 만드는 것에 익숙한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의 자투리 조각을 온전히 사용하여 어떤 소품을 만들어야 하나 막막해하지만 결국 생각지 못한 재미있는 모양의 소품이 탄생하게 된다. 어느새 더 재미있고 신기한 조각을 찾기 위해 자투리 목재 더미를 뒤지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작업대 위 산처럼 쌓여있던 자투리 목재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이들에게 자투리 나무는 더 이상 폐자원이 아니다. 모양이 특이한 자투리 나무는 특히 재활용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제 작업 후 남은 자투리 목재는 더 이상 골칫거리 쓰레기가 아니라 귀한 존재가 되었다.

폐타일, 폐목재, 버려진 테이블다리를 이용해 새롭게 탄생한 업사이클가구. 사진=배해경/굿모닝충청  

좀 더 본격적으로 자투리 목재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며 폐자원을 활용해 볼 수 있는 ‘어쩌다 보니 자전거’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자전거’는 폐자원을 활용하여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팀별로 참여하여 제공된 자투리 목재를 포함한 폐자원들을 탐색하며 각자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 자전거를 만들게 된다. 어떤 형태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힘을 합쳐 차근차근 만들어 가다 보면 쓰레기로만 여겼던 폐자원의 뜻밖의 쓰임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자칫 버려질 뻔한 폐자원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전거가 되고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자원이 된다.

영국의 친환경 가구 디자이너 루퍼트 블랜차드(Rupert Blanchard) 는 ‘쓰레기란 아직 쓰일 곳을 찾지 못한 자원’이라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그 쓰임을 찾지 못해 곧 쓰레기가 되어버릴 소중한 자원이 많이 있다. 쓸모를 다해 버려질 쓰레기의 쓰임을 끊임없이 찾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오늘날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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