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⑩] 건축폐기물 30톤이 정원으로 재탄생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⑩] 건축폐기물 30톤이 정원으로 재탄생
오수경 청주시새활용센터 쓰줄천사오창1팀…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2.07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벽돌과 모래 등 건축폐기물을 이용해 깔끔한 정원이 탄생했다. 사진=오수경/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오수경 쓰줄천사]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라는 그림 그리기 설문 조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교통환경이 좋고 첨단 자동화 시설이 갖춰진 고가의 주택을 그렸고 그에 반해 아이들은 엄마, 아빠, 언니, 동생, 할머니 등등 가족이 함께 사는 주택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린 같은 세상 속에서 다른 그림을 꿈꾸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쓰레기를 줄이자, 재활용, 새활용을 해보자고 소리 높여 외치지만 정작 그 말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메아리가 되고 울림이 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물들이려면 우린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제가 사는 곳은 오랫동안 터를 지켜 온 원주민들과 새롭게 형성된 전원주택단지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시골 마을입니다.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마을로 이사한다는 설레임을 안고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곳에서 저는 입주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다소 무덤덤한 시골 정서가 불편했었고 기존 주민들과 환경문제로 소소한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지,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무얼까 고민하던 중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쓰레기 줄이기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요, 저부터 먼저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을 배웠고 주민들과 여러 차례 소통을 통해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 줍기 활동도 하고, 폐건전지와 우유 팩을 모아 읍사무소에 가져다주는 활동들도 함께 하면서 차츰차츰 주민들도 환경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어느 날, 마을 단톡방에 주민 한 분이 폐벽돌 15톤과 자갈 섞인 모래 15톤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며 필요한 사람들을 모은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주민 4가구가 함께 건축폐기물이 된 폐자재를 신청하게 되었고 약 사흘간 우린 정원 가꾸기 대공사에 돌입하였습니다. 파손된 벽돌은 화단 경계석으로 활용하여 부서진 부분을 땅속에 묻어 사용하였고, 태양광 시설 아래에는 벽돌을 깔아 주차장을 만들었습니다.

철마다 잡초가 올라오는 집 주변 통로에 벽돌을 깔아 잡초 제거의 번거로움도 말끔히 해결하였습니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흙은 채로 쳐서 모래는 잔디 위에 뿌려 주었고, 자갈은 디딤석 주변에 깔아 보행로를 좀 더 편히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4가구의 작은 수고로 30톤이나 되는 폐기물이 용도에 맞게 적절히 제 자리를 찾았고, 정원에 필요한 자재를 무상으로 구했으니 비용 절감까지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폐벽돌을 이용해 정원을 만드는 모습. 사진=오수경/굿모닝충청

환경문제를 자주 듣다 보니 쓰레기로 버려지는 폐벽돌을 보는 순간 저걸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웃의 말을 들으니 메아리가 되돌아와 우리가 사는 세상 한 자락을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행복하였습니다. 폐건축자재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어 필요로 하는 곳에 잘 쓰일 수 있다면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다며 이런저런 정책 제안도 해보고, 저마다 활용 중인 환경 관련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로 이어가는 우리 마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마을 곳곳에 빗물을 저장하여 텃밭에 사용하는 분들도 생겨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도 해보면서 주민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고, 안 쓰는 물건들은 마을 단톡방을 통해 새 주인을 찾기도 하며 마을 전체가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작은 불씨 하나에서 시작된 쓰레기 줄이기 활동이 갈등 구조가 아닌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어우러져 행복한 마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작은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어른들이 그리는 그림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하는 멋진 집이 그려지면 좋겠습니다. 쓰레기 속에서 보석을 찾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환경을 지키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잘 보존하는 멋진 어른들이 되어 봅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