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천공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천공
천공의 국정개입 의혹 명확한 해명 필요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0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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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정개입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요승 천공.
국정개입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요승 천공.

옛 역사를 들여다보면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항상 요승(妖僧)들이 들끓었다. 불과 7년 전에 우리는 이 요승이 설쳤던 세상을 경험한 바 있었다. 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말이다.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가 박근혜 씨를 가스라이팅하여 국정을 농단했던 그 사건을 통해 요승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배웠다. 그 외에도 나라를 망친 요승들의 사례는 또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약 110년 전 제정 러시아 말기에 등장했던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있다. 이 라스푸틴이란 인물은 본래 러시아 정교회의 무명 수도사였다. 그러나 어쩌다가 알렉산드라 표도르브나 황후에게 소개를 받았고 당시 혈우병을 앓고 있던 알렉세이 황태자의 병세를 호전시켜준 덕에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되었다. 물론 일개 떠돌이 수도사였을 뿐 정치의 ㅈ자도 몰랐던 라스푸틴이 권력을 쥐었다고 나라를 잘 이끌 리 없었다. 결국 그는 제정 러시아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현재 또 다시 나라를 망칠 요승이 하나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바로 천공이다. 일찍이 필자는 이 천공이란 인물을 제정 러시아를 파멸로 이끈 요승 그리고리 라스푸틴에 빗댄 바 있었다. 이 문제 많은 사이비 요승 천공에 관한 기사가 또 다시 오늘 뉴스를 소란스럽게 했다. 2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로 나온 기사 "천공 한남동 공관' 방문, 남영신 육군총장이 화장실서 몰래 알렸다"가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부승찬이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이 서울 한남동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알렸고 군 당국에도 보고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3일 출간될 부 전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담겼다. 그는 2020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방부 대변인을 지냈다.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1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한 부 전 대변인은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남 전 총장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씀드릴 게 있다며 화장실로 이동하는 부 전 대변인을 뒤쫓아온 남 전 총장이 귓속말로 얼마 전 OOO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육군 서울사무소는 용산 국방부 영내에 있다.

그 말을 들은 부 전 대변인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긴 수염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자 남 전 총장은 “(공관 담당 부사관이) 무슨 의도로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느냐며 확신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서 군 지휘보고체계를 감안할 때 두 사람(남 총장과 부사관)이 소설을 쓸 리는 만무하다육군참모총장이 내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 생각해보니 언론에 알려달라는 메시지로 읽혔다고 밝혔다. 그리고 며칠 뒤 남 전 총장에게 전화해 언론에 알려야 하냐고 물으니 총장은 자기는 괜찮지만 현역인 부사관이 걱정된다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 전 총장에게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 전 대변인은 또 국방부를 떠난 이후 유력 육군 인사에게 추가 의혹을 확인했으며, 그 인사는 당시 천공이 타고 온 차종은 무엇인지, 누가 현장에 같이 있었는지, 육군 총장보다 더 구체적으로 당시 행적을 들려줬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현장에는 천공과 함께 남 총장이 언급한 인수위 관계자뿐 아니라 인수위 고위직 인사가 한 명 더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후 공관을 관리했던 부사관은 모 부대로 전출됐다는 것이 부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월에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부 전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국회 보좌관을 지냈다. 그러나 당시 육군과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권력과 안보는 부 전 대변인이 재임 500일 동안 쓴 일기를 주제별로 구성했다.

3일 출간 예정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권력과 안보' 표지
3일 출간 예정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권력과 안보' 표지

만약 부승찬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천공이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무자격자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해도 되었는가? 불과 6년 전에 이 문제로 박근혜 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고 결국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하지 않았나?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은 그 박근혜 씨를 직접 구속한 장본인이다. 만약 이 소식을 들으면 박근혜 씨가 얼마나 억울해 하겠는가? 본인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묵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직에서 잘린 것도 모자라 감방에서 썩어야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해도 되는 거였어?”하고 속으로 억울해 하지 않겠는가?

이 소식이 나오자 야당은 즉각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맹공에 나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위원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를 소집해 역술인 천공의 국정개입을 낱낱이 밝히고 이를 방치하고 감춰온 대통령실 등 정부 관계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역술인 천공의 관저 이전에 대한 개입 의혹이 무성했으나 대통령실은 부인으로 일관해왔다면서 과연 누가 승인해 역술인이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개입했는지 실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경 천공과 김용현 대통령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팀장, 현재 경호처장과 윤핵관으로 꼽히는 모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안보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서울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역술인 천공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천공이라는 역술인이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이던 김용현 경호처장과 국민의힘 윤핵관과 함께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답사했다고 한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그는 군 핵심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만큼 대통령실이 그저 가짜뉴스라는 말로 발뺌하고, 오리발만 내민다고 해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이 의혹이 사실임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은폐해 온 것이라면 이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모든 의혹의 진실을 낱낱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해명하기보다는 무조건 입에 자물통부터 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승찬 전 대변인과 한국일보를 고발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내용을 책에 쓴 것으로 알려진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부 대변인에게 해당 내용을 처음 알린 것으로 지목된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도 함께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들이 직접 눈으로 보거나 들은 것이 아닌 사안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전언에 전언을 활용해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은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고발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작년에도 이 의혹을 제기했던 김 전 의원과 그를 초빙해 세상에 알린 김어준 씨를 함께 고발한 바 있었다.

며칠 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서 김의겸 의원을 고발한 것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대통령실이 왜 매번 이런 하수(下手)를 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상수(上手)는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 걸 두고 너 고발!”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혹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증폭시키는 것이다.

천공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처럼 스모킹 건이 하나 튀어나오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도 7년 전 박근혜 씨와 마찬가지로 탄핵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무자격자 민간인의 국정 개입을 묵인, 방조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라는 헌법 정신을 파괴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말 천공의 국정개입 의혹이 근거 없는 낭설이라면 그 낭설이란 증거를 보이고 국민들에게 속시원하게 해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그 낭설을 퍼뜨린 자들을 고발을 해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은 선후를 거꾸로 하고 있다. 그러면 의혹은 오히려 점점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래동화 중에 어떤 일에 대한 금기(禁忌)가 담겨 있는 내용의 이야기를 보면 그 속에서 금기가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만 참으면 될 것인데 꼭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은 그 금기를 어겨서 파멸을 맞았다. 왜 항상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이 금기를 어겼을까? 다른 게 아니다. 호기심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금기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걸 더 해보라고 부추기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종대 전 의원과 부승찬 전 대변인 등을 고발하여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쑥덕거리는 것을 막아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나 과연 이들을 고발하여 입에 자물통을 채운다고 대통령실 뜻대로 쑥덕거림을 막을 수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금기라는 것은 절대 지켜지지 않는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항상 사람을 혹세무민하는 요승들이 등장했다.. 이 요승들은 입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은 없는 자들이다. 남을 현혹시켜서 제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에 불과하다. 이미 취임 전부터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천공과 깊숙이 유착되어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천공의 국정개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는 증거를 명확하게 대고 의혹을 해소하도록 하라.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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