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에는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2011년 보호수로 지정된 상수리나무와 버드나무로 두 나무의 예상 수령은 152년이다.
오랜 시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상수리나무와 버드나무는 그 모습부터 생태까지 닮은 게 하나도 없다.
한정된 공간에서 마주 보며 자란다 해도, 제각각의 특성과 속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고 좋은 상수리나무라 해도 버드나무처럼 길게 축 늘어진 가지를 가질 수 없고, 누구나 탐내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라 해도 도토리를 맺을 수 없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다른 둘을 견주어 생채기를 내곤 한다.
그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한 교실 안에서 같은 교과서를 배우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의 외모, 성격, 꿈은 제각기 다르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쌍둥이라도 둘이 꼭 닮은 건 아니니 또래 아이마다 차이가 존재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아이들의 개성과 저마다의 특징은 깡그리 무시한 채 어른들의 틀에 맞춰 아이들이 커 주길 기대한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 기대도, 욕심도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이들을 어른들의 틀에 맞춰 재단하는 건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도 옳은 선택은 아니다.
길고 긴 겨울방학,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아이들에 대한 엄마들의 푸념이 줄을 잇는다.
육아와 교육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원망부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까지 깊고 긴 한숨이 이어진다.
그들에게 남관리 상수리나무와 버드나무를 보여주고 싶다.
상수리나무와 버드나무는 안간힘을 써가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지 않았다.
되려 두 나무가 마주하는 부분은 적당히 성글게 가지를 내고, 반대쪽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쳐내어 잎이 무성한 여름이면 온전한 하나의 그늘을 만들어 낸다.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나무에서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할 듯하다.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 291-3 상수리나무 1본 152년 (2023년)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 221 버드나무 1본 152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